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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부부의 애틋한 사랑의 정표가 관옥(대롱옥)으로 드러난 것일까

공주 수촌리고분군은 4월 20일부터 오는 7월18일까지 공사 중

2020.05.14(목) 17:27:43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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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촌리고분군, 아래마을로 너른 들이 펼쳐져 있다
 
고대에 만들어진 무덤. 그런 무덤들이 있는 고분군 하면 공주의 송산리고분군이나 부여의 능산리고분군이 쉽게 떠오른다. 그곳에서 나온 값진 유물들은 다시 국립박물관을 통해서 우리는 고대역사를 만난다.

학교 다닐 때 교과서로 배우던 유적이나 유물 등의 이름은 시험을 보기 위해 이론으로 달달 외웠다. 세월이 지나 지금 직접 찾아가 만나는 ‘역사’는 더듬어가며 알아가는 수준이지만 이제야 진짜 ‘공부’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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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공사 중으로 들어가 볼 수 없는 수촌리고분군
 
수촌리고분군은 공주시 의당면 수촌리에 있다. 고분군으로 유명한 송산리나 능산리처럼 ‘수촌리고분군’이 다소 낯설지만 무엇보다도 ‘부절(符節)’의 이야기만큼은 너무나 가깝게 다가온다. 부절은 돌이나 나무, 옥구슬 따위로 만들어 신표로 삼던 물건이다. 이 물건은 신분증 같은 역할을 했고 주로 사신들이 지니고 다녔는데, 둘로 갈라 하나는 조정에 보관하고 하나는 본인이 갖고 다니면서 증거로 사용했다.
 
옛날이야기에서 등장하던 부절은 부모와 자식, 혹은 부부가 서로 헤어질 운명 앞에서 지니고 있던 거울이나 돌멩이를 반으로 나눠 가진 다음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부절로 서로를 증명했다. 실제로 수촌리고분군의 무덤 4호분과 5호분에서는 부부임을 증명하는 물건이 나왔다. 당시 발굴조사를 통해 지방 세력의 존재를 짐작케 하는 금동관, 금동신발, 중국제 도자기 등이 출토되었는데, 4호분과 5호분의 머리맡에 각각 놓인 관옥(대롱옥)을 맞춰보자 딱 들어맞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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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촌리고분군 가는 길
 
출토된 유물 등은 공주국립박물관에서 다시 살펴보기로 하고 수촌리고분군을 찾던 날,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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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안내 표지판.

“여기 지금 못 들어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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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촌리고분군은 7월 18일까지 공사 중
 
주변을 서성대자 삽을 들고 공사하는 아저씨가 말했다. 수촌리고분군은 수목 정비사업으로 입구의 은행나무부터 주황색 끈으로 길게 이어 표시를 해 놓았다. 한껏 기대하는 마음으로 찾았는데, 아쉬움에 멀리서 부드럽고 낮고 봉긋한 봉분만 말없이 바라보았다. 당시 백제에서는 금이나 은, 비단보다 오히려 구슬이 더 귀한 물건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관옥(대롱옥)도 구슬의 한 종류 아니었을까.
 
금동신발을 신고 묘에 묻힌 사람은 누구였을까. 신발 안에서 뼈가 나왔다는 데, 실제 금동신발을 신고 다녔던 것일까. 발 뼈의 주인공은 왕이었을까. 생전에 금동관을 머리에 직접 쓰고 금동신발을 신었을 권력과 위엄을 갖춘 한 남성이 그려진다. 지방 세력을 지배하며 부부간의 금슬도 좋아 사람들의 신임을 얻었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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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촌리고분군 역사체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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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장 앞에 펜스가 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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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촌리고분군 표지글과 체험안내.
  
고분군이 있는 곳 아래는 마을의 너른 들이 푸르게 펼쳐쳐 있다. 공사가 완성되면 꼭 다시 수촌리고분군을 찾으리라. 체험장에는 수촌리에서 조사된 무덤의 모형에 들어가 무덤 안 목관 속에 누워볼 수도 있다는데, 그곳에 누웠다 다시 나오면 지금과는 다른 ‘새로움’으로 살 수 있을 것 같다.
 
5월은 가정의 달로 공식적인 일정이 꽤 많은 달이다. 예전 같으면 친목이나 가족 단위로 모임 등이 활발했을 텐데, 코로나19 상황이다 보니 웬만하면 온라인 안부를 주고받는다. 어버이날 며칠 전부터 동네 어디선가 리코더소리가 들렸다. 초등학생이 ‘어버이은혜’를 리코더로 배우는 중인 것 같았다. 익숙한 리듬에 혼자 가사를 읊조리다보니 노래 끄트머리에서는 어버이은혜가 스승의 은혜로 뒤바뀌기도 한다.
 
‘스승의 날’에 이어 오는 21일(목)은 ‘부부의 날’이다.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취지로 2007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21일이 된 데에는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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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를 알리며 띠로 구분해 놓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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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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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수촌리고분군의 봉분들

이승에서 못다한 사랑, 내세에서도 다시 만날 것을 맹세했던 부부. 그 애틋함이 1,500여 년이 지나 정표(관옥)로 드러난 것일까. 그다지 높지 않게 서로 모여 있는 봉분이 내게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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