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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이름표 달고 기다리고 있어요!

코로나19 생활방역으로 전환된 이후의 공주 산성시장

2020.05.11(월) 10:19:14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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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산성시장
 
복숭아, 체리, 앵두, 무화과, 왕자두, 사과부사…나무들마다 자기 이름표를 달고 새 주인을 기다리는 곳에 흥정이 오간다. 나무 한 그루 심어보지 못한 내 눈에는 다양한 유실수들이 모두 엇비슷하게 보인다. 이파리가 조금씩 나 있는 것조차 어떤 나무인지 짐작이 안 된다. 이 어린 나무가 지금 앵두, 복숭아, 자두, 체리 등 탐스러운 열매를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놀랍고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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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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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가에도 유실수 묘목들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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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시장 주변 도로
  
어디 나무뿐이랴. 나직한 비닐화분에 종종 들어앉은 상추, 고추, 옥수수, 풋호박, 치커리, 맷돌호박 등의 채소 모종이 오늘만큼은 누가 더 싱싱한지 내기라도 하는 듯 맘껏 푸르다. 꽃가게의 화려한 꽃들 중에 카네이션이 유난히 눈에 띄는 건 가정의 달에 꽃 선물이라도 전해주고 싶은 얼굴들이 떠올라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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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착용하고 채소모종을 고르는 사람들과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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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꽃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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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이 되자 하나둘 식당으로 사람들이 들어가면서 조금씩 넓어지는 시장길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100일이 지나면서 그동안 닫혔던 재래오일장인 공주산성시장이 열렸다. 갖가지 먹을거리부터 생활용품, 싱싱한 과일과 채소 등 직접 확인하고 고르는 즐거움을 기대할 수 있는 장날. 그러나 무엇보다도 장이 서면, 좋아하는 사람들과 막걸리 한 잔 같이 하고 싶은 마음들이 장날을 더 설레고 북적이게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사는 곳엔 마을버스가 다니는 골목으로 푸성귀를 파는 할머니들 네다섯 분이 계신다. 웬만해서는 할머니들이 파는 애호박이나 양파, 상추, 쑥갓 등을 골고루 사는 편이다. 같은자리에서 하루 온종일 쪼그려 앉아 장사하는 할머니의, ‘이거 밭에서 금방 뜯어왔어~.’라는 말을 그대로 믿으며 기분 좋게 산다. 산성시장에 오니 동네골목 오백 개 정도가 모인 것 같은 큰 규모에 눈이 휘둥그래진다.
 
재래시장 골목의 한 모서리에서 풋마늘이나 시금치, 상추, 애호박을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할머니가 친정엄마 모습으로 오버랩된다. 엄마는 한때 동네 노는 공터에 푸성귀를 심어 팔았다. 내 밭이 아니기에 오랫동안 할 수 없었지만 한 그릇에 천원, 이천 원어치씩을 팔고 손에 쥐는 돈이 손주들 주전부리나 당신의 용돈으로 요긴하게 쓰였다. 그때는 건강하셨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움직일 수도 있었는데, 지금 엄마는 당신 스스로 화장실 출입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정도로 심신이 불편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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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형으로 서 있는 산성시장 안의 오랜 터미널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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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 모여 있는 골목의 마스크 착용한 두 분 할머니  
 
시장 주변 도로가엔 거의 나무묘목이 많다. 심는 시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모임이나 단체 회식, 여행 등을 자제했던 백여 일. 지금도 그런 지침들이 유효하긴 하지만, 느슨해진 분위기에 눌렸던 욕구들이 장을 보면서 느껴진다. 도로에 주차된 차들은 수시로 들고 나면서 북적거림을 더한다.

새 주인 손에 이끌려 새로운 터에서 자랄 나무와 채소들. 정성들인 만큼 때가 되면 키우는 즐거움과 열매로 보답할 생명들. 코로나19 시절에 특별히 그 생명들의 건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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