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천안시 목천읍 동리에 위치한 이동녕기념관을 찾았다. 목련꽃이 필 즈음 다녀오려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방문이 늦어졌다. 독립기념관에서 시작되는 역사문화 둘레길을 따라 이동녕 선생의 고향인 동리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마을회관 앞, 담장에 그려진 벽화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담장에는 동리마을의 희망을 노래한 벽화와 이동녕 선생, 유관순 열사의 자주독립에 대한 염원과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마을 입구에서 이정표를 따라 걷다 보면 가까운 곳에 이동녕기념관이 보인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동녕기념관은 임시 휴관인 상태였지만, 생가지는 개방되어 있었다. 기념관 앞에는 이동녕 선생이 광복에 대한 염원으로 자주 인용하셨던 '산류천석(山溜穿石)'이란 휘호석이 세워져 있다. 고즈넉함이 느껴지는 생가로 발길을 돌려 독립운동사의 거장이셨던 이동녕 선생의 삶을 잠시 들여다보았다.
 

 

 
생가 돌담에는 바람 불면 금방이라도 날아버릴 것만 같은 민들레 갓털이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담장 너머 생가지 뜰로 들어서면 이동녕 선생의 동상과 옆으로 우물, 그리고 약 500년 된 은행나무 고목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석오 이동녕 선생은 1869년 9월 2일,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동리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연안이고, 이곳 동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독립협회 가입을 시작으로 언론 교육활동·개화민권·항일구국 운동을 전개하였고, 1907년에는 안창호·김구 선생 등과 함께 신민회 조직에도 참여하였다. 이후 1910년, 만주로 건너가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였고, 3·1운동 후 임시정부 수립의 주역·임시의정원 초대의장·국무위원·주석 등의 중책을 맡으며 20여 년 동안 실질적으로 임시정부를 이끌었다.
 

 

 
이동녕생가지는 충청남도 기념물 제72호로 지정되어 있다. 생가는 안채와 대문채로 구분된 모습이고 옛 가구들과 어린 시절 공부하는 모습이 재현되어 있다. 생가 뒷산에는 해마다 봄이 되면 찾아오는 왜가리와 백로들로 진풍경이 펼쳐지고 맞은편에는 조류관찰대가 있다. 일반적으로 백로류에는 왜가리·중대백로·중백로·쇠백로·황로·해오라기 등이 있고, 섞여서 집단 번식하는 경우가 많다. 오래된 나무 꼭대기에는 회색빛의 왜가리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모습이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순백의 백로들도 우아한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우물 옆 한쪽 공간에는 화사하게 피어난 봄꽃들이 반겨주었다. 꽃 이름을 검색해 보니 '기대와 희망', '당신을 사랑합니다' 등의 다양한 꽃말을 지니고 있는 아네모네였다. 찰랑거리는 예쁜 꽃들은 정갈함이 묻어나는 이동녕선생의 가옥과도 잘 어울리는 듯 보였다. 바람결에 전해지는 싱그러운 꽃향기는 작은 위로가 되어 주었고, 생가지 전체로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이번 방문에는 홀로 시간을 보냈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아이들과 역사탐방으로 다시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이동녕선생생가지
-소재: 충남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동리 4길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