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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갈대와 바람 그 가운데 서다

서천 신성리 갈대밭에서 ‘우화의 강’을 만나다

2020.03.03(화) 22:48:00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신비로운 신성리 갈대밭
▲신비로운 신성리 갈대밭

2월의 마지막 일요일, 서천여행에서 빠트릴 수 없어 꼭 가보겠다고 고집했던 곳 신성리 갈대밭이다. 찬바람이 불지만 하늘은 더없이 맑고 푸르다. 바람을 타고 군밤냄새가 코에 삼삼하다. 땅콩과 군밤 파는 곳을 지나 언덕에 오르자 두 개의 표지석이 보인다. ‘신성리 갈대밭 금강 2경’이라는 글과 ‘갈대밭 연가’가 각각 돌에 새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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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표지석

온통 누렇게 보이는 갈대밭. 19만8천㎡, 곧 6만여 평의 너른 갈대밭은 우리나라 4대 갈대밭 중의 하나이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와 드라마 촬영장소로 곳곳에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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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리 갈대밭과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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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를 따라 걸으면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데크로 조성된 산책로 주변엔 갈대가 베어져 있다. 또 다른 곳에는 사람 키보다 높은 갈대가 그대로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마치 앞머리와 윗머리는 남기고 옆머리를 짧게 치는 투블럭 모양새다. 갈대밭이 끝나는 곳에는 금강이 펼쳐지며 하늘빛과 어울려 투명하다.
 
다정한 오두막쉼터
▲다정한 오두막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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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지만 코로나19로 데크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뜸하다

걷다 보니 나무말뚝 이정표가 나온다. 나무로 만든 이정표는 끝부분들이 상했다. 나뭇결을 살리면서 그 위에 조각된 글자를 붙인 것인지,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조각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랜 시간 나무판이 비바람을 견뎌온 것 같다. 봄이 무르익고 여름에 갈대의 초록이 무성해지면 헐고 칙칙하게 서 있는 이정표가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겠다.
 
나무말뚝 이정표
▲나무말뚝 이정표

이정표의 화살표를 따라 영화테마길, 갈대기행길, 솟대소망길, 갈대문학길, 금빛물결마당 등이 안내되어 있는데 갈대문학길을 가 보기로 한다. 언덕에서 불던 찬바람과 달리 갈대밭을 걷는 동안은 오히려 바람이 훈훈하다.
 
갈대와 바람, 바람과 갈대 그 사이에 서 있는 시간, ‘갈대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라는 이향지 시인의 시 제목이 떠오른다. 시인은 어쩜 봄이 오기 직전인 꼭 지금과 같은 때에 그 시를 쓰지 않았을까 싶다. ‘겨울 갈대의 뿌리에 연둣빛 반란의 무리’가 내 발 아래서 간질였다. 온통 누렇게 덮인 갈대밭이다 싶었는데 바닥에 비죽이 올라와 자리 잡은 연둣빛들. 봄은 벌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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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이 새겨진 나무판
 
우화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

갈대문학길을 걸으며 시를 감상하는 기분이 특별하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은 누구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꿈을 생각하게 한다. 나무재료로 만든 종이와 펜의 형상이 문학의 상징적인 느낌을 유도한 걸까. 하지만 나무재료의 한계이듯 나무에 새긴 시의 내용은 잘 보이지 않는다. 걷다 보니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이 있다.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움이 덮친다. 마종기 시인의 시집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20대 시절의 친구 얼굴이 급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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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테마길에서 이응 받침이 떨어졌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주인공들
▲선착장에서 만나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주인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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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배우들
 
영화테마길에는 '공동경비구역 JSA'의 주요장면 한 점 만이 보인다. 서너 개의 표지판으로 세워놓은 곳에서 표지판 역시 비바람에 많이 해지고 바랬다. 장면을 설명한 글자가 선명하지 않아 그냥 희뿌옇게 보인다. 또 영화테마길의 ‘영’ 글자에 ‘ㅇ’이 떨어져나갔다. 갈대밭이 처음 만들어지고 나서 사후관리가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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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뻥 뚫리고, 일상의 스트레스가 사라질 만큼 멋진 장면들이 펼쳐지는 갈대밭. 입장료와 주차료는 없다. 사계절 내내 여행객의 시선을 잡아끄는 신비로운 신성리 갈대밭. 그곳의 꼼꼼하고 세심한 관리를 기대하며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 중간 대목을 읊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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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밭을 걷는 연인들, 푸른 하늘처럼 싱그러운 청춘이 아름답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시 '우화의 강'(마종기)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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