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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간이역에서 즐기는 느린 여행, 보령 청소역

2019.06.07(금) 08:50:47 | 경명 (이메일주소:jsh_letter@naver.com
               	jsh_letter@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일반 역보다 이용객 수가 적고 규모가 작은 역을 간이역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대략 800여 개 간이역이 있다고 합니다. 그 중 3% 정도에 해당하는 24개 역이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중에 장항선 노선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보령 청소역이 있습니다.

충남에서 유일하게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이곳은 장항선 상행 4회, 하행 4회씩 기차가 다니는 살아 있는 간이역입니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장항선 복선화 사업이 완료되면 폐역이 된다고 합니다. 막상 그 얘길 듣고 나니 그 동안 늘 지나치기만 했던 청소역을 직접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첫차를 타고 청소역에 도착했습니다. 열차에서 내리니 좁은 승강장을 사이에 두고 상행선 기차와 하행선 기차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진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승무원 안내를 받으며 잠시 열차와 열차 사이에 서 있었습니다. 덕분에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청소역 모습'을 추억으로 담을 수 있었습니다. 

청소역 첫 만남 순간
▲청소역 첫 만남 순간

잠시 두 열차 사이에 그렇게 서 있었습니다. 제 시야를 가로막고 있던 기차가 떠나면서 제 눈앞에 아담하고 소박한 청소역 역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청소역을 지나칠 때 기차 안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현대식으로 만들어진 기차역과는 확연히 뭔가 다른 분위기를 느꼈지요. 사람들이 다 제 갈길을 가고 난 홀로 남은 청소역 모습을 기념으로 남기고 싶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보령 청소역
▲보령 청소역 역사 

선로를 건너 역사 안으로 들어옵니다. 한눈에 다 들어오는 작은 공간이 전부입니다. 보령시 여행 명소에 대한 안내, 이곳과 관계 있는 연예계 관련 안내를 볼 수 있습니다. 등록문화재로 등록된 곳답게 청소역에 쌓여온 시간 흔적에 관한 안내문이나 전시물이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런 게 잘 보이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소박한 청소역사 내부▲작고 소박한 청소역사 내부

역사를 지나쳐 밖으로 나옵니다. 우측으로 가면 최근에 조성한 청소역 소공원 공간이 있습니다. 머리 위에서 날아다니는 여름 철새 파랑새 4~5마리가 시끄럽게 울면서 저를 맞이합니다. 선로를 만들어 놔서 짧지만 선로 위를 거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로를 화단 삼아 계절 따라 식물꽃도 만날 수 있도록 해 놓았네요. 

청소역 소공원
 
소공원에서 바라본 청소역▲청소역 소공원 

기차가 떠나고 난 그 자리에 새소리만 가득한 청소역 오전 풍경입니다. 잠시 쉼터에 걸터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간이역 일대를 천천히 둘러봅니다. 공원에 맑고 고운 딱새 소리가 들리기에 소리를 따라가 보니 역시나 이 친구가 가까운 곳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주위 안테나에는 까치와 파랑새들이 신경전을 벌이다가 마침내 까치가 자리를 차지합니다. 공원에 만들어진 폐선로는 큰개불알풀과 돈나물이 꽃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다시 되돌아온 역사 지붕은 참새 친구들이 휴식을 취하는 쉼터입니다. 그리고 역사 주위에서 계속해서 마주치는 제비 친구들은 멋진 간이역 길동무입니다. 
 
간이역에서즐기는느린여행보령청소역 1
 
간이역에서즐기는느린여행보령청소역 2
 
간이역에서즐기는느린여행보령청소역 3
 
간이역에서즐기는느린여행보령청소역 4
 
간이역에서즐기는느린여행보령청소역 5
 
청소역 여행 길동무▲청소역 여행 길동무

이 땅에서 간이역이 살아가는 방식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여전히 기차가 오가며 타고 내릴 수 있는 경우, 기차가 더는 정차하지 않지만, 역사를 비롯한 시설은 남아 있는 경우, 그리고 폐역이 된 후 역사가 철거되고 승강장이나 선로만 남아 있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청소역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시간이 다 흐르면 이제 기차가 다니지 않은 폐역이 된다고 하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등록문화재로 등록이 되어 역사가 철거되는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기차를 타고 이곳에 도착하는 대신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타고 기차역을 방문한다면 간이역 여행이 주는 감동은 줄어들 것 같습니다. 아직 남아 있는 시간 동안이나마 있는 열차를 타고 이곳에 찾아와 추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제 생애 두 번째 간이역 여행을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청소역을 떠나며▲청소역을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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