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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내 꿈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 준다면?

서산시 지곡면 안견기념관에서

2019.06.01(토) 10:15:09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몽유도원도 (영인본)
▲몽유도원도 (영인본)

내꿈이야기를듣고누군가그림을그리고글을써준다면 1

“이 세상 어느 곳을 도원(桃源)으로 꿈꾸었는가
은자(隱者)들의 옷차림새 아직도 완연하거늘,
그림으로 그려놓고 볼진대, 정말 좋은 일이니
천여 년을 전하여 봄 직하지 않은가.
삼년 후 정월 초하루 밤
치지정(致知亭)에서 이를 펼쳐보고 짓는다.”


이 글은 안견의 ‘몽유도원도’ 그림에 안평대군이 한시로 쓴 제시(題詩)를 한글로 뜻을 풀어놓은 글이다. 읽으니 ‘무릉도원’이 떠오른다.

‘무릉이라는 곳에 사는 어부가 시냇물을 따라 올라가 보니 사방이 온통 복숭아꽃으로 뒤덮인 언덕이 나왔다. 그 언덕 끝으로 조그만 굴이 나 있는데, 그곳으로 들어가자 너른 들판의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곳은 지금의 현실과는 너무나 다른 별천지였다. 한동안 행복하게 지내고 돌아온 어부는 다시 그곳을 찾아가고자 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속세와는 다른 어떤 이상향을 가리키는 무릉도원.

안평대군은 그런 무릉도원을 꿈꾸었을까. 그렇게 꾼 꿈을 이야기하고 그림을 그리며, 꿈에서 등장한 사람들에게 감상을 덧붙이게 하는 예능인의 감각. 1447년 음력 4월 20일, 안평대군의 꿈을 듣고 3일 만에 안견 선생이 그린 그림이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이다.
 
안견이 '지곡'사람이라는 것을 밝혀주는 글이다.
▲안견이 '지곡' 사람이라는 것을 밝혀주는 글이다

지난 5월, 서산시 지곡면의 안견기념관에 갔다. 언덕을 오르는 길 옆으로 난 주차장이 한산함을 드러내듯 텅 비어 있었다. 아무도 없는 쓸쓸한 기념관, 전시실 전체를 온전히 혼자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시된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영인본(모사본)’으로 원본과 다르지 않다고 하지만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더구나 원본은 현재 일본 나라현 천리(天理)대학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몽유도원도’는 왜 일본에 있는 걸까. 거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이 되어 있는 것은 없다. 모사본은 ‘민속화가 김혜란이 여러 차례 몽유도원도를 직접 보고 제작 당시의 몽유도원도를 재현하여 모사한 작품이다.’라고 쓰여 있다.
 
기념관 오르는 길
▲기념관 오르는 길
 
한산한 주차장
▲한산한 주차장
 
기념관 전체 내부
▲기념관 전체 내부

평화롭고 행복한 이상향을 꿈꾸던 안평대군의 주변에는 안견을 비롯한 성삼문, 박팽년, 정인지 등 문인과 예인들이 가까이 했을 것이다. 그 역시 유명한 명필가였으므로. 세종의 셋째 아들이기도 한 그는 단종을 중심으로 수양대군과 대척점을 이루었다. 수양대군이 왕이 되는 과정에서 안평대군과 가까웠던 성삼문, 박팽년, 이개 등은 사육신(死六臣)이 된다. 물론 안평대군도 형인 수양대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안평대군의 총애를 받았던 안견의 행적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안견의 본관은 ‘지곡’으로 주로 세종 때 활발한 활동을 했다. 1619년(광해군 11년) 편찬된 서산읍지인 <호산록(湖山錄)>에는 ‘본읍지곡인(本邑池谷人)’이라고 기록되어 서산 지곡면 출신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동자 안견선생 기념비
▲현동자 안견 선생 기념비
 
내꿈이야기를듣고누군가그림을그리고글을써준다면 2
 
황산 이종린 문학기념비
▲황산 이종린 문학기념비

기념관에서 바라보이는 지곡면의 평화로움이 펼쳐진다. 저 멀리 산에 송전탑이 아름다운 풍경을 확 깬다.
▲기념관에서 바라보이는 지곡면의 평화로움, 저 멀리 산에 송전탑이 아름다운 풍경을 확 깬다

두루마리 바탕에 38.7cm x 106.5cm 의 크기로 담채(淡彩)한 그림. 안견의 몽유도원도에는 안평대군의 도원을 향한 이상을 품고 있었으리라. 현실은 피비린내 나는 권력으로 싸움이 일어나고 평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천 년을 이어 후세에 전하고 싶었던 안평대군의 도원은 그래서 더 꿈을 놓지 못하고 안견의 그림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재능이 출중한 조선의 화가 안견만 생각하다가 애틋한 역사드라마를 만난 느낌이다.

기념관 주변에는 2004년에 건립된 황산 이종린 문학기념비가 있다. 그는 서산 출신으로 3.1운동 후 일제말기에는 항일언론활동을 하기도 했으나, 역사문제연구소의 친일반민족행위 704인 명단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안견기념관
위치: 서산시 지곡면 안견관길 15-17
관람시간: 09:00~18:00 월요일 휴관
문의: 041- 660-2536 관광해설 신청은 사전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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