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숭총림 수덕사 산문을 지나는 길가에는 부처님 오시는 4월 초파일을 앞두고 눈부신 사월의 벚꽃이 만발하다. 길가의 수선화와 벚꽃이 한창인 주말에는 수덕사를 찾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수덕사는 사계절이 아름다운 곳으로 가람 일직 선상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해탈문이라고도 부르는 일주문을 지나면 좌측에는 고암 이응로화백의 사적지 수덕여관 그리고 1920~30년대에 여성해방운동을 부르짖으며 신여성으로서의 삶을 살다간 비구니 스님 일엽스님의 수행처 환희대가 있다
동양 수묵화에 서양의 추상화를 접목해 독창적인 예술작품을 탄생시킨 예술의 거장 고암 이응로 화백의 부인 박귀희 여사의 애환을 느낄 수 있는 수덕여관 초가집이 있다. 평생을 남편을 기다리며 이곳에서 숙박업을 하며 지냈던 한국여인의 쓸쓸한 이야기들이 봄꽃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수덕사의 3대 방장 원담선사의 부도탑 앞에 서면 스님의 법어가 세속의 사람들에게 한줄기 깨달음을 얻게 한다. 원담선사는 " 누가 어느 절이 좋으냐고 묻거들랑 어느 절에 가라고 일러주지 말고 바로 네가 너 자신을 찾는 길이 곧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는 길이다." 라는 말만 전해 주라고 하셨다
명나라의 승려 포대 화상 옆에는 연분홍 매화가 활찍 피어나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루고 있다.
수덕사는 우리나라 최초 유학생 일엽스님, 본명 김원주와 최초 서양화가 나혜석 등 신여성들이 거쳐 간 곳으로 봄꽃이 한창인 지금 경내를 걸으면 옛 이야기들이 일장춘몽의 봄을 느끼게 한다. 일엽스님은 여승의 노래 주인공으로 수덕사가 비구니사찰로 알려진 인물이다. 속세의 고뇌를 불심으로 승화시킨 일엽 그리고 그녀의 친구 나혜석은 일엽따라 스님이 되고자 했지만, 만공스님의 불허로 수덕여관에서 3년을 머물다가 결국은 속세를 떠돌다가 무연고로 사망하게 된다.
길가에 피어나는 노란 수선화와 벚꽃들이 피어나는 수덕사를 걸으며 옛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살다간 불심 속에서 속세의 번뇌를 잊고 드디어 나를 찾는 길에 이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