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여행을 하다보면 천주교성지가 참 많은데 천안에는 성거산성지가 있다. 천주교 박해가 심하던 신유박해(1801년) 부터 병인박해(1866년) 끝날 때까지 신자들이 비밀리에 모여 살던 교우촌이 형성되었던 곳으로 특히 프랑스 선교사 신부들이 은신처로 사용하며 사목활동을 하였던 곳이였다고 한다.
 


천안 성거산성지에는 성거산, 교우촌 출신 순교자 23명 중 병인박해 때에 순교한 소학골 출신 5분의 순교자들과 많은 무명 순교자들의 줄무덤이 있다. 종교적 신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순교자들에게는 목숨처럼 소중히 지키고 싶었던 것이 바로 천주교였던 것 같다. 성거산성지순례길은 그리 길지도 힘들지도 않은 코스라 순례자가 되어 순례길을 걸어보아도 좋을 곳이다.  

▲제 1무덤

순례길은 제1줄무덤, 쉼터, 십자가의길, 성모광장, 성모상, 제2줄무덤, 순교자의길, 소학골교유촌으로 이어져 있다. 제일 먼저 만난 제1무덤 앞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태어났을 때는 분명히 이름이 존재했을텐데 그들의 묘소에는 이름이 없다. 그들이 믿는 종교를 자유롭게 믿을 수 있는 따뜻한 세상에서 그들의 이름이 원없이 불려지기를 축복해본다. 


▲쉼터

순례길에 나선 신자들이 쉬어가는 쉼터다.  


▲성모광장

전국 각지에서 신자들이 참 많이 오셨다. 


▲성모상 


▲십자가의 길 


▲무명 순교자들을 상징하는 야생화

순례길에는 곳곳에 무명순교자들을 상징하는 야생화가 피어 있다. 
계절별로 금꿩의다리,참나리,구절초,꽃범의꼬리,은방울꽃,종지나물, 천남성 등의 야생화들이 피어난다. 걷다보면 현재 가을 야생화는 향유와 구절초를 종종 만날 수 있었다.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야생화처럼 그들이 지켜낸 굳건한 믿음과 야생화는 많이 닮아있는듯 싶다. 


▲제 2줄무덤

십자가의 길에서는 예수님이 짊어진 가늠할 수 없는 십자가의 무게를 가늠해보기도 하고 줄무덤과 순교자의 길에서는 무명순교자가 되어 순례길을 걸어보았다.
 


그 짧은 걸음으로 예수님과 순교자의 마음을 완전히 헤아리기는 힘들겠지만 무엇보다 성스러운 곳에서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고 요즘처럼 걷기 좋은 가을날에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힐링이 되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을 것인데 단풍이 곱게 물들어가는 가을날에 성거산성지로 힐링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천주교성거산성지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위례산길 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