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의 행단길에 들어서면 서늘한 기운에 더위도 말끔하게 식혀주는 그림이 펼쳐진다.
졸졸 흐르는 작은 시냇물이 무척이나 맑아 들어가 손을 씻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맹사성 고택 안 쪽문을 벗어나면 또 다른 맹사성 정승과 관련된 구괴정을 찾을 수 있다.
고택을 구경하고 이곳을 잊거나 놓치는 경우가 많으니 구괴정도 꼭 잊지 말고 챙겨보시길 바란다.
무료입장인 덕에 맹사성 고택은 언제든지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고택의 마당을 가로질러 담장 너머로 나아가면 여름꽃 배롱나무 늘어진 길이 나온다. 저 멀리 자세히 보면 큰 정자가 무성한 나뭇가지에 묻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이 바로 맹사성, 황희, 권진 조선시대 3정승이 모여 국사를 논하였던 곳으로 삼상당이란 현판이 붙혀져 있으며, 삼정승이 각각 세 그루의 나무를 심었던 정자라 하여 구괴정이라 불리운다.
비교적 경사진 곳에 위치한 구괴정에 올라 정자 아래를 바라보면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시원하고 조용하다.
삼정승이 바른 정사를 논할 수 있었던 명당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조정의 정승들이 모여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 회의를 하는 모습은 요즘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한다. 그런 마음에 그들의 견학 코스로 적극 추천해보고 싶을 정도다.
이곳 온양이 본가인 맹사성은 조선시대 청렴한 선비상으로 지금까지도 그의 위인 됨을 얘기한다.
마침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 맹사성에 관한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정승임에도 불구하고 권위 의식을 버리고 농민으로 변장하기 위해 검은 소를 타고 다녔다는 그, 그 소 또한 특이한 모습에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맹사성이 구제하여 일생 동안 데리고 다녔을 정도이니 주인에 대한 사랑이 대단했을 것 같다. 그래서 그가 세상을 하직한 후에는 검은 소가 사흘을 식음 전폐하고 따라 죽었다는 일화도 있다.
맹사성의 청렴정신과 미물에 대한 사랑은 그가 높은 자리에 있는 정치인이라 더 돋보인다.
권력과 재물이 줄을 선 그 시대의 정치 속에서도 지조를 잃지 않고 정직하게 살아온 고불 맹사성이 현대 시대에도 잊지 않고 회자되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