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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뉴스

성별 안에 갇힌 세계…윤리적 탈옥을 꿈꾸다

젠더 토크 콘서트

2017.07.09(일) 15:46:21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충남 젠더거버넌스가 지난 14일 공주 고마아트센터에서 출범식을 갖고 힘찬 첫발을 내딛었다. 젠더거버넌스는 향후 양성평등 도정의 구심점이 된다.

▲ 충남 젠더거버넌스가 지난 14일 공주 고마아트센터에서 출범식을 갖고 힘찬 첫발을 내딛었다. 젠더거버넌스는 향후 양성평등 도정의 구심점이 된다.


성별안에갇힌세계윤리적탈옥을꿈꾸다 1


“박 씨 집안 제사 준비에 박 씨는 정작 없네요”

지난 14일 젠더 토크 콘서트가 열린 공주 고마아트센터는 한 바탕 웃음이 쏟아졌다.

제사상 위에 펼쳐지는 남성과 여성의 긴장감이 한마디 말로 압축돼 전해지자 젠더 토크에 참여한 남·녀 모두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중 며느리처럼 보이는 누군가는 격렬한 공감을 보였고 장남처럼 보이는 누군가는 논리적으로 동의한다는 정도의 약한 공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정도는 달랐지만 제사상 위에 펼쳐진 성별 위계질서는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모두 동의했다.

이날 토크 콘서트에서는 남자 혹은 여자라서 경험한 불편함에 대한 고발이 이어졌다.

제사는 물론 어머니의 성을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에서부터 여성이기 때문에 당하는 저평가, 남자라는 이유로 말살해야 하는 감정의 권리까지 성별에 갇힌 세상의 민낯이 드러났다.

일상에서 남자다움 혹은 여자다움이라는 성별의 억압이 어떻게 개입하고 펼쳐지는지, 또 어떻게 성별 위계질서를 공정하고 윤리적 관계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 이날 토크를 통해 살펴봤다.〈편집자주〉

프레임에 갇힌 남과 여
일상의 억압은 다양해

 
“여러분들은 남성 혹은 여성으로 살면서 힘들었을 때가 있습니까?”
젠더 토크를 통해 던진 질문에 반응은 뜨거웠다. 일상에서 성별 억압에 눌려있던 하소연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성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억압들은 일상에서 언어를 비롯해 이름과 능력, 감정 영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이채민 여성정책개발연구원은 언어와 대화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이 연구원은 토크 콘서트를 시작하며 “대화를 통해 사회적으로 남성·여성에 씌워진 프레임을 재구성해보자”고 제안했다. 대화와 이야기가 있어야만 일상의 경험이 드러나고, 이 일상의 경험을 마주할 때 비로써 성별 프레임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접근법 이었다.

자녀의 이름에 어머니의 성이 배제되는 현실도 문제로 부각됐다.

패널로 참여한 김김혜영 천안 여성의전화 대표는 “부모님 성이 모두 김 씨이며 두 분의 성을 같이 쓴다”며 “그런데 군대 등에 성평등 강의를 위해 방문하면 명찰에 김혜영이라고 표기한다”고 말했다.

특히 아들을 위해 딸이 희생해야만 했던 지난 시절에 풍습과 제사 형식에 대한 성찰도 이어졌다.

이채민 연구원은 “여성으로 살면서 힘들었을 때가 있냐는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이 남동생이나 오라버니의 학비를 대주느라 공부를 못했다는 의견”이라고 발표했다.

또 이 연구원은 “특히 결혼 후 제사를 지낼 때 힘들다”며 “박 씨 집안 제사를 박 씨가 아무도 안 해 충격이었다”고 고백했다.

능력을 무시한 잘못된 평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김혜영 대표는 “억울할 때가 많다. 일을 할 때 상대방 남자보다 내가 능력이 있는 것 같은데 나중에 보면 남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며 “여성은 능력이 아닌 외모 같은 것을 많이 본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이 경력 단절과 한부모 여성들의 취업 환경을 열악하게 만든다는 것이 김김혜영 대표의 진단이다.

김김혜영 대표는 “천안에 한부모 모임이 있는데 이분들이 취업을 할 때 항상 자신들의 능력과 맞지 않는 일자리로 간다. 경력단절여성도 마찬가지”라며 능력에 따른 공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독박육아 등도 여성이기 때문에 감당해야 하는 과제로 부각됐다.

반면 남성이기 때문에 불편한 일은 감정의 측면 이외에 쉽게 부각되지 않았다.

허성우 여성정책개발원장은 “제자 중 한명이 슬픈 영화를 봐도 남자라서 울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감정을 표현하면 남성적이지 않다는 억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등으로 가는 길
제도인가 사람인가

 
토크 콘서트의 두 번째 질문은 ‘성평등한 충남을 만들기 위해 제일 먼저 바꿔야 하는 것’이었다.

이 질문에 대해 한편은 개인적 차원의 접근에 무게를 뒀고 다른 한편은 제도·구조적 차원을 중시했다.

김김혜영 대표는 일단 제도적 변혁에 주목했다.

김김 대표는 “앞자리에 나서는 분은 결국 남성이며 여성은 옆에서 보조한다”며 “중요한 것은 일자리와 의사결정 조직에 여성 비율을 아예 50% 넣으면 확 바뀔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김김 대표는 “충남 성평등 지수 중 의사결정 분야가 가장 낮은데 결단이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남궁영 행정부지사도 좋은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남궁 부지사는 “왜 국가는 실패하는가라는 책이 있다. 국가의 흥망에는 제도가 큰 영향을 준다는 내용”이라며 “제도를 잘 설계하는 나라는 흥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제도를 만드는 것은 국민이다. 좋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 좋은 거버넌스 체제를 갖춰야 한다”며 “좋은 제도가 만들어지면 공무원은 자동으로 그를 따라 일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첫 발을 디딘 ‘충남 젠더거버넌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남궁 부지사는 “오늘 젠더거버넌스가 출범한 중요한 날이다”라며 “도의 각각 요소를 살피고 양성평등 제도를 열심히 찾아 제안하면 제도가 바뀐다”며 “안희정 지사의 리더십도 중요하나 혼자할 수 없다. 제도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며 젠더 거버넌스의 임무는 막중하다”고 역설했다.

장미진 아산 젠더포럼 대표는 제도적 정비와 함께 개개인 의식의 전환을 위한 교육도 중요하고 주목했다.

장미진 대표는 “스스로 공부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교육이 정말 필요하다. 유아부터 노인까지 젠더 거버넌스를 통한 성평등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여성성을 어떻게 우리 사회의 주요 요소로 드러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같은 위치에 있어도 여자보다 남자의 말에 권위가 실리고 일·가정 양립에 있어 가정 영역의 업무가 소홀히 여겨지는 사회적 풍조를 개선하려면 일단 여성성의 가치가 무엇인지 드러내야 한다는 게 참여자들의 의견이었다.

이채민 연구원은 “굉장히 오랫동안 성 관련 문제들이 뿌리 깊이 박혀 있고 익숙해져 있다”며 “여성이 새롭게 등장하면 이러한 행태들에 문제가 제기 될 것이고 생각을 고치는 지점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굴러가는 바퀴
젠더 거버넌스 시스템

 
‘젠더 거버넌스 활성화 방안은 무엇인가’ 토크 콘서트가 던진 마지막 질문이다.

무엇보다 거버넌스의 목표는 일보 전진이 중요하고 결국 그 원동력은 사람이라는 게 패널과 참여자들의 의견이었다.

남궁영 부지사는 “일단 시스템은 잘 갖췄으나 이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여기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책임”이라며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냐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참여를 보장하는 데 집중할 것을 표명했다.

안정선 충남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용기를 갖고 일보 전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시사했다.

안 위원장은 “양성평등의 요구를 당당하게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거버넌스 활성화를 위해 여러분은 앞장서 무조건 나가야 한다”면서 일보 전진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충남도는 젠더 거버넌스를 얼마나 적용했는지 평가지표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시스템적인 접근도 중요하나 아래로부터의 성평등에 대한 요구를 확산시키는 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뒤따랐다.

장미진 대표는 “여성농업인의 문화 복지를 위해 행복 바우처 제도를 실행하는데 잘 수용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우선 교육과 홍보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평등 또한 외지에 있는 분들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요구된다”며 “주민자치센터 등을 이용해 인권과 성평등 교육을 찾아가는 시스템으로 하자”고 제언했다.

한편 거버넌스 시스템의 활성화를 위해 예산과 인력 등 실질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김혜영 대표는 “성평등 지수가 낮은 분야에 대한 실태조사와 토론, 정책화를 하려면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며 “적재적소에 많은 분들이 일할 수 있는 구조를 거버넌스에 만들어 준다면 충남의 성평등 지수가 1단계까지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재현 gaemi2@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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