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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은 나답게 살자는 것 나다울 때 민주주의는 가능”

인터뷰 - 허성우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

2017.07.09(일) 15:31:10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양성평등은나답게살자는것나다울때민주주의는가능 1



 
멋있게 산다는 것은 나는 나답게 혹은 너는 너답게 사는 일이다.

성별에 갇힌 세상에서 남자처럼 혹은 여자처럼 살아야만 한다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외부에서 주워진 선호나 욕망의 공식을 따라 살아간다면 우리는 삶 속에서 그 어떤 자유와 긍지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일차적 관계인 남녀관계에 억압과 위계질서가 있다면 우리 사회에 민주성은 없습니다.”
양성평등을 묻는 질문에 제7대 허성우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의 대답은 바다처럼 잔잔하지만 무겁게 밀려들어왔다. 양성평등은 나답게 살아가는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라는 게 허 원장의 확신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여성 운동을 펼쳐온 허 원장에게 양성평등은 평생에 걸쳐 풀어내야 할 숙명과 같은 숙제이다.

그녀에게 양성평등은 단순히 남자·여자의 이분법적 대립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선다. 성별에 갇힌 세상을 철폐하고 사람 그 자체의 나다움을 회복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지난 14일 충남 젠더 거버넌스가 본격 출범하며 양성평등 도정이 본궤도로 진입하고 있다. 충남의 양성평등 정책이 개인의 자유와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허성우 원장에게 들어봤다.〈편집자주〉

젠더정책 사회전환 출발점
개인 영역 변화 함께 가야
 
남녀 위계질서는 억압관계
정책 실행 강제력 높여내야


-양성평등 정책이 본격화되는 중요한 시기에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으로 오셨다. 어깨가 무겁지 않은가.
“시기가 좋다. 일단 여성정책개발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긍정적 환경 조성됐다. 앞서 6대 안정선 원장님 오셔서 여성개발원 행정적·조직적 부분을 정비해 주셨다. 연구원 수도 늘어나는 등 규모의 성장도 있었다. 도정에서 비주류였던 여성정책의 위상을 높이고 개발원의 정체성과 역할을 강화시켰다. 이런 면에서는 좋은 시점에 왔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좋은 흐름을 더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하고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
 
-여성운동가 출신이다. 양성평등의 감수성에 눈을 뜨게 된 계기가 있나.
“과거 대전여고를 가려다 탈락해 재수하게 됐다. 학원 첫 수업 끝나고 화장실 가려했는데 여성용이 없었다. 관리 아저씨에게 물으니 300m 걸어가 원장님 댁 2층을 쓰라했다. 여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겪는 불편이 많았다. 여름에 웃통을 벗을 수도 없었다. 체력장 연습을 하면 남자들이 보고 가슴이 크고 덜렁 거린다며 웃는다. 수치심을 느꼈다. 여성이 왜 놀림감이 돼야하나.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여성으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을 화두로 책을 찾았다. 1981년 여성학 동아리를 만들고 여성 운동에 나섰다. 졸업이후 대전 여민회 창립을 주도하게 됐다.”
 
-그동안은 시민사회 영역에서 양성평등 운동을 하셨다. 지금은 제도권 안에서 노력하고 계시다. 어떤 차이가 있나.
“시민 사회에서 개개인 일반이 스스로 변화해 가는 여성 운동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 정책도 중요한 요소다. 다만 그동안 국가 정책은 여성정책을 왜곡한 측면이 있다. 양성평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고민하지 않았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과 차별의 문제를 직면하지 않았다. 젠더 권력이라는 근본 문제를 공식적으로 토론하는 장이 전무했다.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 일하는 게 편안하지만은 않다. 정부와 제도권 내에서 여성 담론의 장을 넓히는 게 나의 역할이다.”
 
-충남도가 일단 제도적 측면에서 양성평등 위한 지평을 넓혔다. 더 보완할 사안이 있나.
“제도 변화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구조나 제도의 변화가 곧장 모든 개인의 변화를 결과하지 않는다. 제도적인 노력과 병행해 개인 영역의 미시적 변화를 위한 작업도 같이 가야 한다. 이는 가치와 문화, 의식과 행동에 관련한 문제다. 일예로 지난 90년대 개인 영역의 변화를 시도한 ‘영 페미니스트’ 운동이 있었다. 개인의 친밀한 관계와 언어, 행위 자체에 가부장의 가치가 침투했다는 게 이들의 문제의식이었다. 지금도 이런 식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며 문화 운동과 몸의 정치학 등을 제기한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구조 및 제도와 마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의 변화와 사회구조의 변화는 본래 분리된 게 아니다. 같이 갈 수 있는 새로운 운동 양식이 필요하다. 주의할 것은 제도적 힘이 먼저 압력으로 들어오면 스스로 생각하는 공간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왜 성폭력 교육을 받아야하는가 식의 저항이 있을 수도 있다. 의도하지 않은 역효과를 민감하게 살필 것이다.”

-양성평등은 시대적 요구인가.
“우리 사회에 양성평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강남역 출구 여성 살해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경각심이 일어났다.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에 대한 고민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현상을 페미니즘 리부팅(rebooting) 혹은 새로운 물결이라 표현한다. 소수 학자나 활동가가 아닌 평범한 일반 성인들 사이에 성차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양성평등에 대한 요구와 인식이 시민 전체의 관심사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부터 양성평등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충남도 또한 지난해 양성평등2030이라는 로드맵을 내놨다. 양성평등 로드맵을 실행하기에 긍정적 환경이 조성됐다고 본다. 이 로드맵대로 실천한다면 많은 남성과 여성이 행복하게 살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양성평등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저항은 두렵지 않다. 오히려 양성평등이 진정성 있게 실행되면 저항하는 비율보다 공감하는 비율이 더 많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대적 흐름을 어떻게 대응하고 이어가느냐다. 양성평등은 인류가 지향해야할 가치다. 전 세계적 흐름이다. 받아들이는 것은 속도의 차이일 뿐이다. 구성원 모두의 속도를 일치시킬 수 없다. 점차 많은 사람들이 흐름에 동참할 것이다.”
 
-안희정 지사가 양성평등을 민주주의로 나가기 위한 최후 과제라고 하셨다.

“민주주의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평등하고 자유로워야만 이룰 수 있는 가치다. 한 인간과 다른 한 인간이 서로 존중하고 자기가 가진 특이성 아래 살아가고 존중받을 때 관계가 평등하고 자유롭게 된다. 인간의 일차적 관계는 남녀관계다. 이 관계가 위계질서라면 기본적으로 억압적 관계가 된다. 억압의 관계에는 민주성이 없다.”
 
-남녀의 위계관계를 철폐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자기의 성적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임신과 출산을 비롯해 몸과 관련된 성적인 문제에 대해 해방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 세기 여성은 사회 재생산을 위한 출산 도구 혹은 인구 통제의 도구로 인식돼 왔다. 근본적으로 이런 인식 전반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없으면 단순히 경제참여 수준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된다. 자기 특이성으로 각자가 살아갈 수 있을 때에만 우리는 상호 윤리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 윤리적 관계는 더 좋은 민주주의의 초석이 될 것이다.”
 
-기관 명칭을 보면 개발이 붙어 있다. 여전히 개발 담론은 강하다.
“최근 각 지역 여성정책 관련 기관이 개발 담론과 결별하는 추세다. 충남발전연구원도 지난해 충남연구원으로 개명했다. 현재 도와 정관 개정 협의에 있다. 명칭 변경을 계획 중이다. 개발 담론은 여전히 강하다. 어제 대통령 공약실행 민관협의회를 참석했다. 공약 대부분이 발전과 개발이다. 이제는 발전에 앞서 여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경제 개발이 아닌 삶의 개발로 가야한다.”
 
-양성평등2030을 간단히 설명해 달라.
“충남이 어떻게 성평등 사회로 나갈 것인가의 고민 속에 나온 결과다. 중요한 가치를 보면 다양성과 권리의 형평성, 배제된 이들을 포용하는 포괄성 등 3가지다. 주요 가치 아래에 10개의 추진 전략을 갖고 있다. 제도적으로 젠더 혁신 시스템을 구축하고 건강과 안전, 자원배분, 평화로운 일상의 삶에 이르기까지 포괄적 주제를 아우르고 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 만들었다. 미래의 청사진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젠더 혁신 시스템이다. 모든 도정을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조정하기 위한 제도적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젠더 거버넌스는 어떤 역할을 하나.
“젠더의 관점에서 정책적 요구를 만들고 실질적 계획을 수립하는 기능을 한다. 이를 도정 전반에 정책으로 연결하는 구심점이다.”
 
-아쉽거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양성평등 정책이 실행될 수 있도록 강제력을 높여낼 필요가 있다. 여성정책을 도정의 주류 정책으로 끌고가려면 실행 요구에 대해 강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요구된다. 또 젠더 전문 인력이 확충돼야 한다. 여성정책 연구원이 싱크탱크 역할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인력과 재정이 뒤따라줘야 한다. 현재 도내 각 지역의 성평등 실태 조사도 없다. 탄탄한 조사를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하려면 지금의 규모로는 한계다.”
 
-향후 계획은.
“결국 양성평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가장 잘 파악하는 것은 연구원이다. 정책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도청 공무원과 협력하는 등 구체적인 실행력이 갖춰지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박재현 gaemi2@kroea.kr
 
〈약력〉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 석사(1995)
·University of Sussex 여성운동정치학 박사(2006)
·사)대전여민회 상임 대표(’89.02~’92.02)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06.03~’09.08)
·성공회대 NGO 대학원 실천여성학 전공 조교수(’12.03~현재)
·제7대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17.03~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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