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여행

밀애를 보장하는 초록의 장막 ‘연인 나무’

이야기로 만나는 천리포수목원 ⑮실바티카니사

2017.07.09(일) 15:06:44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폭염이 쏟아지는 한 여름, 실바티카니사는 두 팔을 벌려 오는 이를 시원한 그늘로 감싸 안는다. 연인들이 들어가면 밖에서 잘 보이지 않아 밀애를 즐길 수 있다.

▲ 폭염이 쏟아지는 한 여름, 실바티카니사는 두 팔을 벌려 오는 이를 시원한 그늘로 감싸 안는다. 연인들이 들어가면 밖에서 잘 보이지 않아 밀애를 즐길 수 있다.


벌들에게는 꿀이 있는 연두색의 꽃이 중요하다.

▲ 벌들에게는 꿀이 있는 연두색의 꽃이 중요하다.



숲처럼 펼친 울창한 가지
찾는 이마다 꼭 끌어안아
 
가을철 붉은 단풍은 황홀
꿀·열매로 벌과 철새 인기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요즘, 반갑지 않은 무더위까지 시작되었다. 전국의 해수욕장도 때 이른 더위에 개장을 서두르고, 수목원 가까이 있는 만리포해수욕장은 개장 전인데도 많은 인파가 몰려 시끌벅적하다. 도시의 한낮기온이 30도를 웃도니 한여름도 아닌데 뜨거운 6월을 보내고 있다. 서울 동생네는 에어컨을 빵빵하게 켜두어야 살 것 같다하니 그나마 나는 참 행복한 곳에 살고 있구나 싶다. 솔향기 맡고 산책하듯 오가는 수목원 사택에서 살며, 바다와 맞닿아 있는 시원한 천리포수목원에서 일하고, 더구나 나무 그늘하면 남부럽지 않은 ‘실바티카니사(Nyssa sylvatica Marshall)’를 지척에 두고 있으니 말이다.

‘실바티카니사’는 니사과의 낙엽성 교목으로 북미가 원산이다. 어릴적에는 피라미드 형태로 가지가 밖으로 뻗으며 아래로 갈수록 넓게 자라다가 점차 가지가 아래로 처지며 자라게 된다. 다 자라면 20~25미터 높이까지 자라고, 옆으로도 10m로 넓게 자라다보니 나무의 중심부에 여유가 생겨 어른 10여명이 족히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의 큰 공간이 만들어진다. 마치 신석기시대 움집 같다고나 할까. 늘어진 가지마다 거꾸로 선 달걀모양의 잎이 5월 중순부터 나기 시작하여 여름에 녹음이 우거지면 초록빛 큰 우산처럼 비도 피하고 뙤약볕도 피하는 쉼터가 되어준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늘 이 나무 아래에는 사람들이 모인다. 특히나 천리포수목원에서는 가지가 땅에 닿을 정도로 뻗어나 있다. 연인들이 들어가면 밖에서 잘 보이지 않아 사랑의 밀어를 속삭인다하여 ‘연인나무’란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잎은 여름철에 윤택이 나면서 짙은 녹색이었다가 가을에 되면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으로 단풍이 든다. 그 빛이 찬란하기 그지없어, 나무 안에서 위를 올려다 볼 때면 황홀지경이 따로 없다.

연인들에게 데이트 장소를 제공하는 데는 잎사귀가 한 몫 하지만, 벌들에게는 이 나무 잎 보다 볼품없는 연두색의 꽃이 더 중요하다. 니사나무는 보통 잎과 함께 자잘한 꽃이 피어난다. 천리포수목원 큰 연못 한 켠에 우뚝 서있는 니사나무의 경우 수꽃이 많이 보이고, 맞은편 작은 연못 쪽에 있는 나무는 암꽃이 많이 보여 남자나무, 여자나무로 분리해서 “연인관계다”, “삼각관계다” 말하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잡성화이다. 수꽃만 피는 나무와 암꽃만 피는 나무가 분리되어 있기도 하고, 한 그루 나무에 수술과 암술을 모두 갖추고 있는 꽃과 암·수가 나뉜 꽃이 같이 피기도 해 잡성화로 분류된다. 꽃은 크기가 매우 작지만 나무 전체를 감싸듯이 많이 달리고 꿀이 많아 밀원식물로서 가치가 크다. 꽃이 지고 나면 신맛을 내는 검푸른 열매가 열리는데, 가을 철새들에게 중요한 먹이가 된다. 새들에게 인기가 많아 외국에서는 공원이나 정원에 새를 불러들이는 용도로 이 나무를 식재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투펠로(tupelo)로 불리는 이 나무는 1975년 5월 3일 미국의 헤스(Hess)농장에서 천리포수목원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투펠로는 18세기 북미 원주민 크리크족(Creek)의 언어에서 유래되었는데 ‘나무‘란 뜻의 ‘ito’와 ‘늪’,‘습지’란 뜻의 ‘opilwa’의 합성어로 ‘습지 나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당시 원주민들이 토양이 습한 호수가나 강주변의 모래나 점토에서도 잘 자라는 이 나무를 두고 그렇게 이름을 붙였던 것 같다. 학명에서 ‘니사(Nyssa)’는 그리스신화의 아름다운 물의 요정 ‘님프(Nymph)’에서 유래되었다. ‘실바티카(Sylvatica)’는 라틴어에서 ‘숲’을 의미한다고 하니 ‘숲에 사는 물의 요정’ 정도로 해석해보면 어떨까? 의미를 알고 나서 이 나무를 보면, 딸아이가 즐겨 보는 만화에 등장하는 요정 팅커벨이 떠오른다.

때 이른 더위가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요즘 ‘실바티카니사’의 그늘 아래서 요정이 부리는 마법같은 숲 내음에 취해 잠시나마 더위를 잊어본다. 만화 속에 나오는 요정들은 신비한 요정가루를 뿌려 계절을 바꾸기도 했는데… ‘숲에 사는 물의 요정’ 실바티카니사가 푸른 그늘을 넓게 펼쳐주듯이 후한 인심을 써 비라도 내려주면 정말 좋겠다!.
●천리포수목원 041-672-9982
최수진/천리포수목원 홍보과장
bestpr@chollipo.org


 

도정신문님의 다른 기사 보기

[도정신문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