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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뉴스

“가로림만은 지역의 자원이자 국가 전체의 보고(寶庫)”

모두 함께 새로운 충남 ⑤ 가로림만이 주는 행복한 환경

2017.05.25(목) 14:00:37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가로림만은지역의자원이자국가전체의보고 1


인간은 자연에 ‘머물다 살아가는’ 작은 손님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갯벌과 어촌계 지켜야

과거와 미래가 이어지는 갯벌

 
가로림만(加露林灣).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이슬이 모인 숲’이다. 가로림만 그 자체가 갯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자의 뜻이 정확하든, 한글 풀이가 정확하든 ‘가로림만’은 이름 그 자체에도 매우 중요한 환경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자연을 두고 ‘개발과 보상의 이익’을 취할지, ‘후손에게 물려줄 환경적 가치’를 취할지 고민하는 일을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로림만을 훼손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중에 하나 천혜의 생태환경에서 자라는 점박이 물범의 이동경로가 막힌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천연기념물 331호인 점박이 물범은 겨울을 중국 발해만에서 보내고 4~10월 가로림만 조력건설 예정지 안쪽에 와서 서식하는데, 조력댐이 건설되면 이들의 이동 통로가 막히게 된다.

또한 가로림만 지역의 뚜렷한 특징을 이룬 문화는 언어나 음식뿐만 아니라 지역 사람들의 정신세계에도 영향을 끼쳤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역 문화의 특징을 생산해 낸 가로림만이 이 지역을 다른 지역과 특색 있게 만들었으므로, 가로림만을 지켜내는 것 그 자체로 지방화 시대에 어울리는 지역의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일이며, 가로림만을 훼손하려는 조력발전 계획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는 게 그동안 어민들과 대책위의 입장이었다.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반대 대책위원장 박정섭 씨를 만났다.

“여기 태어나서 외지로 떠나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가로림만에 있는 우도로 9살 때 이사 왔죠. 소처럼 생겼다고 해서 우도예요. 여기서 학교를 다녔어요. 어느 날 분교가 생기기도 했죠. 여기를 보면 천지가 바다예요. 학교 다니며 보이는 게 바다였죠. 지금도 바다, 그리고 고기들이 새끼 치는 것, 그것 밖에 없어요. 그게 가로림만이에요.”
 

가로림만은지역의자원이자국가전체의보고 2


생태계 보전은 후손의 유산

 
참으로 긴 시간을 걸쳐 싸워왔다. 가로림만에 조력발전소가 들어선 다는 것을 알고 부터다. 개발의 이익보다는 가로림만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당위가 박정섭 씨와 주민들을 사로잡았다. 누가 가르쳐 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일찍이 자연은 결코 공짜가 아님을 알았다. 오랫동안 바다와 함께 살아왔던 바닷사람들의 직감이었다.

“조력발전소가 들어와서 지역에 보상을 받고 나가면, 정말 나한테 이득이 될까? 저도 생각을 해봤습니다. 누구에게나 유혹이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누구의 이익일까. 나 혼자만의 이익이라고 판단한 거죠. 우리 모두의 것이라면 동의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왜냐면 이 바다는 우리의 소유가 아니잖아요. 후손들한테 빌려서 사용하다가 우리가 내줘야 하는 바다인데, 선조들이 그렇게 해 와서 우리한테 물려 준건데, 잘 관리해서 후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 생각은 변함이 없죠.”

모질게 싸웠다. 도보행진을 했고 거리로 나섰다. 발전소 건설 반대 투쟁으로 천막생활도 해봤다. 고기만 잡아왔던 뱃사람이 8년간 난생 처음 해본 일을 숱하게 해 봤다. 그렇게 해서 지키고 싶었던 ‘갯벌’은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고기는 큰 바다에서 새끼를 안쳐요. 갯벌에서 새끼를 쳐요. 유기물이 많기 때문이죠. 육지와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유기물이 많아 새끼를 낳고, 많이 먹고 자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가로림만 같은 작은 갯벌이 있어야 서해, 남해, 동해안에 고기가 있는 거라고 봅니다. 바다는 자연적으로 고기가 새끼를 치는 곳이잖아요. 바다와 갯벌이 훼손된다면 국민들의 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 여기에서 나는 고기가 국민의 밥상에 올라가잖아요. 어민들에게 갯벌은 예치금 없는 저금통장이라고 할 수 있죠. 바다에는 무궁무진한 수산자원이 있잖아요. 저는 그 생각을 하기때문에 바다는 내 것이 아니고 국민의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갖는 거죠.”

박정섭 위원장은 갯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갯벌이 왜 중요한지, 그것이 왜 인간의 것이 아닌지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그는 생태적 가치와 과학적 확신을 강조하지 않았다. 다만 자연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신념이 강했고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이 뜨거웠다. 더불어 자연을 경외하는 자세가 있었다.
 
어촌계 회복은 남은 과제
 
하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오랫동안 반대 투쟁을 하며, 찬성해왔던 주민들과 보이지 않은 마음의 벽이 생긴 것이다.

“처음에 우리 지역 주민들은 형제보다 가깝게 지냈어요. 발전소를 만들겠다는 기업들이 들어와서 주민을 한 사람 한 사람 만나서 유혹을 했죠. 매번 놀랐어요. 그들이 어떻게 주민들을 설득하는지, 그런 유혹을 겪어 보지 않으면 이런 애기가 안 나와요. 결국 돈과 보상으로 쉽게 찬성을 해주고, 지역이 완전히 붕괴되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참담해요. 누구한테 하소연할 곳도 없죠. 어떻게 하면 이 갈등을 풀 수 있을까, 지금은 그게 고민이에요.”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이 사실상 백지화됐을 때 이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육십 평생을 산 고향을 되찾은 기분이었을까. 긴 싸움을 끝낸 후련함이었을까. 개발의 논리와 자본의 발전은 무차별하게 한 마을과 이웃을 무너뜨렸다. 자연은 지켜졌고, 주민들의 싸움은 승리했지만, 살아남은 이들에겐 여전히 또 다른 숙제가 남겨져 있다.

“지금은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큰 갈등은 없어진 상황인데요, 아직 가시지 않은 것은 있죠. 그때 당시 앞장선 주민들과 대립해있어요. 어떻게 하면 갈등이 풀어질까 고민하며 사는 중이에요. 제가 10년 넘게 어촌계장을 하고 있는데, 어촌계장직을 내려놓으면 갈등이 사그러질까 생각도 해보고요. 당시에 조력발전소를 찬성했던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하면서 그들에게 나은 경제적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도 하죠.”

이제 가로림만에 조력발전소는 들어서지 않는다. 하지만 남은 이들은 다시 고민해야 한다. 고기잡이로만은 더 이상 생계를 이어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피폐해지고 어려워진 어촌계의 현실을 이대로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지역주민들, 지역 간의 갈등을 우선 치료하는 게 제일 먼저 아닌가. 그런데 한 가지는 지역주민들의 살림살이가 점차 나아져야 한다는 거예요. 실질적으로 어민들도 호주머니가 넉넉해져야 바다를 지키길 잘 했구나 생각을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반대에 대한 불만은 쉽게 사그러지지 않을 것 같아요. 제 생각은 지자체나 정부가 조금 더 가로림만에 신경을 써서 개발의 이익보다 생태의 가치를 높여 주민에게도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생태적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박정섭 씨는 가로림만의 고래와 새를 이야기하며, 아름다운 갯벌과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가치를 말하며 때로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오랜 시간 조력발전소 건설 반대 투쟁에 앞장서오며 가정에서도 눈총을 받았지만, 갯벌을 지키는 일과 바꿀 수는 없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동안 투쟁에 대해서 얘기하라고요? 저랑 한 달 동안 같이 얘기해도 다 못 할 걸요. 허허허….”

그동안 가로림만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면 서운한 마음 반 즐거운 마음 반이 든다는 박정섭 씨. 그에게 가로림만은 전부였지만 가로림만은 그의 것만이 아니었다. 우리 모두의 것이었다. 박정섭 씨는 잘 알고 있다. 우리 인간은 자연에 ‘머물다 살아가는’ 작은 손님이라는 것을.

“가로림만은 천혜의 자원이고, 우리가 놔두면 자연 그대로가 국민들의 돈이고 도민의 돈이고 삶의 터전이에요. 지금까지 주민이 열심히 바다를 지켰으니, 이제부터는 지자체가 나서서 지켜줘야 해요.”

그는 가로림만을 지키는 게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한다는 점을 바닷사람의 직감과 태생적 생리로 말하고 있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가로림만인가?”

2016년 7월 해양수산부가 가로림만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여러 계획을 내놓았다. 정부는 지역주민, 지역 전문가, 비정부조직(NGO) 등 지역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해양보호구역의 지역자율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자체 관리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는 가로림만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앞으로 조력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수십 년간의 지역 간 갈등을 종식하고 갯벌 보전에 주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세계 5대 갯벌인 서해안 갯벌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람사르협약 등 국제사회에 널리 알림으로써 우리의 국가적 위상을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갯벌의 생명력은 그동안 수없이 강조되어왔고 그 가치는 과학적으로 충분히 증명되었다. 특히 가로림만 갯벌의 우수성은 세계가 인정할 정도다. 그동안의 갈등과 반목을 딛고 가로림만의 평안이 오랫동안 지속되길 바랄 뿐이다. 
●충남연구원 041-840-1124
●기획관실 041-635-3103

 

가로림만은지역의자원이자국가전체의보고 3


가로림만 조력발전이 부당한 이유


가로림만에 조력발전소가 들어서는 게 부당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주민들과 대책위에서는 사업의 부당성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조력발전소 건설로 해수교환율이 낮아지면 가로림만의 3900여 어민의 생계터전이 한꺼번에 수장된다는 것이다. 어장이 사라지면 어민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바다를 생명의 터전으로 삼았던 이들은 그 지역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물대포 효과로 인해 외항의 선박운행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소형 선박인 어민들 어선의 경우 전복될 수도 있는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강력한 물살로 침식과 퇴적이 상당 부분 변형이 되어 가로림만 내뿐만 아니라 외해에도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되기도 한다. 또한 어업을 천직으로 아는 어민과 보상을 바라는 어민 사이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조력발전소 백지화
 
지난 2012년 4월 환경부는 시행사 측에서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심의한 결과 ▲댐 건설 시 발생할 계절별 침·퇴적 변화 조사 미흡 ▲이끼 등 규조류 증가로 인한 영향 미반영 ▲점박이 물범 등 보호종 조사 미흡 ▲해양 생태에 영향을 줄 염분도 변화 조사 미흡 ▲연간 관광객 500만 명 추산의 신뢰성이 떨어짐 등의 이유로 이를 반려하였다. 오랫동안의 투쟁 끝에 조력발전소 건설 계획은 백지화되었다.

2016년 7월 28일 해양수산부는 생물다양성과 생산성이 높은 청정갯벌로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는 충청남도 가로림만 해역(9만1237㎢)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해양보호구역은 생물다양성 보전 등을 위해 보전가치가 높은 해역 또는 갯벌을 지정·관리하는 제도로서, 지난 2001년 전남 무안갯벌을 시작으로 이번 가로림만 해역을 포함해 25곳을 지정하였다.

해양수산부는 가로림만의 보전, 지속가능한 이용과 관리를 위하여 지역과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가로림만 보전계획을 수립하고, 해양보호구역의 보전·관리를 위한 예산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해양보호구역 내 생물서식지나 자원을 지속적으로 조사하여 주요 보호 해양생물종 등 서식처 보전 관리계획을 수립·시행하고, 해역 오염 저감·방지시설 설치, 해양쓰레기 수거 등 해양생태계 보호와 복원을 위한 사업 등도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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