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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농촌에 사는 소박한 즐거움

돼지 감자꽃이 피었습니다

2016.10.08(토) 10:12:17 | 도희 (이메일주소:ass1379@hanmail.net
               	ass137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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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날씨에 시골집에 돼지감자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작년 초겨울에 돼지감자를 캐고 땅콩알 만한 돼지감자들을 여기저기 흙 속에 묻어 두었더니, 올가을에도 어김없이 꽃을 피웁니다. 자연 속에는 이렇게 작은 생명 하나를 흙이 품어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 자연의 섭리를 알게 합니다. 돼지 감자 꽃은 따서 덖은 다음에 꽃차를 만들고 가을 즈음에 꽃대가 마르면 돼지 감자를 캐서 썰어 말려서 차를 끓여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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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감자를 간장과 설탕 초절임을 하여 반찬으로 먹기도 하고 설탕과 함께 재워 돼지감자 효소를 만듭니다. 돼지감자는 언덕이나 둑, 풀이 자라는 곳이면 어느 곳에도 잘 적응하여 자라는 번식력이 우수한 식물입니다. 8년 전에 이곳으로 귀촌할 당시에 시골집에는 그 흔한 쑥이나 우슬초 한 뿌리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오래된 기와지붕 위에는 아름다운 후투티 새 한 쌍이 살고 있었고 낡은 원두막 지붕 속에 아기 새를 낳아 기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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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이 끝날 즈음인 9월 중순경에 올봄에 거두어들인 대파 씨앗을 시골집 텃밭에 호미로 일구고 뿌려서 흙으로 덮었더니 풀과 함께 자라고 있습니다. 틈나는 대로 풀을 솎아주고 촘촘한 대파를 솎아서 여기저기 심습니다. 대파는 일년내 음식을 만들 때 소중한 양념이 됩니다. 대파는 병 앓이를 많이 해서 살충제를 뿌려야 하지만, 시골집 대파밭에는 나무나 풀을 태운 재를 뿌려주어 해충을 예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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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김장 때 사용할 갓씨를 지난 9월에 뿌렸더니 최근에 비가 와서 잘 자라고 있습니다. 모든 씨앗은 매년 봄 4월~5월경 혹은 늦여름에 씨앗을 뿌려서 싹을 틔웁니다. 한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는 시설 하우스 외에는 싹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여름이 지난 서늘한 초가을이 되면 배추, 무, 상추, 근대, 당근 등 채소 씨앗을 뿌려서 겨울이 되기 전까지 신선한 채소들을 수확할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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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들과 함께 상추 씨앗도 귀여운 싹을 틔웁니다. 가을 상추는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먹을 수가 있으며 특히 가을 상추가 맛이 좋습니다. 중요한 건, 김장 배추나 무도 가을 서리를 맞아야 달고 고소한 맛이 강합니다. 미쳐 수확하지 못한 결명자 씨앗이 떨어져 상추 사이에서 싹을 틔우는데요. 이것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얼어 죽습니다. 가을에 돋아나는 부드러운 풀들은 뽑아서 매일 알을 낳아주는 암탉들의 먹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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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에 입맛을 돋우던 달래가 한여름에는 땅속에 숨어 있다가 날씨가 서늘해지니까 다시 돋아납니다. 달래는 뿌리채소라 솎아 먹고 뿌리 몇 개만 남기면 해마다 그 자리에서 봄가을에 다시 돋아납니다. 시골집 텃밭은 제초제를 전혀 안 하고 손으로 일일이 풀을 뽑아내며 유기농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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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쏘는 알싸한 맛을 내어 입맛을 돋우는 겨자 쌈채소가 시골집 텃밭에서 무럭무럭 자랍니다. 작은 애벌레들이 맛을 아는지 겨자잎사귀에 붙어 앉아서 갉아 먹습니다. 아침 태양이 밝아오면 파란 애벌레들과 달팽이들이 일제히 잎사귀에 붙어서 잎을 갉아 먹는 모습이 보입니다. 요즘은 아침마다 출근하기 전에 배추 무 밭에서 잎사귀를 갉아 먹는 벌레들을 잡아다가 부드러운 풀과 함께 닭들에게 먹이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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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시원한 가을에 수풀 속에서 발견한 분홍빛 여뀌와 구절초를 보면 마음이 설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수십 년간의 도회지 생활에도 가을이면 향수병을 앓으며 고향언덕에 피던 구절초향기와 들판의 여뀌는 추억 속의 아름다운 사진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지금 자연으로 돌아와 살면서 요즘처럼 춥지도 덥지도 않은 천국의 날씨 속에서 이것들을 만나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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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에 질리도록 많이 먹었던 참비름 나물이 이 가을에도 근대 속에서 어김없이 자랍니다. 근대 씨앗은 한달전에 뿌렸지만, 참비름은 올봄에 씨앗이 저절로 떨어져 흙 속에서 여름을 지내고 가을에 싹을 다시 틔웁니다. 채소들은 일 년에 두 번 봄가을로 싹을 틔웁니다. 자연계를 살펴보면 인위적으로 씨앗을 뿌려야만 자라는 채소들이 있고 돌깨, 달래, 참비름, 결명자 등 어느 식물들은 저절로 씨앗이 떨어져 봄가을로 싹을 튀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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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에 시골집에 처음 방문 했을 때 쭉 늘어선 열두 그루의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단감나무에 반해서 이 집을 선택했습니다. 어린 시절 고향 집에 자라던 집 앞에 서 있던 단감나무에 해마다 달고 단 맛있는 단감나무를 쳐다보며 감이 익기를 고대하던 어린 추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단감이 거의 익을 즈음에 학교에서 집에 돌아 와 보니 단감이 모조리 없어졌습니다. 오 남매를 키우던 어머니께서 단감을 모두 따서 장에 갖다 팔아 버렸습니다. 그때 빈 가지만 남은 단감나무를 허무하게 바라보던 슬픈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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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높이 솟은 단감나무 잎사귀를 올해는 작은 솜털이 달린 송충이들이 유난히 단감과 뽕 잎사귀를 갉아 먹었습니다. 몇 년 전에는 단감은 농약을 안 해도 감이 제법 많이 달렸는데 해가 갈수록 온난기후 현상인지 벌레들이 극성을 부립니다.

단감은 감꽃이 피거나 아주 어릴 때 한 두번 농약을 하고 열매가 자라기 시작하면 자제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시장에 파는 단감보다는 겉모습이 조금 못났지만, 맛은 좋습니다. 해마다 벼가 누렇게 익어 수확 할 즈음이면 감이 불그스레해지면 최고의 단맛을 내는 배꼽 단감이라고 합니다. 농촌에 살면 직접 과일나무와 채소를 재배할 수가 있기 때문에 풍족한 먹거리를 이웃과 나눔 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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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텃밭에선 가지가 늙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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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 하얀 박꽃을 피우던 박이 여기저기 뒹굴며 제 몸을 키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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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박은 채를 썰어서 기름에 달달 볶아먹으면 맛있는 박나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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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삼은 대봉감나무에 올해는 실한 대봉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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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에 심은 밤고구마 잎사귀가 무성합니다. 추워지기 전에 고구마를 캐서 겨울에 군고구마를 만들어 먹을 것입니다. 이렇게 농촌은 텃밭만 있으면 갖가지 농산물을 재배하여 자급자족할 수 있는 환경이 됩니다. 씨앗을 뿌리고 재배하고 수확하는 즐거움 속에서 자연의 섭리를 터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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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에 배추 모종 한판을 텃밭에 심고 농협에서 무씨앗을 사다가 뿌렸습니다. 배추는 떡잎사귀 서너 장일때 살충제를 한두 번 뿌리고 날씨가 추워질 때 까지 틈나는 대로 배추 잎사귀에 붙은 벌레를 잡아줍니다. 배추 잎사귀에 벌레 구멍이 숭숭 뚫렸지만,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 벌레가 덜하므로 배추속 잎사귀로 맛있는 김장을 할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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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은 파란 애벌레가 배추 잎사귀를 먹고 배설을 하고 있고 우측은 메뚜기입니다. 시골집 텃밭은 무공해 지역이라 이외에도 작은 달팽이들이 잎사귀를 갉아먹지만, 아침에 해가 떠오를 즈음에 잎사귀를 뒤져가며 손으로 직접 벌레와 달팽이를 잡아줍니다.

20년 전에 주부대학에서 어느 암 의학 박사님의 강의를 듣고 유기농 채소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빛깔 좋은 채소와 과일을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에 농부도 그에 맞는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농약을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트에 벌레 구멍이 있는 채소는 주부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다고 합니다. 심지어 벌레도 안 먹는 채소를 사람들이 먹기 때문에 각종 암이 생긴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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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태양이 빛날 때 배추밭에 앉아서 잎사귀에 붙어 있는 벌레들을 잡아주는데 고양이 미미가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며 앞에 앉아서 떠날 기색을 않습니다. 시골에서 동식물을 가까이하므로 사람이나 짐승도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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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유난히 벌레들이 극성입니다. 벌레를 부지런히 잡아주거나 농약을 뿌리지 않는 한 이렇게 벌레들이 채소를 다 갉아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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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잎사귀는 벌레가 조금 갉아 먹어도 뿌리는 안전 하므로 날씨가 조금 추워질 때까지 기다리면 벌레들이 저절로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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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 무성하던 감나무 옆에 풀을 걷어내고 퇴비를 뿌린 다음에 최근에 시금치 씨앗을 뿌렸습니다. 아주 작은 시금치 싹이 돋아나기 시작합니다. 시금치는 가을에 뿌려서 싹이 돋아나면 겨울을 지내고 내년 봄까지 갑니다. 따뜻한 남쪽지방은 괜찮은 데 비해 중부지방은 겨을에 얼지 않게 조금 덮어주면 무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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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텃밭은 비료와 농약을 절제하고 제초제 대신 손으로 풀을 뽑아서 퇴비를 만듭니다. 그리고 퇴비(계분)와 미생물을 뿌리고 기계식 밭갈이 대신에 틈틈이 호미와 괭이로 흙을 일구어 채소를 재배합니다. 흙 속에서 각종 미생물이 많은 살아 있는 건강한 흙으로 변하여 채소가 잘 자라고 맛이 좋습니다. 원래 미네랄이 풍부한 황토와 퇴비를 혼합하여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되면 기계식 밭갈이를 안 해도 손으로 흙을 만지면 푸석거리며 딱딱하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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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속에서도 잘 자란 늙은 호박이 농부의 마음을 흐뭇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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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심은 은행이 바람에 우수수 떨어져 부지런한 농부의 손길에 닿았습니다. 은행은 고무장갑 끼고 흐르는 물에 껍질을 벗겨 잘 씻은 다음에 말려서 속껍질을 깐후에 팬에 기름 약간 두르고 구워먹으면 고소한 맛이 좋습니다. 겨울에 기침 감기에 좋고 몇 알씩 먹으면 몸속의 해충도 없어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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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대추나무에서 수확한 아삭거리는 달콤하고 파란 왕 대추는 요즘 맛있는 간식거리가 됩니다. 잘 익은 대추는 햇볕에 말려서 삼계탕도 끓여 먹고 대추차도 만들어 마실 예정입니다. 8년 전에 귀촌하여 시골집 주위 여기저기에 심은 과일나무들이 해가 갈수록 과일이 많이 달리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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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골드가 해마다 씨앗이 떨어져 이맘때 즈음 예쁘게 꽃을 피웁니다. 이 꽃은 냄새가 특이하여 뱀의 접근을 막고 천연염색 재료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어제 해 질 무렵에 고양이가 뱀을 잡아 문앞에 갖다 놓았더군요. 고양이 한 마리 키우면 시골집에 쥐가 뱀이 고양이가 무서워 달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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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삶은 어머니의 품속처럼 온화하고 따뜻한 자연이 늘 곁에 있기 때문에 마음을 조금만 비우고 살면 먹고사는 문제에서 자유롭습니다. 가끔 도시의 문화가 그리워질 때는 요즘처럼 교통이 좋은 세상에는 자동차나 기차, 전철을 타고 도회지 나들이를 할 수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서울 인사동에서 깃털이 달린 목걸이와 모자를 아이가 사서 제 목에 걸어 주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센터 아이들이 신기한 듯 서로 만지며 예쁘다고 합니다. 저는 깃털로 아이들 얼굴과 목에 간지럼을 태우며 장난을 칩니다. 깔깔거리며 웃는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 속에서 평화와 사랑이 가슴속으로 밀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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