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충남의 나무 30] 공주 의당면 율정리 느티나무
우리나라 전통마을 입구에는 정자와 함께 마을의 수호목이 하나씩은 있다. 특히 교통의 요지에 있던 마을 입구에는 여지없이 길손들이 쉬어갈 수 있는 정자목들이 있게 마련이다.
공주시 의당면 율정리에 가면 큰 길가에 커다란 느티나무 한그루가 멋지게 서있고 그 그늘아래 최근에 세워진 듯한 정자가 있다. 지금 소개할 이 마을은 교통의 요지라고 보기에는 조금 거리가 있는 마을이다. 그런데 마치 이 마을의 느티나무는 길손이 많이 오가는 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 큰 길가에 멋드러지게 서있는 율정리 느티나무와 정자
지금으로부터 아주 먼 조선시대의 이야기다. 전라도에 사는 ‘흥덕’이라는 선비는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고 있었다. 그러던 그는 길을 잘못 들게 되어 이곳 율정리를 지나게 되었다. 그 당시 이 마을은 전라도에서 서울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마을이 아니었다.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내리쬐는 햇볕에 등줄기에 땀이 절로 흘러내렸다. 이 선비는 좀 쉬고 싶었지만 이 마을에는 그늘이 있는 쉼터가 없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오가는 큰길가에 땀을 식힐 만한 정자가 하나 없다니”라고 탄식하면서 율정리를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사실 큰 길가도 아니고 길을 잘못 들은 것도 본인인데 말이다.
▲ 흥덕 선비의 전설이 있는 율정리 느티나무
어쨌든 흥덕선비는 한양에 올라가 과거에서 장원급제를 했다. 그리고 귀향하는 길에 율정리에 들러 자신과 같은 상황이 생길지도 모를 후학들을 위해 느티나무 한 그루를 심고 갔다.
이 나무는 이상하게도 몇 년 지나지 않아 매우 크게 자라게 되어 큼지막한 그늘을 형성하게 되었고, 율정리를 지나는 선비들과 나그네들의 좋은 쉼터가 되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나무아래에 정자를 짓고 선비의 이름을 따 ‘흥덕정자’라 하였다고 한다.
▲ 쉼터 역할을 하는 정자의 모습
지금도 율정리의 느티나무는 시원스런 자태를 뽐내고 있고 그 옛날에 지어진 멋들어진 정자는 아니지만 3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을의 좋은 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령은 대략 480여년(1982년에 450년이라고 했으니 적어도 지금은 480년이 넘었을 것)에 공주시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