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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시간이 만드는 음식처럼 느리게, 건강하게

홍성군 홍동면, 요리 연구가 김연화 씨를 만나다

2016.08.31(수) 19:13:41 | 마실이 (이메일주소:hsmasiri@gmail.com
               	hsmasiri@gmail.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을에서 ‘자주’ 만나지만, ‘따로’ 만나기는 힘든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연화 씨. ‘모두랑’ 연화 씨가 아닌 인간 김연화는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사는지 들어보고 싶었다. 중복,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 식당 모두랑을 찾았다. 김연화 모두랑 대표는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동네마실방 뜰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이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나는 요리를 해서 남을 먹일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이다. 집에서도 요리를 하기는 했지만 지금과 같이 요리를 했던 것은 아니다. 젊을 때 도시에서는 다른 일을 했고, 지역으로 이사와 농사지으면서 장을 담그면서 시작했다. 나는 농부의 딸이자 7남매 중 막내다. 친정어머니가 요리를 잘하셨다. 막내로 오랫동안 친정어머니와 살면서 자연스럽게 어머니의 요리를 배우게 됐다. 된장, 고추장, 간장을 담그면서 시작한 것이 장아찌로, 그 다음에는 식초, 효소로 넓혀왔다. 계속 하다 보니 진화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실패도 많이 했다. 농사지으면서 요리하는 사람이고 일반적인 요리가 아닌 약초나 풀을 이용한 요리를 하고 있다.


연화 씨에게 요리란 무엇인가?
 
살면서 내가 잘하는 게 뭘까 고민했다. 요리를 할 때 제일 즐겁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요리를 하면 근심이 사라진다.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우진 않았지만, 요리를 좋아했다. 어머니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5자매 중 4자매 모두 요리를 좋아한다. 모일 때도 외식 없이 각자 음식 하나씩 해서 모인다. 서로 모이면 요리 이야기를 나누고 옛날 어머니가 해준 요리 이야기를 한다. 냉장고가 없던 때 된장에 고기를 박아놓았다가 해준 요리, 우물에 육수를 넣어 놨다 고명 얹어 내준 냉국수, 겨울에 직접 엿을 고아 만들어준 강정, 수정과 식혜, 개떡, 막걸리빵 등등. 그런 좋은 기억들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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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요리 중, 하필 풀 요리인가?
 
풀을 보니 참 잘 자란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잘 크고 잘 죽지 않는 풀. 생명력이 있다고 느껴졌고 이게 사람에게도 좋지 않을까. 이걸 요리해보면 어떨까. 약초 공부를 했는데, 풀에 좋은 점이 참 많다는 걸 배웠다. 예전엔 비름나물을 많이 먹지 않았나. 하지만 풀 요리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연구를 해야 했다. 집 주변에 많이 폈던 꽃으로 샐러드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약용 식물 공부도 하고 여러 사람들과 교류도 하면서 많이 배웠다. 앞으로도 텃밭 농사를 지으며 풀 요리를 하고 싶다. 풀을 이용한 샤브샤브, 음료, 풀씨를 넣은 밥 등, 모두 맛있었다. 나아가 빵, 과자도 연구해보고 싶다. 나중엔 풀 요리 전문점을 해보고 싶다. 풀과 자연재배 농산물을 이용한 요리 전문점.
강의에 나가 아이들에게 엄마가 해준 맛난 요리가 무엇인지 물으면 ‘계란후라이’가 많이 나온다. 맞벌이를 하니 요리할 시간이 없다. 우리말에 ‘곰삭히다’는 말이 있다. 새우젓도 그렇고 장도 그렇고 시간이 필요하다. 빨리빨리 만들려다 보니 여러 첨가물을 만들게 된 것 아닐까. 첨가물을 많이 먹는 건 정말 문제다. GMO유전자 조작 식품도 문제지만 첨가물도 문제다. 일상에서 제일 많이 접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요리를 말하는 이유는?
 
나도 처음엔 보기 좋고 맛 좋은 요리에만 관심을 가졌다. 첨가물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5년 전, 슬로우푸드 교육을 받으면서 많이 공감하고 느꼈다. 정의로운 요리를 하고 싶다. 몸에 약이 되기 때문에 양념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는 몸에 약이 되는 양념을 쓰고 있지 않다. 내가 담근 장, 내가 농사지은 참기름, 들기름, 고추, 마늘을 써서 요리하고 싶다. 되도록이면 ‘시간의 요리’를 하고 싶다.

 
'시간의 요리'란 무엇인가?
 
서양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나도 몸으로 배웠는데 무분별하게 음식을 먹으면 병이 난다. 그런 맥락에서 제철 요리도 중요하다. 제철에 나오는 농산물이 몸에 좋다. 봄에 수확하는 보리는 찬 음식이다. 더운 여름에 먹는 게 이치다. 옛날 어른들은 현명했던 것 같다. 요즘에 와서 ‘빨리빨리’하면서 그런 지혜를 잊게 된 것 같다. 시간의 음식이 그래서 중요하다 생각한다.
 
인스턴트 음식은 금방 내서 먹는데, 전통음식은 시간이 걸린다. 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것. 입맛을 살리기 위해서 공부가 필요하다. 첨가물이 왜 나쁜지 알아야 하고 그것을 먹지 않아야 한다는 걸 느껴야 한다. 가게에서 집간장으로 전부를 쓰지 못해 시중 간장을 사다 쓰고 있는데, 쓸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순수하게 시간의 음식으로만 요리 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우리는 먹는 것을 너무 등한시 하고 있다. 어린 친구들을 위한 교육이 정말 시급하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슬로우푸드 운동이 진행되고 있고 학교에서부터 음식교육을 한다. 한국 슬로우푸드 본부가 있는 남양주에서는 어린이집부터 아이들에게 교육을 한다. 우리 지역에서도 슬로우푸드 공부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슬로우푸드에서는 음식을 먹는 소비자도 생산자라고 한다. 서로를 살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먹기 전에 ‘잘 먹겠습니다’라고 감사의 명상을 한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중학교 친구들이 식당에 밥 먹으러 왔을 때 친구들에게 많이 이야기한다. 너희 부모님들 중에 농사지으시는 분들 많지 않니. 그러니 절대 밥 남기지 말거라. 남긴 사람 밥 안준다고. 


앞으로의 꿈은?
 
첫째로 풀 요리를 가르쳐주기도 하는 식당을 만들고 싶다. 두 번째로는 ‘떼라 마드레’를 열고 싶다. 일종의 잔치인데, 1년에 한번 농사 다 짓고 나서 해도 좋고, 한 달에 한 번도 좋고, 맨날 해도 된다. 날은 정하기 나름이다. 그날에 각자 요리를 해오는 것이다. 하나씩 만들어 와서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고, 공연도 보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다. 슬로우푸드 협회에서 한 번씩 모여 하는 것도 ‘떼레마드레’다. 홍동에서도 하고 싶은데 여건이 힘들어 못했다. 더운 여름에 힘드니까 한 번, 추수하고 한 번, 다 같이 모여 수다 떨고 춤추고 놀면 어떨까. 꼭 하고 싶다.
 
세 번째로는 집짓기다. 집터가 넓은데, 지역에서 일하는 혹은 앞으로 일하고 싶은 젊은 사람들을 위한 거주지를 만들어주고 싶다. 잠도 자고 밥도 해먹으며 터를 잡고 살수 있는 곳. 요즘에 집에 가면 이런 집을 검색해 보고 있다. 여러 방식으로 생각을 해보고 있다. 하지만 땅이 있더라도 역시 집을 짓는 거라 돈이 드는 일이다.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중이다.큰 돈 안들이고 할 방법은 없는지.


청년을 위한 집! 젊은이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는 뭔가?
 
동네에 보면 젊은 처녀, 총각들이 많다. 농촌이 뭐가 좋다고 적은 월급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내가 젊었을 때 그런 생각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돈 버는게 전부가 아닌데 말이다.젊은 친구들이 농사 짓는다고, 마을에 산다고 내려와 있는게 예쁘다. 그런 친구들이 정착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 집이 가장 큰 문제라 생각되어, 주거를 생각하게 됐다. 친구들이 떠나지 않고 잘 정착해서 살았으면 좋겠다. 같이 늙고 같이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요즘 고민은 무엇인가?
 
요새 몸이 많이 안 좋아졌다. 다른 사람들에게 슬로우푸드를 말하면서 내 삶은 슬로우푸드가 아니다. 음식 장사가 정말 힘들다. 쉬면서 충전하면서 하고 싶은데 가게를 운영한다는 게 그렇게 하기 어렵다. 그게 고민이다. 내가 먼저 건강해야 하지 않나. 또 아프면 새로운 생각도 어렵다.


마지막 질문, 만약 10억 원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싶나?
 
집짓기. 집 둘레 있는 땅 전부 사서 자네 같은 젊은 친구들 나눠주고 싶다. 집 걱정 없게!
 
요리하는 연화 씨가 아닌 인간 김연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연화 씨는 요리 없이 논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요리에 대한 진실한 열정이 느껴졌다. 인터뷰 후, 그녀의 요리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앞으로 펼쳐질 그녀의 자연요리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녀의 소원들이, 특히 마지막 답변이 꼭 이루어지길 빈다.


* 이 글은 마을활력소가 발행하는 '마실통신'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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