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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추억을 그린 아산 '7080거리'

쇠락해 가는 농촌 거리와 신작로에 '새생명' 불어 넣은 솔거의 벽화 그림들

2016.08.22(월) 15:03:07 | 권순도 (이메일주소:djshsjshsywy@hanmail.net
               	djshsjshsywy@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아산 왕대포집, 부곡 이발소, 충무 사진관, 서들광문 복덕방, 우주 전파사...
어디서 많이 들어본듯 한 이름들. 그러나 딱히 어디라고 말하기 힘든 이름들이다. 왜냐하면 요즘 이런 이름으로 간판 단 업소들이 없기 때문이다. 거의 70~80년대 초반까지나 구경해 봤음직한 업소 간판이름들이니까.
이것을 요즘 식으로 고쳐본다면 아산 왕대포집-아산 왕갈비, 부곡 이발소-부곡 헤어라인, 충무 사진관-충무 포토샵, 서들광문 복덕방-서들광문 부동산 중개사무실, 우주전파사-삼성전자(LG전자) 디지털 플라자... 뭐, 이쯤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예스런 간판은 갑자기 떠오른건 아니다.
아산시 도고면 신언리2구 ‘아산코미디홀’ 맞은편에 가면 구경할수 있다. 이런 점포들이 새로 생겨서 문을 연게 아니라 구 건물과 낡아가는 길거리에 새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주민들이 재능기부 해주시는 분들과 힘을 합쳐 마을을 새단장 해 놓은 것이다.
 

아산시 도고면 신언리 마을

▲ 아산시 도고면 신언리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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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언리 아산 코미디홀 맞은편 낡은 옛집들 벽면에 벽화를 그려넣은게 보인다.

▲ 신언리 아산 코미디홀 맞은편 낡은 옛집들 벽면에 벽화를 그려넣은 게 보인다.


현대식으로 하면 삭막하니까 옛날 추억을 되살려 정겹고 포근한 마음이 들도록 그림을 그리고 업소 간판 이름도 그때 그대로 했다.
 
“여그, 대폿집 문은 언제 여는거여? 사진관도 새로 생겼네. 나 죽으믄 자석덜(자식들, 아들딸들) 사진 필요항께 여그서 한방 찍고 갈까”
그림을 처음 본 어느 할머니의 일성(一聲)이었다는게 이마을 이장님의 전언이시다. 그만큼 옛 추억 그대로 재현해 놓았고, 그것을 기억하시는 어르신들에게는 싱크로율 완전 100%였기에 실제 점포와 업소인양 착각을 하신게다.
 
도민리포터가 이 마을의 벽화가 하도 유명하다기에 직접 가서 보니 영낙없는 80년대초 그대로였다. 신라의 솔거라는 인물이 떠오를 정도로.
고대 신라시대에 황룡사라는 절이 세워지게 되었는데 사람들의 추천을 받은 솔거가 황룡사 벽에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솔거는 온 정성을 다해 늙은 소나무 그림을 그렸는데 거기에 나오는 소나무는 완전 진짜 같았다.
졸지에 이 소나무를 진짜로 착각한 참새와 까치들이 충돌해서 죽었다는 전설...
아산시 도고면 신언리2구 허름한 건물에 새로 생긴 ‘점포들’이 거의 솔거의 소나무 수준이다.
   

추억을그린아산7080거리 2


이 마을의 벽화를 보면서 ‘깨진 유리창 이론’ 이라는 게 떠올랐다. 이것은 미국의 심리학자가 제시한 이론인데, 사소한 무질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처리하지 않으면 더 큰 무질서로 발전한다는 내용이다. 
즉, 사람이 살고있지 않은 어느 집의 유리창을 깨뜨렸을 경우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은 나머지 유리창도 다 깨뜨린다는 이론이다.
또는 심지어 사람이 살고있는 집조차 유리창이 깨진채 방치될 경우 사람들은 나머지 유리창마저 깨트리고자 하는 심리가 발동한다는 것이다.
이 말의 뜻은 주변의 무질서를 바로잡지 않고 지저분하게 놔둘 경우 사람들은 그 주변이 전부다 지저분해도 될거라고 생각하며 오다 가다 거기에 담배꽁초도 버리고 빈병도 버리며 휴지족각이니 뭐니 마구 버려 그 주변이 쓰레기장으로 변하는 것이다.
 
신언리 벽화도 그냥 방치하면 낡고 오래된 가옥들, 도시로 떠난 사람들이 버려두고 간 빈집과 담장들 주변에 쓰레기가 넘쳐 폐허지로 전락하기 쉽상인 상황에서 마을 주민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다같이 노력해 이곳을 추억의 7080 거리로 변모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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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치마, 혹은 나팔바지를 입고 폴짝폴짝 뒤며 고무줄놀이를 하는 소녀들, 그림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면도칼을 들고 다니면서 여자들의 고무줄을 싹둑 잘라버리던 악동들의 장난질, 모두 다 그 때 그시절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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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집에서 탁배기 한잔 걸치고 농토로 나가 왼종일 일하시던 아버지들의 모습. 꽁치, 고등어구이, 두부김치, 빈대떡 같은 안주는 여전히 우리 서민들의 소중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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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깡’으로 머리 손질을 하는 이발소 밖에서 따스한 햇볕을 벗삼아 지팡이 짚고 앉아계신 할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지금은 이미 고인이 되셨을 연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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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가 엄청 시끄러워 졌어요. 자기들이 살았던 그때 그 옛날이야기 하느라고 말들이 많어. 재미있으니까. 양장점좀 봐. 요세 백화점 가서 사는 옷들하고 틀려요. 그때는 저런게 최고 유행이었지. 돈도 없어서 꿔서 사 입고 그랬으니까”
마을 어르신의 말씀이었다. 그림이 좋아서 홍보도 되고 마을 자랑거리도 되고 다들 즐거워 한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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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그뿐인가.
“자, 귀덜 막어. 뻥 터진다야”하며 튀겨주시던 강냉이 튀김 소리 요란하던 그시절도 그립고 선풍기나 라디오 고치려고 자전거에 싣고 달여갔던 전파사. 거기에 모여있는 온갖 잡동사니 다 긁어모으면 항공모함 한척 만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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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도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에 내장돼 있는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이 웬만한 고가 카메라에 지지 않는 요즘, 충무사진관 같은 아날로그 매장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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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복덕방의 두 어르신이 장기를 두며 망중한을 보내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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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기다리는 세라복의 여학생, 점포가 늘어선 길가와 신작로도 그시절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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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숨박꼭질 하던 그 소녀들은 지금쯤 중년의 아줌마가 다 되어 도시의 어느 커다란 아파트에서 에어컨 바람 쏘이며 TV를 보고 있겠지.
 
신언리는 도고 역 주변이다. 여기에는 과거에 재래시장이 아주 컸고 사람들도 많이 몰려들었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마을이 점차 쇠락해가자 옛 영화에는 못미치더라도 사람 사는 동네처럼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군산 근대화거리를 모델로 삼아 벽화를 그리게 됐다고 한다.

덕분에 신언리는 중장년층의 7080세대에게 추억을 되살려 준 고맙고 소중한 마을로 변했다.
우리에게 추억이란 날개가 있다면 곧장 그 공간 속으로 날아가고 싶어지는 소중한 아이콘이다. 7080세대가 아산시 도고면 신언리에 가면 그 공간속으로 잠시나마 날아갈수 있을 것이다.
 
※ 신언리 마을벽화 위치 : 아산시 도고면 신언리 94-5(아산코메디홀 맞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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