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1988년식 2대 보유한 예산 김상국씨
▲ 카 오디오점을 운영하는 김상국씨네 가게 앞에 세워져 있는 포니2(오른쪽)
▲ 포니2 앞태
▲ 옆태도 앙증맞고
▲ 뒤태도 귀엽다.
구닥다리 편견 집어치우고 전통의 국산 현대차 포니를 두대나 보유한 사나이.
요즘 핸들과 브레이크 악셀러레이터등 아무것도 조작 안해도 차가 목적지에 도착하는 최첨단 자율주행 자동차가 나오는 시대이다.
외국차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험에 들어가 상당한 진척을 보였고 국내에서도 본격 연구에 들어간 상태다.
이런걸 원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자동차는 갈수록 첨단화되고 최신식 장치와 옵션이 풍부한 제품 나오는 요즘.
충남 예산에는 무려 28년과 35년이 지난 자동차를 보유한 사람이 있어 화제다.
예산읍내에서 카오디오와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면서 이 두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김상국씨.
오늘의 주인공 김상국씨를 만나러 예산으로 가는동안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부터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큰애가 중학생 시절, 좀 오래된 휴대폰을 쓴적이 있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아침에 등교하면 휴대폰 벨소리가 수업을 방해하자 교실에서 자체적으로 모든학생들의 휴대폰을 수거해 모아놨다가 수업 종료 후 반장이 일시에 나눠 주더란다.
그러던 어느날, 반장이 휴대폰을 나눠주며 우리 애 것을 들고 외치는 소리가...
"구한말, 구한말....갑오경장, 갑오경장!"이더란다. 아이가 들고 다니던 핸폰이 워낙 낡고 구식이어서 반장이 구한말에 나온 제품이라는 식으로 놀렸다는 것이다.
나는 뭐, 그냥 ‘재미있는 친구네’ 하면서 그 재치에 웃음으로 화답했지만 아이는 적잖이 상처를 받았던 모양이다. 사춘기적 어린 마음에..
그 뒤로 아이 마음 상처받지 않게 하려고 즉시 핸폰을 최신식으로 바꿔주었던 기억이 난다.
▲ 포니2 차량의 내부
▲ 운전석 문짝, 계기판, 에어컨 스위치 등이 볼수록 클래식(?)하다.
▲ 요즘 젊은 운전자들은 뭔지 모를 이것, 이름하여 '기어봉'
▲ 스위치로 조작하는게 아니라 땀 뻘뻘 흘리며 손으로 열심히 돌려야 하는 차창 개폐 페달.
김상국씨가 보유한 차량은 1988년 8월식 포니2 한 대와, 1981년식 포니1 한 대 이렇게 총 두 대를 소유하고 있다.
둘다 픽업(앞에 운전자와 조수가 각각 탑승하고 뒤에는 짐을 실을 수 있도록 짐칸을 만들어 둔 것)인데 두 대 모두 새차를 구입해서 타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각각 중고차를 산건데 포니투는 인천에서 폐차 직전인 것을 구입해 차량 내부를 거의다 들어내다시피하고 사실상 겉뼈대만 놔둔채 완전 손을 본거라한다.
그렇다면 김상국씨는 왜 이런 구식을 굳이 보유하려는걸까.
원래 김상국씨의 부친은 오래전 부산에서 포니로 택시운전을 하셨다고 한다. 그 덕분에 김상국씨는 자연스레 자동차와 가까워지고 애착이 생겼다는 것이다.
▲ 이것이 포니1
▲ 역시 고풍스런(?) 뒤태
▲ 운전석은 확실히 포니2보다 더 나이가 들어 보인다.
▲ 전통의 운전대(전문용어로는 스티어링 휠)
▲ 여러 작동장치. 나름 갖출거 다 갖춘, 당시에는 사장님들만 몰고 다니던 명차였다.
▲ 요것은? 안테나다. 라디오 안테나가 쪼르르 올라오는 방식이다. 지금은 차 속에 들어가 있다가 나중에 필요하면 위로 솟는다.
요즘 차는 카센터만 가면 손쉽게 부품을 구하지만 이 28년과 35년이나 지나 단종이 돼도 한참전에 된 차의 부품은 어떻게 구할까?
특히 지금은 모든 부품에 고유품번이 매겨져 컴퓨터만 두들기면 어떤 부품이 재고가 얼마나 있고, 그 부품을 소유한 정비소까지 한눈에 알아보지만, 포니 생산 당시엔 체계가 잡혀있지 않았기 때문에 부품 구하기가 가장 까다롭다.
이에 대해 김상국씨가 웃으며 해준 이야기 한토막.
"부품 구하기 어렵죠. 인터넷에 띄우고 곳곳에 수소문해서 겨우겨우 부품소유자를 찾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게 아주 멀리, 혹은 아예 제주도 같은데 있는 경우도 있어요. 한번은 2천원짜리도 안되는 부품을 구하러 가기 위해 기름값이 4만원이나 들은적도 있어요. 허허허"
이야기를 듣고보니 그럴만도 했다.
그래도 요즘은 작고 간단한 건 가끔씩 3D프린터로도 깎아서 만들어 쓰기도 한다고.
▲ 포니를 직접 운전해 주기 위해 차로 다가서는 김상국씨.
▲ 운전석에 앉아보니 역시 폼 난다.
▲ 자동차를 몰고 직접 시내로 나가보았다.
포니는 ‘조랑말’이라는 뜻의 영어이름을 가진 차다. 1975년 현대자동차가 최초의 국산 고유모델로 내놓은 차이고 작년에는 근현대 산업기술 분야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로 등록되기도 했는데 1976년 에콰도르에 자동차 5대 첫 수출의 신화를 쓴 차로도 유명하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고유모델 제품이다 보니 오래전에 단종돼 보기 어렵다.
그것을 두 대나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김상국씨는 회제의 인물임에 틀림없다.
이런 차를 소유하거나 자꾸 수집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희소성’에 매력을 느끼는 마니아들이다.
또한 그 희소성을 즐기는만큼 불편하기도 하다. 왜냐면 구식이라 그만큼 성능이 떨어지니까.
하지만 진정한 마니아들은 이런 불편을 즐긴다. 그것을 불편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오토차량 아닌게 없는 요즘 클러치 밟고 기어 넣으면서 덜덜거리는 차를 끌고 다니는 것을 쾌감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김상국씨는 이 차를 단순히 소장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 운행하기도 한다. 흰색 포니는 제주도까지 간적이 있고, 청색포니는 진해까지 왕복 운행했었다. 물론 아무 일 없이 즐겁게 ‘드라이브’를 즐겼다고 한다.
▲ "이차, 구식이라고 우습게 보지 마세요. 하하하" 덕분에 참 즐거운 인터뷰였다.
요즘은 스위치만 누르면 차창이 오르내리고 심지어 천장에도 뚜껑이 있어서 자동 개폐가 되지만 포니는 여전히 차창 하나를 내리려 해도 손으로 페달을 돌려야 한다. 하지만 그런 소소한 수고는 즐거움일뿐이라고...
명품, 고급진 것, 폼나는 것, 세련되고 현대적이며 비싼것만 찾는 요즘.
이렇게 30년이 넘는 옛 자동차를 보유하며 불편을 즐기는 김상국씨.
그의 이색 취미에 부러움을 표하며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