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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간절한 마음으로 오르는 용봉사

2016.04.07(목) 08:54:08 | 홍순영 (이메일주소:ssoonyoung@hanmail.net
               	ssoonyoung@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아침부터 분주히 집안일을 챙긴다. 아이들의 아침밥상을 준비하고 남편을 깨워 출근준비를 한다. 남편은 이런 내모습이 의아한 듯 바라본다. “오늘 아침 용봉사 가려구.” 평소에도 절에 가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아이들은 조용하고 별 움직임 없는 절을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주말에는 늘 함께 다니는데 오늘은 온전히 나 혼자 용봉사로 향하고 싶다.

 

집에서 차로 15분여 달리니 용봉산 입구에 도착이다. 주차장도 한산하고 등산하는 몇몇 무리가 보이긴 하지만 용봉사로 향하는 길에는 온전히 나 혼자다. 간단한 소지품과 물한통만 들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는다. 절로 향하는 길, 길 옆으로 간절한 마음을 담은 소원돌들이 보인다주위에 널려진 돌들이 간절한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 하나의 소원돌이 된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참을 소원돌들을 바라본다. 하나하나의 돌들에 어떤 마음을 담아 올렸을까.


예전에 가족들과 함께 올때도 소원돌을 쌓았다. 초등학생인 큰 아이는 정성스럽게 눈을 감고 속으로 소원을 빌었는데 비밀이라 한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나도 소원돌을 올렸다. 어떤 간절한 바램보다 큰 호흡을 하고 돌아섰다.


  

간절한마음으로오르는용봉사 1


간절한마음으로오르는용봉사 2



소원돌은 시간이 흐르며 형태도 많아지고 숫자도 많아진다. 대부분 절로 향하는 마음도 무언가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하기 위해 방문한다. 간절한 마음이 보이지 않는 형태라면 소원돌은 눈앞에 보이는 마음의 결정체이다. 그래서 돌을 올리는 손길은 그 어느때보다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한참을 그렇게 소원돌을 바라보다가 또 걷는다. 아주 천천히. 천천히 걷다보면 평소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많이 보인다. 다람쥐가 물 마시는 모습도 볼 수 있고 발 아래 작지만 당당하게 서있는 작은 풀꽃도 만난다. 평소에 쉽게 만나는 꽃이 아니라 더욱 유심히 바라본다. 제비꽃인 줄 알고 천천히 바라보니 제비꽃의 모양과는 사뭇 다르다.


 
간절한마음으로오르는용봉사 3



용봉사가 눈앞에 보인다
. 바람이 살살 불어오며 풍경소리도 리듬에 맞추어 청량한 소리를 낸다. 키가 커다란 나무의 나뭇가지도 바람에 춤추며 일렁이는 소리를 내고 나뭇가지에 붙어있는 마른 잎사귀의 서걱거림도 들린다. 이 모든게 바람의 지휘아래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고 있는 듯 내 귀에 들린다. 바람이 멈추면 공백의 소리가 내 마음을 움직이지 않게 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는 효과음이 되어 천천히 들려온다. 한참을 커다란 돌에 앉아 바람이 들려주는 음악을 감상한다.


  

간절한마음으로오르는용봉사 4


간절한마음으로오르는용봉사 5

 

 

간절한마음으로오르는용봉사 6



용봉사 안에 들어가 기도를 하고 작은 시주를 하고 돌아선다. 돌아서는 발걸음은 올때보다 훨씬 가볍고 경쾌하다. 내려가면서 용봉사로 오르는 사람들을 만난다. 저마다 간절히 기도를 하고 표정도 가볍지 않다. 그 표정에는 간절한 어떤 마음이 보이는 듯 하다. 이들에게도 바람의 오케스트라를 들을 수 있다면 그 표정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지 않을까.

 

 
간절한마음으로오르는용봉사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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