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농가에서는 맑은 날들이 이어지면서 미루었던 일들을 마무리 하느라 한창이다.
우리 집 역시 마찬가지여서 멀리서 아이들이 와서까지 거들었는데 이제야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거들어 주지는 못하고 옆에서 지켜보시던 이웃은
“동백꽃이라도 보고 오자” 한다.
“그렇다. 다녀오자”
잠시만 달리면 되는 서천으로 향했다.
일요일도 아닌데 주차장은 만차였고, 매표도 기다려서 하고는 들어서니 안내판과 함께
걸음을 재촉하는 동백나무 숲 안내판
동백꽃들의 자태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들어서면서 보니 좀 늦게 온 감도 없지 않았지만, 한창 피고 있는 꽃들 앞에선 반갑기가 그지없다.
"이렇게 많은 꽃송아리들이 모두 몇 송이나 될까~"
이렇게 큰 나무에서 피는 꽃들을 어찌 가름할 수가 있으랴만 몇 송이나 되는지 이런 것도 알려주는
백만송이도 넘을 것 같아요
이야기도 있으면 더 흥미로울 것 같다.
펼쳐진 바다 옆에서 갯바람을 맞으며 피어나서인지 참 빨갛기도 하다.
전해오는 이야기처럼 간절한 마음이 더해서인 건 아닐까.
당집으로도 발길을 돌렸다
동백정에 있는 풍어제사당
.
“잉??? 당집 안에 왠 지폐와 동전들??, 행사를 하고 그냥 두고 간 건가”
“이걸 봐”
“복전함??? 여기에???”
“그럼 돈을 어디에다 넣어?”
“요기 있잖어”
문틈을 살짝 벌여 놓은 곳이 입구였다.
“하하하하”
재밌는 아이디어였다.
그러잖아도 한 아주머니가 그 틈에 지폐를 넣으시고는 두 손을 정성스럽게 모으신다.
새로이 생긴 복전함에 많은 지폐가 있어요
누가 이렇게 해 놓았을까. 혹시 커플이 다녀가며 서로 고백을 한 건 아닐까...
모두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곳곳에 꽃 꽃 꽃
돌아가는 길에 홍원항을 들러 주꾸미를
1kg 구입도 하였는데 조개와 홍합을 서비스로 얹어 주신다.
덤을 받으니 기분이 좋기도 하다.
살이 포동포동 오른 주꾸미
참 멋진 계절 앞에서 이 순간 무엇을 바랄까.
며칠이나 걸려서 조급히 해내던 어제까지의 일들을 보상이라도 해주는 것만 같았는데
당집의 복전처럼 무언가 가득 받은 봄철의 동백정 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