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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뉴스

"냉이 데쳐서 들지름 치고 무쳐 쓱쓱 비벼묵어봐"

2016.03.21(월) 11:02:43 | 콘티비충남방송 (이메일주소:twobunch@nate.com
               	twobunch@nate.com)

quot냉이데쳐서들지름치고무쳐쓱쓱비벼묵어봐quot 1


아침 찬 기운이 봄 햇살에 밀려 달아나고 개나리, 목련 꽃봉오리 금방이라도 훅 터질 것 만 같은 따사로운 오후 팔봉산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예상대로 경기도에서, 전라도에서, 혹은 경상도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갈길 먼 이분들은 벌써 하산하여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는데, 참 좋은 명산이 가까운 곳에 있는 우리네야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이곳 저곳 찬찬히 살펴보며 걷는데 어느 집 과수원에 분홍빛 머금은 하얀 매화꽃이 드문드문 피었고, 누구네집 담벼락을 넘어서 높이 뻗은 목련나무에 맺힌 봉오리들은 출산을 오늘 내일 앞둔 산모 그 마음을 닮았습니다.

팔봉산가든 앞 화단 귀퉁이에 노란 수선화가 활짝 피어 반기는데 왜 그리 반가운지. 오르는 길옆으로 나란히 심어진 개나리. 성미 급한 녀석은 벌써 빼꼼이 내다보고 있습니다.

산을 오르는데 올해 1학년에 입학한 녀석이 묻습니다.

“왜 산 이름이 팔봉산이에요?”부터 쏟아지는 폭풍질문에 답변해주랴, 올라가랴 이래저래 숨이 턱턱 차오릅니다. 헬스장에서 나름 체력단련 했노라 자신했는데 말짱 헛것입니다.

“엄마는 왜 그렇게 헐떡거려요?”

“짜슥아, 너도 내 나이 돼 봐라.”

우리 할머니가, 우리 어머니가 늘상 하셨던 그 말씀을 내가 하고보니 풉 웃음이 납니다.

하산하는 길, 입구에는 인근에 거주하시는 할머니들이 직접 농사 지은 수수며, 콩이며, 팥이며 다양한 농산물을 팔고 계십니다.

“이 냉이 하우스에서 키운거에요?”

“옴마, 뭔 소리여. 하우스에서 난 것은 이렇게 뿌리도 길지도 않고 향기도 별로여. 돈 몇 푼 안 되는디 그냥 놀믄 뭐허나 싶어서 여기 저기 돌아댕김서 캔 거여. 허리 아프고 다리 아프고 사실은 약값이 더 들어. 허허.”

빠진 이 사이로 말도 새고, 웃음도 새는 구수한 할머니의 넉살에 기분 좋게 넘어가 이것저것 사고 보니 한보따리입니다.

“요고 들지(기)름도 한 병 사. 농사 진 거 짜 온 거여. 시방 산 냉이 말여. 요것을 싹 데쳐서 뽈깡 짜서 들지름을 치고 무쳐서 쓱쓱 비벼묵어봐. 얼매나 맛난가.”

장사하시는 분들은 이 할머니에게서 장사 비법을 전수해 가도 좋겠습니다. 들지름(?) 있는데도 또 산걸 보니 그렇습니다.^^

집에 돌아와 할머니께서 일러 주신대로 싹 데쳐서 뽈깡 짜 들지름을 치고 무쳐서 쓱쓱 비벼먹는데 할머니 말씀이 참말입니다. 자동으로 엄지 척 치켜 올리게 됩니다. 봄기운 가득 머금은 봄나물이 온 몸 구석구석 기분 좋은 기운을 퍼트립니다.
그리고 냉이 파는 할머니 옆에, 들기름 파시는 그 할머니 옆에 앉아계시던 할머니께 드렸던 약속을 꼭 지키고 싶어졌습니다.

“다음에 오면 꼭 할매 꺼 사드리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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