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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뉴스

“파리는 안면도처럼 내게 또 하나의 섬”

책 ‘사랑이 파리를 맛있게 했다’ 펴낸 사진가 손현주씨

2016.02.02(화) 10:45:56 | 주간태안신문 (이메일주소:shin0635@hanmail.net
               	shin0635@hanmail.net)

“태안의 섬 안면도에 정착하여 작가활동을 하던 저에게 파리는 인문학적 사유를 키우는 또 하나의 섬이었습니다. 2년간 여름 한 철씩 파리에 머물렀죠. 피카소가 헤밍웨이가 창작의 상상을 키우던 책방과 카페, 세느 강변을 살피거나 과거 외젠 앗제(19세기말 프랑스 사진가, 현대사진의 아버지)가 새벽에 사진을 찍던 오래된 골목을 해찰하며 제 자신의 발자국소리를 들었습니다. 느리게 걸으며 파리라는 또 하나의 섬을 보게 됩니다.”

지난해 7월 안면도 섬 사진전 ‘안면도 오디세이’(Odyssey in Anmyeondo,)로 태안을 널리 알린 손현주씨(51, 사진작가)가 이번에는 파리의 맛과 요리, 여행, 사진이야기를 담은 ‘사랑이 파리를 맛있게 했다’(앨리스)를 출간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저자의 파리 오마주는 단순히 ‘한 철’ 머문 기행담이 아니다. 전직신문기자이자 음식, 와인칼럼니스트인 그가 와인 공부를 하며 드나들던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리를 비롯하여 리옹, 보졸레, 보르도, 남프랑스 등 두 발로 체득한 오랜 기억의 회로가 고스란히 책 속에 녹아들어 있다.

특히 파리의 미식을 회고하는 그의 글은 레스토랑에 앉아있는 객담이 아니라 요리를 만드는 현장 속으로 뛰어 든다.

파리 맛의 근원을 길러내는 요리사관학교 ‘르 꼬르동블루’에 정식 취재요청을 하여 직접 수업을 들으며 생생한 소식을 전한다. 이어 프랑스 부엌에서 벌어지는 전투적 목소리를 드라마틱하게 엮어내고 있다. 차고도 넘칠 만큼 나와 있는 파리의 맛과 문화를 다룬 다른 책과 다른 점이 바로 이런 대목일 것이다.

“큰 딸이 파리 요리학교를 나와 현재 미슐랭가이드 스타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요즘 텔레비전마다 요리프로 전성시대지요. 요리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넘쳐납니다. 그러나 요리는 트렌드로 접근하면 안됩니다. 그 지역의 인문학에 바탕을 둔 종합예술이고, 매정한 현실이지요. 뜨겁고 눅눅하며 좁은 공간에서 누군가를 위해 하루 15시간 일을 해야 하는 희생의 직업입니다.”

저자는 요리유학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을 만나면 요리는 냉정한 삶이라는 점부터 주지시켜준다.
그래서 책은 트렁크 두 개를 들고 한 소녀가 인천공항을 떠나는 설정부터 시작하여 프랑스에서 요리사가 되기까지 언어와 비자, 방 얻기 등 필요한 모든 정보를 놓치지 않고 기록해 놓았다.

그러면서 벼룩시장, 헌책방, 레즈비언 전문 서점, 퐁피두광장, 마레 지구, 할머니들의 남다른 패션, 센강 주변의 풍경 등 느릿한 산보객으로서 해찰하며 담은 파리의 구석구석을 놓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 풍경에는 파리만의 자유와 해방과 낭만이 넘실거린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무심히 걸으면서 난 많은 자유를 얻었어요.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파리에서는 자유로워질 수 있죠. 걷고 즐기면 그만입니다.”

그렇다고 파리에 대한 예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맛과 관련해서만 보더라도 현재 파리는 그 도시만의 정체성이 모호해진 것 같다고 말한다.

코스모폴리탄적인 도시답게 음식에서도 이제는 하나의 거대한 제국처럼 변하여 ‘이것이 파리의 음식이다’라고 할 만한 게 없어 보인다고 냉정하게 평가한다. 미슐랭 가이드 스타 레스토랑들의 허와 실도 짚었다. 또한 거리에서는 늘 조심해야 해야 할 만큼 현재 파리는 많이 위험하다고도 전한다.

그뿐인가. 파리의 거리 여기저기서 들끓는 냄새는 또 어떠한가. 그런 것이 싫어 한동안 이 도시를 멀리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파리가 가진 어떤 상징성은 한 계절만 지나면 가슴속에 들어와 있었다고 하니, 오명과 고귀함이 공존하는 이 도시는 그곳을 걸어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묘한 마력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의 체취가 느껴지는 글맛과 함께 이 책에서는 사진을 보는 맛도 각별하다.

저자의 해찰에는 카메라도 늘 함께했다. 사실 그녀는 프로 사진가다. 온 국민이 사진가라는 시대라고 할 만큼 이미지가 범람하지만, 사진적인 시선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감각적으로 잘 담아 낸 사진들을 모두 보고 나면 파리에 무척 가고 싶어진다.

식재료 좋은 태안을 ‘대한민국의 키친’으로 만들고 싶은 그는 요즘 욕심이 하나 생겼다. 요리사인 딸이 두루 지구촌 음식을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와 태안의 섬 안면도에 ‘사람을 건강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힐링푸드’를 열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는 포토그래픽 아티스트입니다. 사진을 통해 에너지와 영감을 주는 사람이지요. 그런데 요리사는 종합아티스트입니다. 사람들의 오감을 행복하게 해주지요. 딸아이가 한국에 들어오려면 몇 년은 더 있어야합니다. 프랑스와 스페인, 이태리 요리까지 두루 체득하고 싶어 하거든요. 언젠가는 태안에서 태안식재료로 지구촌음식들을 풀어내겠지요. 저에게도 딸에게도 태안은 예술을 풀어내는 창작의 고향인 모양입니다”

한편 손현주씨는 2월15일부터 한 달간 ‘파리스랜드’(Parisland)라는 제목으로 서울 연남동 낙랑갤러리(낙랑파라)에서 사진초대전을 갖는다.

사랑이 파리를 맛있게했다 표지

▲ 사랑이 파리를 맛있게했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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