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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뉴스

설 명절, 부모님 계시는 고향으로

2016.02.01(월) 11:13:43 | 충남포커스 (이메일주소:jmhshr@hanmail.net
               	jmhshr@hanmail.net)

“물엿이 식기 전에 빨리 빨리 잘 버무려야 해.”

“입구를 잘 열어봐. 그렇지. 이제 오므리고 방망이로 평평하게 밀어.”

“어슷썰기 배웠지? 예쁘게 자르려고 노력해봐.”

“부서지지 않고 모양이 잘 나오는 걸 보니까 물엿 양이랑 시간 조절을 잘 한 것 같다.”

“언니가 잘라서 밀어주면 막내는 바구니에 담거라.”

 

설을 앞두고 깨강정이며, 쌀강정이며 만드느라 어머니의 총감독 아래 할머니부터 막내둥이에 이르기까지 총동원 돼 각자에게 주어진 임무를 척척 수행해 냅니다. 그렇게 하루해가 저물어 어둑어둑해 질 때까지 작업은 계속됩니다. 기업도 아닌데 왠 강정을 그리 많이 만드는지 원래 곧게 펴지지 않는 할머니허리를 온 식구가 닮아갑니다.

 

“좁고 불편해도 며칠만 참아.”

손 큰 우리 어머니께서 유과 반죽을 적잖은 방방마다 곱게 밀어 널어놓는 바람에 잠시 나만의 공간은 양보해야 합니다. 그렇게 유과반죽이 부서지도록 잘 말려진 후에 또 한 번의 대사가 치러집니다.

 

한사람이 잘 달궈진 기름 속에 잘 말려진 유과반죽을 풍덩 넣으면 순식간에 몇 배로 부풀어 오릅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 건져주면, 또 한사람은 잘 끓인 물엿을 발라주고, 식기 전에 또 한사람은 뻥 하고 튀겨 온 쌀 잘게 부수어 옷을 입힙니다. 또 한사람은 차곡차곡 상자에 정리해 담습니다.

 

이렇게 한 달 도 훨씬 전부터 가족이 모두 불편한 잠자리에 때로는 허리 펼 시간도 없이 몹시 분주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설 맞을 준비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냥 전문적으로 잘 만들어 파는 것 사다 먹을 수도 있었지만 열 손가락이 모자라 셀 수도 없는 고모, 삼촌, 자식들 왔다 가는데 빈손으로 보내기 싫습니다. 손마다 푸짐한 강정보따리 하나씩 쥐어주고 뿌듯해 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도시에 사는 친척들은 직접 농사 짓고 또 직접 정성을 들여 만든 강정들이 그 어떤 선물 보다 값집니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쉽게 볼 수 있었던 이런 풍경들이 시골에서도 사라진지 오랩니다. 편리하게 몇 개 사서 먹고 맙니다. 몸은 편해졌는데, 분주함도 사라졌는데 대신 나눌 정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파트에서 어릴적 풍경을 추억하게 하는 그 즐거운 분주함의 현장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내외분이 설에 찾아오는 손주녀석들 먹이고 싸서 보내려고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그릇을 동원해 직접 손 만두를 만들고 계십니다.

 

‘고기가 씹히는 맛이 있어야 제 맛‘이라며 믹서기에 갈지 않고 직접 손으로 다집니다. 김치는 국물을 최대한 짜내야 만두피가 물러지지 않습니다. 얼굴이 벌개지도록 국물을 짜내고 또 짜냅니다. 온갖 채소 다져 넣고 할머니는 만두 속을 정성들여 버무립니다.

 

한쪽에서 할아버지가 만두피를 반죽해 곱게 밀어줍니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속을 최대한 빵빵하게 집어넣고 쪄내어 냉동시킵니다. 인스턴트 만두 먹이고 싶지 않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 그득 담아 쪄낸 ‘정성사랑만두‘입니다. 시종일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작업에 동참하던 우리집 늦둥이 녀석에게도 한보따리 안겨주며 정을 나눕니다.

 

온종일 쭈그리고 앉아 만두를 만들면서 허리도 무릎도 아프지 않을 리 없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 맛있게 먹을 것을 생각하면 아픔 따위는 잊고도 남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지금, 손주들 찾아오는 설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릴 적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는 연휴가 길다더라. 하룻밤만 자고 갈거면 오지 마라.”

친정어머니의 협박 아닌 협박이 고맙습니다. 늙어져 몸이 불편한데도 자식들이 귀찮음에 대상이 아니라 하루라도, 한시라도 더 머물렀으면 좋겠는 것이 부모 마음입니다.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으로 마음은 이미 도착했습니다. 애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설 명절 부모님과 함께, 친지들과 함께 작고 소박한 정이라도 나누며 참 많이 행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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