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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친구는 고향친구가 좋고

동창은 초등학교가 제일

2016.01.01(금) 18:46:47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구랍(舊臘) 12월 30일에는 직장에서 회식이 있었다. 송년회 겸 한 해의 수고를 서로 덕담과 칭찬으로 씻어내자는 게 회식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직원이 모두 참여할 순 없었다.

개인적 용무를 핑계로 불참한 직원 외에도 야근을 하는 직원은 원천적으로 참석이 불가한 때문이었다. 더욱이 내가 속한 보안 파트의 경비원은 나만 홀로 참석한 형국이었다. 따라서 적지 않게 어색한 분위기에서 술자리를 시작했다. 하지만 가장 고위직인 센터장님의 칭찬이 나를 금세 훈훈한 기분으로 치환해 주었다.

“이번에 우리 홍 선생님께서 책을 발간했습니다. 힘든 야근을 하시면서 집필에 힘쓴 그 노고를 축하드리며 여러분들도 서점에 가서 홍 작가님의 책을 사는 의리를 부탁드립니다.” 나는 그 말씀이 너무 고마워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머리를 배꼽 근처까지 숙이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제 책을 사오시면 덕담을 담은 사인을 해 드리겠습니다.” 고깃집을 나와 당구장을 잠시 들른 후 2차론 노래방에 갔다. 이튿날엔 또 새벽부터 출근을 해야 하는지라 내가 먼저 일어나야 했다. “여기 얼마죠?”

15만 원의 셈은 내가 치렀다. “천천히 드시고 더 놀다 가십시오. 계산은 제가 했습니다.” 그러나 이튿날 출근을 하여 만난 그 직원들 중 어느 누구라도 “어제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는 이는 전무했다. 의리는 관두더라도 예의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진짜 매너 점수가 꽝이네~ 다시는 내가 술 사주나 봐라!!’ 불쾌함을 애써 감추며 근무를 하던 중 초등학교 동창인 W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어? 웬일이냐? 아참~ 연말이지, 새해에도 건강하고 좋은 일만 많길 바란다."

그러자 친구는 회사의 도서비로 내 책을 80권 가량 구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오랜 가뭄 끝에 고마운 단비가 쫙쫙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고마워~! 출판사로 직접 연락하면 할인해 줄 거야. 저자의 친구라고 말해.”

사람들은 흔히 자신은 의리 빼면 시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렇지만 정작 그 의리가 필요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발뺌을 하기 일쑤다. 의리가 부실하면 더 이상 의리(義理)가 아니라 허리(虛理)가 된다.

어쨌거나 친구는 고향친구가 좋고 동창은 초등학교가 제일 가깝다더니 그 말이 꼭 맞는 어제였다. 어제 W 친구의 그야말로 ‘으리으리한’ 의리는 진정 의연(依然)하기 짝이 없는 든든함과 흐뭇함의 절정이었다.

앞으로도 전과 다름이 없음을 뜻하는 또 다른 ‘의연’과 의리, 그리고 우정이 태산처럼 견고하길 소망한다. 내가 먼저 그리 하리라는 건 구태여 사족의 강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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