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집터 다지며 지신(地神) 숭배와 축제까지 즐겼던 풍류

2013년 3월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45호(단체종목)로 지정된 '의당집터다지기'

2015.04.29(수) 01:16:01 | 남준희 (이메일주소:skawnsgml29@hanmail.net
               	skawnsgml2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소중한 우리 것이 자꾸만 사라지고, 그래서 뒤늦게 찾지만 이미 완전 멸실돼 영영 되찾을 수 없는게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 와중에 하나라도 더 간직하고자 노력하시는 분들, 존경스럽고 감사한 일입니다.
 
집짓기.
지금은 거대한 포크레인과 레미콘 차, 바닥엔 팔뚝 굵기의 철근과 고강도 H빔을 박아 수십층짜리 마천루 같은 아파트를 지어 거기서 살지요.

세월이 참 많이 흘러 이젠 너나없이 이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 오밀조밀 모여 살지만 옛날에는 기와집이든 초가집이든 아파트라는건 모른채 살았습니다.

어쨌거나 아파트든 일반주택이든 집을 짓기 위해서는 땅을 잘 다져야 합니다. 즉 기초가 튼실해야 집이 안전하게 자리를 잡고 굳건히 서서 버텨 주죠.
 

공주시 의당면 율정리 의당집터다지기보존회

▲ 공주시 의당면 율정리 의당집터다지기보존회


충남 공주시 의당면 율정리에는 1400년대부터 참으로 장구한 세월동안 전해 내려오는 민속놀이 ‘의당집터다지기’가 있습니다.

집을 지을때 주추를 놓고 기둥을 세워 짓는 집은 지표면 이하로 기초 주조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습니다. 지표면에 평평한 돌을 놓고 기둥을 세워 건축하기 때문에 집터를 다지지 않으면 주택의 수명이 짧아지겠죠.

그래서 의당집터다지기는 목조주택을 신축 할 때 주춧돌을 놓아 기둥을 세우는 건축 양식이 시작되면서 집의 구조를 튼튼히 하기 위해 시작된 민속 문화입니다.
 
지금처럼 거대한 기계나 장비가 없던 예전에 집을 지을 때 집터를 단단히 다지기 위해 ‘다짐돌’로 불리는 거대한 돌덩어리를 동아줄로 묶어 사방에서 당기면서 높이 들었다가 놓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이 집터 다지기가 국내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죄다 사라졌는데 우리 공주시 의당에서는 여전히 전래되는 덕분에 지난 2013년 3월 11일에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45호(단체종목)로 지정된 것입니다.
 
소중한 전통문화를 버리지 않고 계승 발전시켜 온 마을 주민들 모두가 큰 박수를 받아 마땅한 일이며, 이를 잘 아끼도록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준 충청남도의 결정 역시 감사한 일입니다.
 

광주 아시아문화의전당 기공식때 공연모습

▲ 광주 아시아문화의전당 기공식때 공연모습
 

광주 아시아문화의전당 기공식때 공연모습. 가운데 돌이 땅을 다지는데 사용되는 핵심 도구이며 이것에 동아줄로 묶어 사방에서 20여명의 장정들이 동시에 잡아당겨 돌을 들러 올린후 동시에 내려놓음으로써 돌이 바닥에 떨어져 땅을 다지게 하는 것임.

▲ 광주 아시아문화의전당 기공식때 공연모습. 가운데 돌이 땅을 다지는데 사용되는 핵심 도구이며 이것을 동아줄로 묶어 사방에서 20여명의 장정들이 동시에 잡아당겨 돌을 들어 올린후 동시에 내려놓음으로써 돌이 바닥에 떨어져 땅을 다지게 하는 것임.


의당집터다지기 보존회 전용주 회장님의 말씀에 의하면 이 문화는 집터를 다지는 것 외에 아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의당집터다지기 보존회 전용주 회장님

▲ 의당집터다지기 보존회 전용주 회장님


전용주 회장님 말씀 = "사실 집을 짓기 전에 집터를 다지는 것은 땅을 다지는 노동을 넘어 지신(地神)에 대한 숭배와 일체화 과정의 제례행위였다고 보면 옳을 듯 합니다. 한 가정을 이룬 온 가족이 들어가 평생을 거주하는 집. 그 건물을 짓는 일이니 그만큼 소중하고 신성한게 어디 있겠어요. 그러니 집 짓는 가장 핵심적인 기초를 다지는 ‘집터다지기’가 단순한 노동의 차원을 넘어 지신(地神)에 대한 숭배의 의미를 갖는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의당집터다지기는 지금까지 인간과 지신과 땅이 하나 되어 집터다지기라는 소리의 결실로 나타난 그 자체가 생활과 신앙이 하나 되는 과정이자 축제였다고 보는게 맞을 것입니다.
 

부천 엑스포 참가때 모습. 집터를 다지기 전 지신께 제례를 올립니다.

▲ 부천 엑스포 참가때 모습. 집터를 다지기 전 지신께 제례를 올립니다.
 

집터 다지기를 알리는 깃발

▲ 집터 다지기를 알리는 깃발
 

부천 엑스포

▲ 부천 엑스포
 

신명나게 장구치고 북치고...

▲ 신명나게 장구치고 북치고...
 

집터다지며지신숭배와축제까지즐겼던풍류 1


집터를 다지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먼저 집 지을 터를 정하고 기둥과 다른 기둥을 연결하여 기본 골격을 세워 벽의 윤곽을 잡습니다.

이어 1섶(회초리 처럼 가늘고 긴 나무가지 또는 수수대 등)을 사용하여 외때기를 엮고 흙을 바릅니다. 이때 사용되는 도구로는 아주 큰 바윗돌을 사용하며, 동아줄을 이용하여 그물을 뜨듯 돌을 엮은 후에 사방으로 손잡이 동아줄을 매달고 한 줄에 1-2명의 장정들이 줄을 잡고 동시에 잡아 당깁니다.

그러면 당연히 돌이 허공으로 솟아 오르고 잡아당긴 줄을 일시에 놓으면 돌이 떨어져 돌의 무게로 땅이 다져 지도록 한 것입니다.
 
하나의 돌에 20~25명의 장정이 매달리며, 집터가 큰 경우에는 2개 이상의 다짐돌을 만들어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이는 70년대 초반까지 일반적으로 사용된 방법이며 집터 다지는 날은 마을의 장정들이 무료봉사를 하였습니다.

농번기에 집터를 다지게 되면 낮에는 들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야간에 집터를 다졌고 주인은 술과 음식을 풍족히 제공하고 마을의 풍물패가 함께하여 작은 축제마당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소리의 구성은 땅의 명기(明氣)를 부르는 소리가 앞에 들어가고 집터가 좋음을 칭송하는 소리가 후반부를 이루지만 노동요의 특성이 일과의 연관에 있어 작업을 지시하는 소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행동을 일러주는 일꾼 다루는 소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선소리를 메기는 사람의 능력과 호령에 따라 가사가 조금씩 달랐다고 합니다.
 

제주 한국미술제 참가당시 장면

▲ 제주 한국미술제 참가당시 장면
 

제주 한국미술제 참가당시 장면 2.

▲ 제주 한국미술제 참가당시 장면 2.


공주 의당집터다지기는 1970년대 까지 시행되었다가 잠시 소멸될 뻔한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는 면면히 그 명맥을 유지 간직하고 있었기에 지난 2008년에 백제문화제와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열린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참가해서 은상을 차지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2009년는 안면도 꽃박람회 등에 참가하여 충남 민속의 우수성을 선양했습니다.

공연은 터 고르기 가래질, 터다지기 고사 축원, 집터다지기 순서로 진행되며 사물놀이와 어우러져 흥겨운 한마당을 연출합니다.
 
땅 다지기는 집터 뿐만 아니라, 묘터 다지기, 제방축조에 사용한 흙 다지기 등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는 노동의 고됨을 견디고 서로의 피로를 씻어주며 일을 즐겁게 하자는 취지에서 자연스럽게 흥얼거린 소리 즉 ‘일노래’도 있었습니다.
 
집터다지기 소리는 ‘달고줄’ ‘호야’ ‘지경’ ‘망깨소리’ 같은 많은 명칭이 있습니다. 이 소리들은 한 사람이 먹임소리를 하면 달고줄을 잡은 사람들은 모두 후렴만 부르면서 힘을 합쳐 땅을 다졌는데 달고 소리는 크게 집터 다지는 집달고소리와 무덤을 다지는 무덤달고소리가 있다 합니다.
 
공주아리랑 가락에 맞춰 집터다지기 소리를 내며 한바탕 신명나게 놀아보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얼쑤~~잘 논다.” 
 
 

남준희님의 다른 기사 보기

[남준희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