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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뉴스

[사람향기]행복을 느끼는 봄으로

2015.03.19(목) 10:29:08 | 충남포커스 (이메일주소:jmhshr@hanmail.net
               	jmhshr@hanmail.net)

주말, 점심을 먹고 입가심으로 커피 한 사발 쭈욱 들이킨 후 봄을 만끽하려면 어디를 가야할까 고심 끝에 우리 고장의 명산 팔봉산을 향해 가는 길. 논에서는 농부님들이 볏짚을 무슨 의미 인지 고루고루 흩어 펼치고, 뜸했던 공사장 포크레인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밭마다 두덕 마다 감자 심고 덮어놓은 비닐하우스가 태안반도 파도처럼 아름드리 물결칩니다. 곳곳마다 봄 냄새가 가득합니다.

나무마다 지난 한 주간 겨울바람보다 더 추운 꽃샘추위를 이겨내고 따뜻한 봄 햇살 받고, 따스한 기운 감도는 봄바람 맞으며 마치 시장통 살티밥처럼 빼꼼히 눈만 내놓고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봄이라는 감독이 준비! 땅! 신호를 보내는 순간 마라톤 경주장 선수들처럼 일제히 앞 다투어 곧 피어나겠지요.

 “사계절 좋지만 저는 봄이 제일 좋아요. 생동감 넘치고 뭔가를 도전해보고 싶고, 심지어는 잘 있는 가구 이리 옮겨보고 저리 옮겨보면서 변화도 주고 싶고........” 산을 오르다 중턱에 쉬어가며 수다를 떠는 여자들 사이에 한 남자가 이 모든 말을 한마디로 정리해줍니다. “봄 싫어하는 사람도 있슈?” “푸하하하~ 그러게요.”

쉬는 날이면 컴퓨터 게임이 더 즐거운 소띠 큰아들눔이 장터에 팔려가는 소 마냥 끌려나오더니 상쾌한 공기가 싫지는 않은지 나온 배를 부풀렸다 집어넣었다 하면서 심호흡을 해댑니다. 소띠 띠동갑 동생 녀석이 벌써 저만치 앞서 갑니다. 덩치로 보나 키로 보나 도저히 형을 따라잡거나 이길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형을 이길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산을 오를 때뿐 입니다. “산은 꼭 올라야만 맛은 아니다.”라는 그럴싸한 철학을 내세우며 큰 아들눔이 자신만의 봄을 찾아 옆길로 샙니다.

가뿐 숨 몰아쉬며 오르는 길. 친절한 서산시가 나무마다 이름을 써 붙여놓고 어떤 잎이 나는지, 어떤 열매를 맺는지 상세히 설명해 놓아 그것 읽으면서 오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엄마, 방금 새 소리 들으셨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 손을 귀에 모아 새 소리에 귀 기울이는 녀석이 팔봉산 산골짝에 다람쥐와 꼭 닮았습니다. “엄마, 이제 봄이니까 뱀이랑 두더지랑 곰이랑 잠 다 잤어요? 오늘 만날 수 있어요?” 이런 질문 받을 때 참 난감해집니다. 그러나 때는 이때라. 은근슬쩍 교육모드로 돌입합니다. “오늘 만나믄 반갑고, 못 만나믄 내일 만나믄 되는겨. 내일 못 만나믄 모레 만나믄 되고, 모레 못만나믄 글피 만나믄 되는겨.” 속셈이 다 들여다보이는 엄마들의 교육방법. 그렇게 오늘, 내일, 모레, 글피의 개념을 깨우쳐주고 엄마는 속으로 좋아 죽습니다.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일. 인생이랑 닮았다고 누가 그랬을까요. 반대입니다. 산을 오르는 것 숨이 좀 차서 그렇지 그냥저냥 올라갈 만 했는데 내려오는 길 무릎이 시큰거립니다. 미끄러질까 긴장하고 무릎에 부담 갈까 조심조심 내려갑니다. 산을 오르는 일, 인생이랑 닮은 것 맞습니다. 인생의 힘든 오르막길을 마치고 이제 내리막길이라고 방심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도 있으니 그렇습니다. 가파른 오르막길, 미끄러운 내리막길을 벗어나 평지로 접어들면 평소에 평탄한 길을 걸으며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을 찾습니다.

 버스를 빌려 먼 곳에서 단체로 오신 분들도, 아들 손잡고 산을 오르는 아빠도, 삼삼오오 어우러져 번개모임으로 왔다는 사람들도 모두 값없이 봄을 한보따리씩 싸갑니다. 저마다의 보따리 속에 행복이, 웃음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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