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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뉴스

[사람향기]봄이 왔나봄

2015.03.12(목) 05:23:55 | 충남포커스 (이메일주소:jmhshr@hanmail.net
               	jmhshr@hanmail.net)

주말 동네 놀이터가 참 오래간만에 왁자지껄 시끌벅적합니다. 따뜻한 햇살의 유혹에 이끌려 하나 둘 엄마 손 붙들고 나오던 아이들이 이내 손 뿌리치고 무작정 내어 달립니다. 겨우내 집안에서 숱하게 들었던 ‘뛰지 말라’는 부모의 성화에 한이라도 맺힌 것 같습니다. 고삐 풀린 망아지들 맞습니다.

현관에 먼지 낀 채 방치되어 있던 자전거가 드디어 몸 푸는 계절입니다. 자전거 페달을 있는 힘껏 밟아 내어 달리는 아이들의 머리카락이 일제히 뒤로 흩날리며 드러난 넓은 이마에 봄바람이 쪽! 입 맞춥니다. 겨우내 대체 뭘 먹었는지 부쩍 늘어난 주인장의 체중을 버거워하면서도 자전거 바퀴는 기꺼이 기분 좋게 굴러가줍니다.

나무에 오르고, 걷고, 방방 뛰는 아이들의 얼굴이 저 아랫녘은 벌써 피어났다는 화사한 봄꽃을 닮았습니다. 그 꽃 같이 예쁜 아이 얼굴 카메라에 담느라 엄마도 아빠도 함께 따라 뜁니다. 가뿐 호흡을 고르며 겨우내 운동 안한 것 후회하는 것 같습니다. 내킨 김에 사이좋게 엄 마 아빠 배드민턴 채 하나씩 붙들고 힘차게 휘둘러보지만 맘과 같이 되지 않습니다. 방치한 뱃살이 이토록 무거울 줄 몰랐습니다. 놀이터에서 만난 배드민턴부부,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운동하시기를. 봄이니까요.^^

우리집 늦둥이 녀석,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운동기구도 척척 해내는걸 보니 겨우내 많이 컸습니다. 못했던 것을 해내고 나니 자신감이 충만합니다. 일주일 전 빠진 앞니를 훤히 드러내고 팔짱까지 끼고 호탕하게 웃습니다. “보셨죠? 제가 이제 일곱 살 형님 아닙니까. 뭐든 할 수 있다구요.” 여덟 살 형님 되면 뭔 일 나겠습니다.^^

“저희는 김밥 싸고 돗자리 챙겨 가까운 곳에 나왔어요. 오빠 자전거 이제 발이 닿는 걸 보니까 겨우내 우리 딸이 컸네요.”

“저희 가족은 대산 삼길포 황금산에 왔어요. 아이들이랑 산에 오르고 바다도 보면서 덕수네가리비에서 조개구이 먹고 있어요. 봄이 좋기는 좋네요.”

“저희 가족은 현충사에 왔어요. 따뜻한데 집에만 있으면 손해일 것 같아서요.”

“오래간만에 축구하면서 운동장을 누볐더니 너무 좋네.”

겨우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운동을 기피하던 우리집 양반 티가 납니다. 양 발가락 바닥에 뻘건 물집이 잡혔습니다. 그래도 좋답니다. 이제 봄이니까 매주 안 빠지고 축구한다고 다짐합니다. 봄은 능력자입니다. 마누라가 그렇게 잔소리 해대도 꿈쩍 않던 남자를 움직이게 만드는 초능력자입니다.

노는 아이 지켜보면서 카톡 프로필 쫘악 훑어보는데 어떤 분 프로필이 참 인상적입니다. “당신 마음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야~ 나한테 한 말도 아닌데 그냥 괜시리 기분이 좋아집니다. 도대체 이런 멋진 말들을 해내는 사람들은 어떤 감성을 지닌 분들인지 궁금한데 알 길이 없습니다. 이 좋은 글귀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제 마음이 뜨거워서 곧 여름이 올지도 몰라요.^^”

유난히 봄을 타는 이 여자. 제 발로 찾아 온 봄을 만끽하고 싶어서 재래시장을 찾았습니다. 취나물, 두릅, 방풍나물, 냉이, 달래, 속이 차지 않고 잎이 옆으로 퍼진 고소한 봄동 무침까지 온통 푸른 밥상을 차려보았습니다. 이 모든 것을 양푼에 넣고 고추장 한 수저에 참기름 넉넉히 넣고 쓱쓱 비벼 참깨 송송 뿌려 먹는데 온 몸에 봄기운이 스르륵 녹아듭니다. 이렇게 행복할 수가!

제 뜨거운 마음을 서둘러 식혀야겠습니다. 여름이 오면 안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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