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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은은한 처마선이 일품인 수목원 출입문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대상 - 천리포수목원의 방문자센터

2015.02.24(화) 11:11:51 | 오선진 (이메일주소:dhtjswls17@hanmail.net
               	dhtjswls17@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건축상 분야에 관한 기사를 오랜만에 쓰게 됐다.
두달 반 쯤 전이었던 지난 2014년 12월2일 우리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수목원의 방문자센터가 목재문화진흥회와 한국목조건축협회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에서 준공부문 대상을 받는 영예를 얻었다.
 

대상 수상작 명패

▲ 대상 수상작 명패


당시 목조건축대전은 계획부문과 준공부문으로 나눠 계획부문 11작품, 준공부문 6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는데 천리포수목원 방문자센터가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이다.
 

수목원 정면 방문자센터 전경

▲ 수목원 정면 방문자센터 전경


1. 수목원의 상징
기존 수목원에는 주차장으로 쓰이던 공터에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해 만든 매표소와 안내소가 덩그라니 놓여있었다고 한다.
매표소 앞 한 켠에 방문자들을 위한 천막을 설치하고 나무 벤치를 가져다 놓은 것이 전부였다.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수목원이었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처음 맞이하는 것은 이런 황량한 광경이었다.
수목원측에서는 늦기는 했지만 아름다운 수목원의 위상에 걸맞는 제대로 된 방문자센터를 짓기로 해서 탄생한 건물이다.
 

한옥의 처마 선을 살린 모티브

▲ 한옥의 처마 선을 살린 모티브


2. 한옥을 모티브로 한 설계
대상을 받은 천리포수목원 방문자센터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한옥을 모티브로 설계한 목조건물이다.
낮고 평평한 지붕에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기둥 배열을 높이를 다르게 적용해 한옥의 경쾌한 처마선을 살렸고, 하나의 지붕 아래 시선을 적절히 가리고 열어주는 기능성 있는 세 개의 공간을 배치해 소박하지만 단아한 목구조다.
또한 수목원 건물에 한옥의 이미지를 접목시켜 구성한 이유 역시 수목원을 설립한 고 민경갈 선생이 한옥을 유난히 사랑했기 때문에 그 유지를 살린거라 한다.
 

편한 느낌으로 방문자를 맞는 대문

▲ 편한 느낌으로 방문자를 맞는 소박한 느낌의 구조


3. 방문자를 따스하게 맞이하는 대문으로서의 역할
방문자센터라는 이름처럼 천리포 수목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처음 맞이하는 대문과도 같다.
솟을대문처럼 자기를 과시하고 상대를 위압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하고 편안하게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문이 되고자 했다. ‘문인가?’ 하는 순간 이미 지나쳐버리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전해준다.
천리포수목원은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 받을 만큼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나무다. 그래서 설계자는 건물이 주인행세를 하지 않기를 바랐다고도 한다.
그리고 건물 통로와 공간 사이로 언뜻언뜻 나타나는 풍경이 수목원에 대한 기대를 키워줄 수 있도록 설계됐다.
 

건물 한가운데 심어져 있는 참죽나무. 1년에 3번 색깔을 바꾸는 나무로 유명하다.

▲ 건물 한가운데 심어져 있는 참죽나무. 1년에 3번 색깔을 바꾸는 나무로 유명하다.


4. 계절별로 변화무쌍 삼색 참죽나무
그리고 이곳. 한 지붕아래 분절된 구조물들이 시선을 적절히 가리고 열어주는 역할을 하는 가운데 지붕을 뚫고 올라가는 나무한그루가 보인다.
그리고 살짝 들어 올린 처마선이, 무심히 서있는 목재 기둥들이 앞으로 보게 될 것들을 암시한다.
여기 서 있는 나무는 참죽이다. 참죽은 해양성 기후에서는 붉은색에서 연한 노란색, 또 초록색으로 1년 동안 잎의 색깔을 3번 바꾸는데, 바닷가에 위치한 천리포 수목원과 태안일대에서 특히 그 변화가 뚜렷하다고 한다.
키는 20m쯤 자라고 가지는 암갈색인데 껍질이 얇게 갈라져서 붉은색 속이 보이며, 잎은 어긋나기로 난다. 꽃은 6월에 향기가 좋은 흰색으로 피고, 달걀 모양의 열매는 9월에 익는다.
덕분에 방문자들은 4계절 제각각 참죽의 변화무쌍한 색깔바꿈을 감상할수 있다.
 

구조물을 뚫고 푸른 하늘로 솟아오른 참죽나무

▲ 구조물을 뚫고 푸른 하늘로 솟아오른 참죽나무


5. 참죽나무 식재 과정의 에피소드
매표소와 안내소 블록 사이 한켠에 지붕과 바닥을 뚫고 참죽나무를 심은 것인데 수목원을 들고 나며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계획초기 수목원측에서는 안에도 나무가 많은데 건물을 뚫어서까지 여기에 나무를 심을 필요가 있냐며 반대했었단다.
하지만 설계자는 시골 마을 어귀에 서있는 정자목(亭子木)처럼 수목원을 상징하는 나무가 한그루 서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수목원 진입로

▲ 수목원 진입로
 

수목원 퇴로

▲ 수목원 퇴로


6. 수목원으로 들고 나는 길
수목원 내부의 흐름을 바꾸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기존 입구와 출구를 유지하는 것을 중심으로 배치가 되었다.
수목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고즈넉한 해송나무 숲길을 지난다. 이 길을 따라 조금만 걷다보면, 널따란 호수와 그 너머의 민병갈 기념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관이 펼쳐진다. 이 느낌을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입구에서 다음의 상황을 적절히 숨긴거라 한다.
그래서 원형의 매표소를 앞 쪽에 두고 안내소를 조금 뒤쪽에 겹치게 배치해 수목원의 내부가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했다.
 

ㅐ표소, 안내소, 그린숍 3개로 이뤄진 건물

▲ 매표소, 안내소, 그린숍 3개로 이뤄진 건물
 

그린숍

▲ 그린숍
 

매표소

▲ 매표소
 

7. 한 지붕 아래 세 개의 집
천리포수목원은 성수기에는 하루에 6천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건물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관리자를 제외한 방문자들은 건물을 통과만 하도록 계획하고 한 지붕아래 매표소, 안내소, 그린샵의 세 블록들을 독립적인 집으로 계획하고, 서로 적절히 거리를 두어 입구 동선과 출구 동선을 만들었다.
가장 큰 공간인 그린샵은 수목원을 돌아보고 나오면서 들를 수 있는 일종의 꽃집이다. 식물이 전시되는 곳은 바다를 향해 열려있는 투명한 박스로, 관리를 위한 공간은 단단한 덩어리 느낌이 날 수 있도록 붉은 벽돌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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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안내소의 역할과 이미지상의 분위기
가운데 위치한 안내소는 사무실의 역할을 겸하며, 수목원을 들고 나는 방문객들을 확인하기 쉽도록 전, 후면으로 큰 창을 두었다.
방문자들의 쉼터 공간을 전면에 두기 위해 안쪽으로 깊게 물러서서 자리 잡았고, 한쪽 모서리를 잘라내 입구 동선을 형성하도록 했다. 도로쪽 가장자리에 자리한 매표소는 방문객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올 수 있도록 백색 스타코 마감을 통해 구별을 주었고, 다른 집들보다 앞으로 내밀어 자연스럽게 동선이 이어지도록 고려했다.
세 개의 집 모두 지붕 끝보다는 안으로 들여서 가장 바깥쪽의 기둥 열이 드러나도록 했는데,이것이 공간상의 차분함을 주고있다.
 

설립자인 민병갈 선생과 방문객

▲ 설립자인 민병갈 선생 흉상과 방문객
 

수목원 내 민병갈 선생이 사랑했던 한옥들

▲ 수목원 내 민병갈 선생이 사랑했던 한옥들


9. 한옥을 사랑한 설립자, 민병갈
천리포수목원 내에는 유독 한옥이 많다. 기와집은 물론이고, 초가집까지 있어 방문객들을 위한 숙소로 사용되고 있다.
설립자 민병갈 선생이 우리나라 전역에서 옮겨다 지은 것들이거나, 자신의 취향에 맞게 새로 지은 것들이다. 수목원을 조성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곳에서 생을 마칠 때까지 줄곧 한옥에서 살았을 만큼 그의 한옥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그를 기리기 위한 민병갈 기념관도 초가집 모양의 건물로 세워졌다. 방문자센터의 설계를 진행하면서 그의 이런 한옥에 대한 애정을 기리고자 노력했다.
 

은은한 처마선이 일품인 구조

▲ 은은한 처마선이 일품인 구조


10. 소박하지만 단아한 구조
이 건물은 글루램(Glulam)을 사용한 기둥-보 구조의 건물이다. 18cm x 18cm 기둥으로, 장변 7칸, 단변 3칸으로 구성했다. 375cm x 300cm 간격으로 규칙적으로 기둥을 세웠고, 입구부분에 동선과 겹치는 기둥 하나의 간격을 조금 조정해서 변화를 주었다.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일정한 기둥의 배열이지만, 기둥의 높이를 조금씩 다르게 적용해, 정면에서 보면 처마선이 경쾌하게 들려있도록 계획했다.
전반적으로 평평한 지붕이지만, 마치 한옥의 처마선처럼 은근히 하늘로 뻗어 올라간 형상이다.
 
우리의 소중한 전통 건물이 한옥이지만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해 천리포수목원으로부터 내용 설명에 큰 도움을 받고 취재를 했다.
이야기를 듣고 내용을 정리해 보니 작은 건물 한동이지만 정말 많은 의미를 담고있다.
살아있는 건물, 한옥과 수목원의 어우러짐을 잘 표현한 느낌있는 건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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