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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노부부가 살아가는 이야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2015.02.16(월) 01:37:16 | 도희 (이메일주소:ass1379@hanmail.net
               	ass137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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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신암면 계촌리에 사는 여운섭님(88세, 천주교 본명 가비노) 정희순(88세, 막달레나) 님은 지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대전교구 방문기념표어 공모전에서 "피로 지킨 내포 신앙 만세"라는 표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신앙의 모범이 되어 특별상을 대전교구 주교님으로부터 상장과 상품을 수여 받으신 분입니다.

오랜만에 이 동네를 지나다가 어르신 안부가 궁금하여 들렀더니 지난번에 아파 누워 계시던 모습과는 다르게 생기있는 모습으로 상품으로 받은 아름다운 십자가를 들어 보이며 반갑게 필자를 맞이하십니다. 어르신을 뵙고 느낀 점은 역시 사람은 살아가는 의미와 동기부여가 있을 때 큰 힘이 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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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을 뵙게 된 동기는 몇 년 전 이 동네를 지나가다가 대문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안 어르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인사를 건네는 중에 어르신의 안내로 집안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필자는 시골동네 산책하다가 낡은 흙집이나 예스러운 모습이 보이면 호기심에 기웃거리게 됩니다.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집에서 할머니께서 나를 기다리는 모습이 연상되어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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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문을 지나 집안에 들어서니 곡식을 담는 짚으로 엮은 망태기와 농기구가 가지런히 걸려 있는 것을 보니 오랜 세월 동안에 농사를 짓고 살아온 분댁임을 알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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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의 천장을 올려다보니 갈대를 엮어 나무와 흙으로 만든 오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노부부는 60년 전에 이 집에서 농사를 지으며 아이들을 낳고 길렀습니다. 자식들이 청년기에 도시에 있는 직장을 찾아 농촌을 떠났고 그곳에서 살림을 꾸리고 자식을 낳아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시대는 물질만능 시대로 돈 벌어 자식 공부 가르치고 자동차, 컴퓨터, 스마트폰 등 현대문명이기를 누리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형편이다가 보니 농촌의 노인들은 명절이 되어야 자식들을 만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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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팔십 넘은 노인들이 소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수십년 전에 살았던 나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보는것 같아 정겹고 문풍지에 새어드는 겨울바람에도 대가족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보리밥에 무우시레기를 푹 고아 만든 된장찌개 한 그릇으로도 넉넉한 마음이 여유가 있었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아직도 어르신들은 수수 빗자루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시고 자식들을 위해 토종닭 몇 마리 기르며 살아갑니다. 가족이 함께 집을 짓고 어른을 공경하며 이웃 간의 화목을 덕으로 삼았던 옛 조상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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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에 흉년이 들어 곡식이 떨어져 굶어 죽어가면서도 머리맡에 씨앗은 남기고 가셨다던 조상님의 관습데로 지금도 농가에는 가을에 거둔 곡식의 일부는 다음해의 씨앗으로 망에 담아서 통풍이 잘되는 벽에 걸어서 보관합니다. 혹자는 흙을 밟지않고 농사를 모르고 현대문명의 이기에만 젖어 살아온 사람은 흉년이 들면 씨앗까지 다 먹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일설이 있듯이 자연의 이치와 섭리를 깨닫지 못한자들을 우려한 선지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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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르신들이 현대의 젊은사람들과 다른점은 해뜨면 나무대문을 열어놓았다가 해지면 대문을 걸어 잠금니다. 오늘 낮에 대문에 열렸길레 문안인사차 들렀더니 마침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조촐한 밑반찬 몇가지로 식사를 하는 모습이 안스럽고 오래전 우리가 어린시절에 보았던 며느리가 어른을 모시고 살며 조석으로 따뜻한 국에 밥을 지어 올리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어르신들은 젊은 시절에 굳은살이 박힐정도록 힘든일을 하며 농사를 짓고 집안의 재산인 소를 팔아 자식들 공부를 가르켰습니다. 지금 노인들은 어떻게 보면 물질적으로는 다소 가난했지만 어른들이 존경받고 대접받는 1970년 전 시절이 그리울것입니다. 오래전부터 누군가말했듯이 지금 노인들이 부모님을 모시는 마지막세대고 자식들에게 버림받는 첫세대가 될것이라 했습니다.

나이들면 몸도 아프고 음식을 만들어 먹기가 힘들어서 냉장고에 오래보관하는 밑반찬으로 식사하는 어려움을 덜어 드리는 따뜻한 식사라도 드실수있는 노인전용 식당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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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택에 사는 어르신은 필자에게 지난번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시에 받는 상장을 보여주며 자랑하십니다. 지난번에 아픈 모습보다는 이번에 받은 상으로 자신감있고 밝은 표정을 지어보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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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교황님 방문시 대전교구에서 성체를 모시며 표어공모전에 제출한 표어로 특별상을 받는 88세 여운섭 가비노님이십니다. "피로서 지킨 내포신앙 만세' 라는 표어에 일축된 가비노님의 깊은 신앙심은 집안 대대로 간직하고 있는 100년된 성물과 한국에와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순교한 안토니오 프랑스 주교님이 직접 만든 기도서 등에서 발견할수가 있습니다. 가비노님은 이날은 평생 신앙생활 하던동안 제일 행복한 날이었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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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섭님은 상장과 상품인 십자가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집안에 신부님(천주교사제)이 두분이나 나오셨다고 자랑하며 자식들도 돈독한 신앙심을 갖고 이어려운 시대를 잘 살아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씀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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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으로 받은 아름다운 십자가 뒷면에 곰곰하게 자필로 한자를 섞어 적은 글들을 보니 여든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록 글씨가 단정하고 정성이 가득합니다. 한일합방이라는 조국을 잃고 한창 서러웠던 시대에 배움이라곤 초등학교로 만족해야 했던 그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고 독학으로 천자문 공부를 하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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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표어 공모전에 자필로 보낸 편지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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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에서 받은 상품 예수 흉상 뒷면에도 가비노님은 자필로 기록을 해놓으셨습니다. 후손대대로 보관하라는 뜻인것 같고 내포신앙의 정신을 이어가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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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노님은 조상대대로 물려온 내포신앙을 지키며 자신과 자식들을 위해 기도로 살아오셨다고 합니다. 한 가지 더 올라운 점은 여던 여든의 나이에도 돋보기로 사서삼경을 공부하신다고 합니다. 배움은 끝이 없다는 말처럼 사서삼경에는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이치가 담겨 있으므로 사서삼경을 공부하십니다. 물질문명의 이기에 젖어 젊은 사람들이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시대에 어르신은 침침한 눈을 돋보기에 의지하여 사서삼경을 읽는 모습에 존경심을 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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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우리가 자랐던 1970년만해도 우리는 대가족속에서 부모를 공경하고 어른들은 자손들의 모범이되어 가족애를 실천하며 살았습니다. 1980년 산업혁명 이후로 자식들이 농사짓는 부모곁을 떠나 산업전선에 뛰어드는 바람에 핵가족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손들이 학교 공부도 중요하지만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육신의 아픔을 신앙으로 극복하며 기도하고 끝없이 배움의 길을 놓지 않는 이렇게 훌륭한 정신을 가진 조부모 슬하에서 손주손녀들이 함께 살아간다면 이보다 더 수중한 정신소양교육은 없을것이라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있을 때 신앙심을 갖고 배움의 길을 잃지 말라고 어르신은 말씀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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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 열변을 토하던 어르신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한숨을 쉽니다. 지금 이시대는 너무 물질만능에 젖어 신앙을 멀리하고 가족이 해체되는 등 위기를 겪으며 힘들게 사는 것 같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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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문명과 이기주의가 판치는 이 혼란한 시대에 두 분을 뵙고 보니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 안 아픈 데가 없다는 두 분께서 굳건한 정신력을 갖고 살아가는 모습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를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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