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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노부부의 사랑 “한 날 한 시에 갔으면”

위암 투병하는 동안 깨달은 아내의 사랑<br>하루도 빠짐없이 오가던 연애편지

2015.01.30(금) 09:07:18 | 당진시대 (이메일주소:d911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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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청춘일 때 만나 반백년을 함께하다 보니 어느덧 78세와 81세 노인이 됐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내려 앉아 얼굴엔 주름이 지고 흰머리가 성성하지만 김선기·배기연 부부는 아침에 일어나며 “우리보다 행복한 사람은 없을 거야”라고 속삭인다. 살아온 날의 절반 이상을 함께 했음에도 여전히 행복하다는 이들이다.

첫만남 “생각보다 별로네?”
배기연 씨는 “인연이란 것이 참 묘하다”고 말했다. 돌고 돌아서 만난 인연이 바로 아내 김선기 씨이기 때문이다. 당시 장교로 군에서 근무하던 배 씨의 조카가 두 사람을 이어주려 했으나 배 씨는 강원도 전방에서 근무했기에 1년 동안 내려오지 못했다. 또한 김 씨의 가족들도 “군인은 위험한 직업이라 안 된다”고 혼인을 반대해 이 둘 사이의 혼담은 진행되지 않았다. 

그 뒤 그들이 처음 만난 곳은 버스 정류장이었다. 배 씨가 내려온다는 소리를 듣고 한 번이라도 보자는 마음에 김 씨는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당시 군복을 입고 버스에서 내리던 배 씨를 보고 속으로 “사진보다 별로네”라고 생각했고, 배 씨 또한 “그 여자 봤는데 별로였다”며 형에게 말했단다. 그것이 그들의 첫인상이였다. 이후 끈질긴 조카의 중매로 서로 만날 기회가 마련됐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도 없고 다른 집과 혼담이 오가던 김 씨는 화장도 하지 않은 채 배 씨를 만났다. 하지만 오히려 배 씨는 김 씨의 맨 얼굴에서 풍기는 수수한 매력에 “이 여자 대단하다”며 다시 보게 됐단다.

그럼에도 서로에 대해 큰 호감이 생기지 않다가 이상하게도 “서로를 마음에 들어한다”며 “결혼까지 한다”는 소문이 마을에 돌았고 반대하던 김 씨의 부모도 소문을 이기지 못했다. 결국 두 사람은 소문 때문에 연애를 시작한 것이다.

7개월 간 주고받던 사랑의 편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새도 없이 배 씨는 다시 군 생활을 위해 전방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이 둘의 연애담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전라도 군산과 강원도 인제라는 머나먼 거리를 두고 두 사람은 편지로 7개월 동안 사랑을 속삭였다. 이 둘은 매일 같이 편지를 썼고, 답장이 오던지, 오지 않던지 우체통에 달려가곤 했다. 때로는 답장이 너무도 안 와 화가 날 때면 배 씨는 ‘여기다가 편지 써서 보내라’는 마음에 백지를 김 씨에게 보내기도 했단다. 
배 씨는 “그 당시 썼던 편지들이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면 보물이 됐을 것”이라며 “하지만 편지가 사라졌어도 내 옆에는 아내라는 보물이 있으니 상관없다”고 말했다.

위암으로 깨닫게 된 아내의 사랑
10여 년 전 갑작스럽게 찾아온 ‘위암’으로 인해 배 씨는 위의 2/3을 잘라내야만 했다. 수술을 마친 뒤에도 3개월 동안 철저히 식이요법을 해야했던 배 씨 옆에는 항상 아내가 있었다. 매일 같이 다른 죽을 끓여 배 씨를 먹였으며 하루 8끼를 챙겨도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배 씨를 돌봤다. 배 씨는 “위암 수술을 하고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아내 덕”이라며 “우리가 이 세상에 남아있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제는 내가 아내를 챙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 때 아내의 고마움을 간직하는 배 씨는 지금도 아내보다 일찍 일어나 밥을 하고 반찬을 차려 아내 김 씨에게 따뜻한 아침을 차려낸다.

애교 쟁이 아내와 훌륭한 남편
남편 배 씨는 아내를 보며 “애교가 많다”고 말한다. 그는 “애교도 많지만 사람을 감싸는 포용 능력이 있어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며 “지금도 여름이 되면 집에 손님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포용능력이 좋다”고 칭찬했다. 
반면 아내 김 씨는 남편의 장점으로 “감싸줄 줄 알고 지혜롭고 배려깊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나왔을 정도로 지식을 갖췄던 남편 배 씨에 비해 아내 김 씨는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남들만큼 배움을 이어가지 못했다.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였지만 혼담이 오가던 때 자존심에 고졸이라고 말해버렸다. 이 후 서로 떨어져 있을 때 남편 배 씨가 영어로 편지를 보내왔고 그 때 김 씨는 솔직히 고백했다. 
하지만 배 씨는 “편지를 보면서 전혀 느끼지 못했다”며 아내를 감쌌다. 아내 김 씨는 “그 뒤 결혼 생활 51년 동안 한 번도 무시한 적이 없다”며 “항상 나를 감쌌으며 모르는 것이 있으면 가르쳐 주는 남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점을 생각하면 참 훌륭한 남편”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사랑의 비결은 ‘대화’
김선기·배기연 부부는 사랑의 비결로 ‘대화’를 꼽았다. 각자 일이 있어 한 시간 동안 떨어져 있다가 만나면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서로에게 미주알고주알 털어 놓는단다. 그렇게 상대에게 이야기를 하고 다시 상대의 이야기를 밤새 들어주는 것이 금술 좋은 노부부의 비결이란다. 다만 이 가운데는 무조건 솔직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김선기 씨는 “남편이 화낼 일조차도 얘기할 만큼 모든 것을 말한다”며 “부부 사이에 비밀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이 사람이 먼저 떠났으면”
“남편이 먼저 떠나면 내가 외롭겠고, 내가 먼저 떠나면 남편이 외롭겠죠. 한 날 한 시에 함께 이 세상을 떠났으면 하지만 그게 뜻대로 안 된다는 걸 잘 알아요. 하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가 없네요. 그래도 저보다 남편이 먼저 떠났으면 해요. 차라리 제가 외로운 게 나으니까요.”
할 수만 있다면 두 손 꼭 잡고 함께 가고 싶은 것이 이 두 부부의 마음이지만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다. 남편 배 씨는 “몇 년 안 남았다”며 “여보, 제발 건강히 오래오래 있어 달라”고 말했다. 아내 김 씨 또한 남편을 바라보며 “서로 외롭지 않게 오래오래 서로의 곁을 지키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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