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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못생긴 이놈과 함께하면 겨울이 그냥 녹는다

[도민리포터] 겨울철 보령3미, 물잠뱅이탕 먹으러 대천항으로 '쌩~'

2015.01.23(금) 03:51:06 | 유병양 (이메일주소:dbquddid88@hanmail.net
               	dbquddid88@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원래 지역마다 제각각인 이름을 가지고 있는 물고기가 많지만 이 친구만큼 다양한 이름을 가진 물고기가 또 있을까.

물텀뱅이, 물첨뱅이, 물메기, 곰치, 꼼치, 미거지, 물곰, 물잠뱅이 등 이루 다 헤아릴수 없이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녀석.
 
우리나라 바다에는 못난이 삼형제가 있다. 아귀와 복어와 물잠뱅이다. 많은 이름중에 도민리포터는 보령의 겨울3미인 물잠뱅이로 칭해서 호명키로 한다.

물잠뱅이는 못난이 3형제 중 못생긴 순서로 치면 아귀와 순위를 다툴 정도다. 몸집이 크고 흐물흐물하며 생김새는 마치 초대형 올챙이를 보는 듯 징그러운 몸매에 머리는 펑퍼짐하고 입은 우스꽝스럽게 크게 생겼다.
 
납작한 얼굴에 작은 눈과 커다란 입까지 생긴 것은 정말 보는이로 하여금 “넌, 왜그렇게 못생긴거얌?”이라는 말 듣기 십상이지만 한겨울에 그 맛이 워낙 뛰어나 없어서 못 파는 금(金)메기다.
 
삼면 바다에서 모두 나기 때문에 지역마다 이름도 다르고 요리법도 다르고 생김새도 약간 다르다.
도민리포터는 과거 군대생활을 하던 시절에 강원도 강릉과 동해 쪽에서도 이 녀석의 해장국을 먹어봤는데 거기서는 곰치해장국이라고 부른다.
 
"아, 이녀석 참 못생겼네"
겨울철 수산물 시장에서제일 먼저 듣는 말이다.
이어서 바로 옆 물잠뱅이 파는 어시장 사장님의 한마디가 귀를 콕 찌른다.
"거, 잘 모르면 말씀이나 마쇼. 한번 드셔보시기나 했수?"
여기서 아무 생각없이 못생겼다는 말을 한 사람은 슬그머니 머쓱해지기 마련.
 
이 물잠뱅이탕이 보령의 겨울3미. 이 같은 사실을 잘 모르셨을 것이다.
 
오직 산지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보령 물잠뱅이 회와 무나 묵은지를 넣고 팔팔 끓인 맑은 물잠뱅이탕, 반건조 물잠뱅이를 사용하여 꼬들꼬들한 맛이 일품인 물잠뱅이찜까지 칼칼한 맛의 그것은 속풀이 해장으로 최고다.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일단 먹어봐야 이 못생긴 친구의 정체와 진가를 알아볼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얼마전 주말에 보령에 갔다. 대천항에 들러 겨울바다를 만끽하고 물잠뱅이탕을 먹기 위해 대천항 어시장에 들렀더니 어판장 상가에서도 단연 물잠뱅이가 눈에 띄었다.

우리는 그것을 먹으러 왔으니 주문을 했고,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한 상이 차려지는 그러한 모습이었다.
역시나 기대했던 만큼 바닷가에서 먹는 음식이라서 그런 것인지, 눈 앞에 나타난 물잠뱅이탕은 겨울철 추위를 확 풀어주고 꽁꽁 언 몸을 그대로 녹여주는 칼칼한 맛 그 자체였다.
그 알싸하고 시원한 맛이 전신에 배어 나온다.

푹 끓인 물잠뱅이탕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으면 특별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무와 김치가 빚어내는 시원한 국물 맛에 물잠뱅이의 무른 살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물잠뱅이 살은 힘이 없어 쉽게 뭉그러지는데 그 질감이 나쁘지 않다. 마치 잘 익은 복숭아를 한 입 깨물어 머금은 느낌이다.
 

대천항 어판장 겸 횟집 식당가.

▲ 대천항 어판장 겸 횟집 식당가.
 

수산물 판매장에서 손님들이 북적북적. 2층에는 여기서 사 들고 간 횟감으로 회를 떠 주고 매운탕을 끓여 주는 식당가가 자리잡고 있다.

▲ 수산물 판매장에서 손님들이 북적북적. 2층에는 여기서 사 들고 간 횟감으로 회를 떠 주고 매운탕을 끓여 주는 식당가가 자리잡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 '물잠뱅이'

▲ 오늘의 주인공 '물잠뱅이'
 

물잠뱅이 3형제

▲ 물잠뱅이 3형제
 

물잠뱅이 회.

▲ 물잠뱅이 회.
 

말렸던 물잠뱅이로 요리한 회무침

▲ 말렸던 물잠뱅이로 요리한 회무침
 

물잠뱅이 맑은 매운탕

▲ 물잠뱅이 맑은 매운탕
 

맑은탕에 고춧가루 살짝 뿌려서...

▲ 맑은탕에 고춧가루 살짝 뿌려서...
 

물잠뱅이 매운탕

▲ 물잠뱅이 매운탕
 

그대로 한그릇

▲ 그대로 한그릇
 

이 한숟갈로 올 겨울 숙취는 완전 해소

▲ 이 한숟갈로 올 겨울 숙취는 완전 해소
 

물잠뱅이 건조중.

▲ 물잠뱅이 건조중.


매운탕은 비린내와 기름기가 없어 담백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 반찬이나 술안주로 안성맞춤이다. 또 콩나물이나 미나리를 넣어 끓인 해장국은 속을 푸는 데 더없이 좋다.

물잠뱅이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 철분, 칼슘 함량이 많아 겨울철 보양 식품으로는 여름철 보신탕에 버금간다고 한다.
 
“이게 생긴건 이렇게 멍청해 보이고 미끌미끌한데요, 이거 믿고 그냥 끓이면 못 먹어요. 이게 껍질이 두껍거든요. 그걸 모르고 그냥 끓이면 입 안이 까끌까끌 해요. 그래서 껍질을 꼭 벗겨내야 돼요"
대천항 횟집에서 요리를 내어 주시는 사장님 말씀. 일종의 물잠뱅이 요리 레시피중 하나다.
 
앞에서 적었듯이 물잠뱅이는 말려서도 먹는다. 한겨울에 접어들면 대천항이나 서천 태안 서산 등지에서도 물잠뱅이 말리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흐물거리던 물잠뱅이 배를 갈라 비닐하우스 안에 죽 걸어놓고 건조시키는 풍경도 눈길을 끈다. 찬 해풍과 겨울 볕에 바싹 마르면 플라스틱처럼 딱딱해지는데 겨우내 잘 말린 물잠뱅이는 꼬들꼬들한 찜 요리로, 물에 불려 탕으로 끓여 먹는다.
 
물잠뱅이 가격, 한마디로 싸다. 그러니 대천항에 가서 실컷 구경하고 먹고 나오면서 부담없이 몇마리 사 들고 집에 돌아와 요리를 해 먹어도 좋겠다.

잘 얼려 두었다가 술 마신 다음날 아내더러 물잠뱅이 매운탕 한그릇 끓여 달라고 하면 끝내주는 속풀이 해장국을 먹을수 있다.

물장뱅이가 많이 잡히는 이시기엔 대천항에서 1만원이면 4~5마리 정도 살 수 있다.
 
요리법도 간단하다.
껍질이 벗겨진 물잠뱅이를 토막내면 속살이 매우 희다. 징그럽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속살은 아주 뽀얗고 예쁘다.

이것을 다시마, 멸치, 무, 대파 등을 넣고 우려낸 육수에 통째로 넣는다. 이때 육수는 반드시 뜨거운 상태여야 한다. 찬 육수에 물잠뱅이를 넣고 끓이면 살이 다 풀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이후 더해지는 것은 묵은 김치와 갖은 양념이다.

아, 그리고 재미있는 물잠뱅이 어원 하나.
물잠뱅이는 원래 생선으로 취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 아구를 그냥 내버렸던것처럼. 물잠뱅이 역시 처음 보기에는 워낙 생김새가 흉하여 어민들이 바다에서 잡자마자 다시 바닷물에 휙 내던져 버렸다고 한다.

이때 물잠뱅이가 물에 떨어지는 소리가 ‘첨벙’ 또는 ‘텀벙’ 하였기에 그 물소리를 흉내 내어 ‘물텀벙’ ‘물첨벙’ ‘물잠뱅이’라고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물첨벙이든 텀벙이든, 혹은 물잠뱅이든 겨울철에는 이친구 매운탕 한그릇 안먹고 지날 수 없다.

보령에서는 겨울3미로 지정해 놓았고, 충청남도의 서해안 다른 지역인 서천, 태안, 서산 등에서도 많이 잡히므로 이곳에 여행하시거들랑 꼭 한번 맛 보시길.
 
시원한 소주 한잔과 함께... 겨울이 그냥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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