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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뉴스

[사람향기]부모마음, 자식마음

2015.01.08(목) 13:47:41 | 충남포커스 (이메일주소:jmhshr@hanmail.net
               	jmhshr@hanmail.net)

새해 연휴 고향길을 향합니다. 부모님은 눈도 펑펑 내리는데 고집 부려 기어코 내려온다는 자식이 걱정돼 밤새 잠을 설쳤다시며 눈이 뻘겋습니다. ‘살아계실 때 한번이라도 더 찾아봬야 한다‘는 남편과 ‘눈길 위험하니 제발 내려오지 말라‘는 부모님 사이에서 누구 말을 들어도 한편에서는 원망 살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합니다. 결국 부모님께 불효 아닌 불효를 저질러 가며 찾은 고향집 아랫목은 어머니 품에 안긴 어린아이와 같이 그냥 이유도 없이 참 좋습니다.

고집불통 자식은 아울렛에서 색상도 선택할 여지조차 없이, 그저 사이즈만 맞아주면 되는 2만9천원짜리 아웃도어를 입으면서도 부모님께는 번듯한 옷을 사 입혀드립니다. 헌 옷을 입으면서도 자식에게만큼은 번듯한 옷을 입히고 싶어서 안 먹고 안 입은 분들께 보답하고 싶습니다. 젓가락질 멈추고 부모님 접시에 잘 익은 고기 자꾸만 갖다 놓습니다. 가운데 뚝 잘라 아들 밥숱갈에 올려 주고 살도 없는 생선 머리만 드시던 부모님께 그렇게라도 받았던 사랑을 조금이나마 갚고 싶은 것이 자식의 마음입니다.

“이렇게 안해도 느들이 그저 안 아프고 건강하게 잘 살아주는 것이 우리 부모한테는 벌써 큰 효도여.”
비싼 옷을 얻어 입고, 기름진 음식을 대하면서도 부모님의 마음, 마냥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자식에게 늙은이가 어려움을 보태주는 것 같습니다. 이 또한 부모의 마음입니다.

“수영장 갈 때 입고 가서 우리 아들 메누리가 사줬다고 자랑해야 쓰겄다.”
잠을 설쳐 뻘개진 눈이 다 감아지도록 큰 웃음을 웃습니다. 자식에게 고마운 마음, 무뚝뚝한 분들이 할 수 있는 최상의 표현입니다. 부모님이 크게 웃으면 자식의 마음은 하늘을 납니다.

“옴마~ 쓰리빠 하나가 뭔 2만원씩이나 헌다요. 만원에 줄라먼 주고 아니믄 기냥 갈라요.”
‘금강제화니 엘칸토니 자식들 성화에 못이겨 신어봤지만 맘도 발도 안편하고 신발은 그저 시장바닥에서 내 맘에 쏙 드는 것으로 사는 것이 제일’이라는 어머니의 이론에 설득 당해 들른 신발가게에서 얼토당토않게 가격을 깎아댑니다. 1남5녀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려면 이렇게 억척스럽지 않으면 안되었을겁니다.
“당체 할매들한테 신발 팔기가 젤로 힘들당게요.”
결국 눈 꿈쩍꿈쩍 해가며 주인장과 협상하여 사드린 값싼 슬리퍼 하나가 경로당에 가면 어김없이 자랑거리가 됩니다.

2박3일 양가 들러 안전하게 도착했다 안부전화 드리니,
“느들이 사준 옷 아까 수영장 입고 간게 그려. 옴마! 참말로 좋소. 지비는 참말로 좋겄소. 모다 그?싸서 기분이 겁나 좋드라. 허허허”

“경로당서 새 신발이 좋아벼서 누가 신고갈깜서서 한쪽에다 놔뒀당게. 바닥이 미끄럽도 않허고 폭신폭신허니 얼매나 좋은가 몰러.”

어릴적 명절 아침 새빨간 새 양말을 내어주시며 헌 양말을 신고도 자식이 좋아하는 것으로 충분히 기뻤던 부모님이 오늘 꼭 명절 아침 새 양말 신은 그 어린아이가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할머니 되면 옷도 사드리고 신발도 사드리고 맛있는 음식도 사드릴께요.”
‘효녀심청‘ 동화책을 읽고 엄마 아빠는 장님도 아니고 눈 뜨게 할 일도 없는데 나는 도대체 어떻게 효도를 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눈물까지 글썽이던 일곱살 늦둥이 녀석이 부모와 자식이 나누는 정이 무엇인지 배워갑니다.

“엄마, 제가 감기도 안 걸리고 초코파이도 안 먹고 이빨 잘 닦아서 이빨도 안 아프고 건강한 것이 큰 효도지요? 엄마, 아빠 오래 사세요. 제가 효도할께요.”

스마트폰 붙들고 게임에만 몰두한 줄 알았는데 어른들 사이에 오고 가는 말 다 들었습니다. 눈치 빠르고 스마트한 요즘 아이들은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깨우칩니다. 이렇게 은근슬쩍 자식자랑 하고 싶은 것이 우리 부모의 마음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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