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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뉴스

[사람향기] 복된 발품

2014.12.11(목) 02:09:16 | 충남포커스 (이메일주소:jmhshr@hanmail.net
               	jmhshr@hanmail.net)

요즘은 인터넷에서 장을 보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날도 추운데 미끄러운 길 달리지 않아도 되고, 편안하게 안방에서 받을 수 있으니 그렇습니다.

“차도 없고 먹을 것도 당장 없을 때는 인터넷으로 필요한 물품을 체크해서 주문하면 당일에 가져다 줘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물론 몇 가지 단점이 있기는 해요. 내가 발품을 팔아 시장을 볼 때는 유효기간이 최대한 긴 것을 고르잖아요. 그런데 인터넷 주문을 하면 아무래도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 점이 좀 아쉽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급하지 않으면 남편 차 있을 때 직접 가서 시장을 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요. 내 눈으로 신선도도 확인하고 파격세일 품목도 살펴볼 수 있으니까요.”

어린아이 둘 키우면서 야무지게 살림하는 동네 지인이 주제가 ‘발품’이라니 발품을 팔아 시장 봐야 할 이유를 잘도 설명해 줍니다.

옷이나 신발도 인터넷 구매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시 받아보면 색상이 다르거나 품질이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도 있고, 몸에 잘 맞지 않아 반품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 더 값을 치르더라도 발품을 팔아 직접 가서 입어보고 신어보고 사는 편이 후회가 없고 만족도가 높습니다. 조금 더 값을 치러야 할 이유 있습니다. 옷가게 주인도 잠 못자고 새벽바람 맞아가면서 발품 팔았을테니 그렇습니다.

서너 달 전에 그동안 가정주부로만 지내오다가 난생 처음 서울에 작은 가게를 오픈한 지인이 말합니다.

“처음에 장사 시작하기 전에 물건을 알아서 가져다주면 나는 그저 팔면 되는 것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장사를 하다보니까 그렇게 하면 남는 것이 없어요.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파악하고 직접 내가 발품을 팔아 여기 저기 다니면서 사서 갖춰놓아야 했어요. 결국 내가 발품을 판 만큼 이익도 남는거더라구요.”

많은 사람들이 이분처럼 발품을 팔며 살아갑니다. 어떤 이는 어려움 당한 이웃을 위해 기꺼이 발품을 팔기도 하고, 어떤 이는 없는 다리 대신 배로 차디찬 눈길을 기어다니며 면봉, 이쑤시개, 파리채, 좀약을 팔며 생계를 위해 발품을 팝니다. 지하철을 온종일 누비는 영업사원의 발품이 있는가 하면, 좀처럼 받아주지 않는 전단지 명함 돌리는 남편 없이 생계를 꾸려가는 아기 업은 아주머니의 발품이 있습니다.

이렇듯 참 감동의 발품이 있는가 하면, 똑같이 주어진 시간에 사람과 사람을 갈라놓는 일에 , 다른 사람을 비판하고 죽이고 헐뜯는 무모한 일에 목숨 바쳐 발품을 파는 사람도 있습니다.

“발품 팔아가며 사실이 아닌 것을 꾸며서 이야기 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더라구요. 결국 다 제 귀에 들어오는데 말이죠. 참 씁쓸합니다.”

누군가의 무모한 발품이 참 성실한 한 사람을 씁쓸하게 만들었습니다. 무모한 일에 발품을 판다는 것, 자신도 다른 사람도 씁쓸하게 만드는 일이네요.

이제 올해도 몇 날 남지 않았습니다. 한해 동안 걸어온 내 발걸음은 감동을 주는 발품이었는지, 혹은 나도 남도 씁쓸함만 남는 무모한 발품을 판 일은 없었는지 돌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새해에는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마다 나도 살고, 남도 살리는 복된 발걸음으로만 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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