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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오늘이 생애 마지막 날이라면....

2014.12.05(금) 08:55:40 | 충남포커스 (이메일주소:jmhshr@hanmail.net
               	jmhshr@hanmail.net)

12월 첫날 첫눈이 요란하게 내립니다. 늦둥이 녀석 어린이집 바래다 주는 길, 우박이 내리고 바람이 씽씽 불어 춥다고 불평할 뻔 했는데 감격의 순간으로 바뀌어집니다.

‘맞아. 어쩌면 이 눈, 이 바람이 내 생애 마지막이 될 수 도 있잖아.’ 하고 생각하니 그렇게 감동적일 수 없습니다.

작가 히스이 고타로의 ‘내일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라면’이라는 책을 대하고 참 얻은 것이 많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사랑스럽게 잠든 가족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내 생애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침을 질질 흘리고 자고 있는 아들눔도, 머리 헝클어진 남편의 모습도 사랑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심지어는 하루에 두 번 이상 마시는 커피타임에도 적용해 보니 똑같은 커피인데도 맛이 다릅니다. 또 얼마나 큰지 특별주문 해야 하는 큰아들 녀석의 꼬랑내 나는 신발을 빨면서도, 방 구석구석 먼지를 닦아내면서도, 밀린 설거지를 하면서도, 산더미 같은 빨래를 개면서도 적용할 때마다 순간순간 감격이 밀려옵니다.

일요일도 맡은 직분 때문에 도리어 평일보다 서둘러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봉사, 마지막 예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눈물이 핑 돕니다. 가끔은 지루하게 느껴지던 목사님의 설교도 내가 듣는 마지막 설교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눈이 더 크게 떠지고 최선을 다해 집중해야겠다고 마음가짐이 바뀌어집니다.

학교 간다고 현관을 나서는 큰아들눔을 배웅하는 것도 마지막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색하지만 ‘겁나 사랑하는 울아들, 잘 갔다오라’고 사랑고백도 합니다.

1985년 여름, 비행기 추락사고가 있었습니다. 승객 중에는 디즈니랜드에 다녀온 후 그 비행기에 탄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사진이 디즈니랜드 직원실에 붙어있다고 합니다. 손님을 대할 때마다 ‘이 손님이 우리 디즈니랜드에서 즐기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일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한 사람이 회사를 차려 자신의 실력 이상의 것을 보여주려고 무리하다가 결국 10억 원이라는 빚을 지었습니다. 생각을 이리저리 아무리 굴려봐도 도무지 빚을 갚을 길이 없었습니다. 그는 고심 끝에 한가지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생명보험에 든 다음, 차를 몰아 반대편 차선 달려오는 트럭으로 돌진해야겠다 마음 먹었습니다. 그에게 더 이상 냉정하게 사고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드디어 작정한 그날. 반대편 차선에서 트럭이 기세좋게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차마 달려나갈 용기가 없었습니다. 이러기를 여러차례. 시도했다가 포기하고, 시도했다가 또 포기하는 날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오늘은 꼭 하고야 말겠어’ 다짐하고 반대편 차선을 보니 마침 트럭 하나가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액셀을 힘껏 밟았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공교롭게도 평소 보이지 않았던 트럭 운전수의 표정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운전수는 너무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는 급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습니다.
‘트럭 운전수에게도 가족이 있어.!’

결국 그는 계획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는 갓 태어난 아들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니, 자신이 도화지에 아이의 모습을 열심히 그리고 있었습니다. 둥근 방석에 앉아 아이를 안고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그는 만약 내일에 희망이 있다면 하고 싶은 일들을 그림 옆에 써내려갔습니다.

‘내일도 이렇게 아이를 안고 싶다.’
‘내일도 아이와 함께 밥을 먹고 싶다.’

이렇게 쓰는 사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마침내 그는 죽기를 포기했습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손에서 놓지 않고 하나씩 실행에 옮겼고 결국 멋지게 부활했습니다. 책을 네 권이나 출간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노자와다쿠오씨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내 생애 마지막 인사라면.
이것이 내 생애 마지막 출근이라면.
이것이 내 생애 마지막 전화통화라면.
이것이 내 생애 마지막 용서를 구할 기회라면.
이것이 내 생애 마지막 감사라면..........

이 글 또한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없는 글 솜씨를 어찌할 수는 없어도 정성을 기울이게 됩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내일’이 어쩌면 나에게, 우리에게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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