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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국제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충남 5개나 등재 쾌거

그 첫번째로 예산 봉산면 금치리의 '홍어맛김치' 취재

2014.10.22(수) 17:21:01 | 충청도토박이 (이메일주소:shwjdtnr30@hanmail.net
               	shwjdtnr30@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붕어빵엔 붕어가 없고 국화빵에도 국화는 없습니다.
예산의 ‘홍어맛김치’에도 홍어는 들어있지 않은데 이 처음 듣는 맛김치가 큰 일을 냈어요.
 
‘홍어맛김치’가 지난 10월13일 국제슬로푸드에서 발표한 ‘맛의 방주’ 식품에 등재된 것입니다.
 
‘맛의 방주(Ark of Taste)’란 세월이 흘러 이제 명맥이 끊겨버렸거나 혹은 끊길 위기에 처한 전 세계 전통의 우수한 음식을 기록하고 널리 알리기 위한 국제슬로푸드 생명다양성재단이 추진 운영하고 있는 세계적 프로젝트입니다.
1997년 이탈리아에서 맛의 방주 선언문 발표이후 전세계 80개국 2000여 품목이 등재됐고 국내에도 총 28개 품목이 등재돼 있는데 그중 충남에서는 작년에 논산의 연산오계가 등재되었죠.
 
금년에는 이렇게 충남에서 예산 홍어맛김치 뿐만 아니라 모두 5곳 5개 전통 음식이 국제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올랐는데요.
도민리포터가 앞으로 한곳씩 찾아서 취재해 올릴까 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국제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등재 된 홍어맛 김치

▲ 국제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등재 된 홍어맛 김치


이 홍어맛 김치는 그냥 먹는 김치가 아니라 게국지처럼 끓여 먹는 김치입니다.

▲ 이 홍어맛 김치는 그냥 먹는 김치가 아니라 게국지처럼 끓여 먹는 김치입니다.


그럼 먼저 이 영광의 제 1탄, 예산의 홍어맛김치입니다.
 
예산군 봉산면 금치리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지 못하는 독특한 배추가 있습니다. 이게 홍어맛 김치의 원재료인데, 물론 이 김치에는 홍어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김치의 발효와 삭힘 방식이 약간 독특한데 그 덕분에 김치에서 톡 쏘는 맛이 홍어 특유의 맛과 비슷해 홍어맛김치가 된 것입니다.
 
홍어맛 김치를 발굴해 낸 봉산은 예산에서도 오지인데 봉산에서도 오지인 금치리에서만 맛볼 수 있습니다.

이곳 봉산은 전답은 적고 산은 험하여 사람들이 은거하여 살기에는 적당했으나 각곳으로 나가거나 왕래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곳이라 합니다. 그러나 이곳 금치리는 조선시대 이전부터 서산으로 넘어가는 오래된 옛길의 길목에 자리 잡은 쇠재 아래 동네이다 보니 오가는 사람들이 머물다 마을이 만들어진 된 경우라죠.

태종이 왕에 오른 뒤 어린 왕자 충령대군을 데리고 고덕을 거쳐 해미로 넘어갈 때 이 고개를 택했으니 예전에는 꽤 큰 길이었나 봅니다. 또 가까이는 고덕 구만리 포구가 있어 늘 왜구들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어 마을마다 미륵불이 성행했고, 이 마을도 갓바위 미륵이 마을을 지키고 있기도 합니다.
 

7년저에 귀농해 처음 홍어맛 김치를 접한 뒤 담그는 방법을 배워 꾸준히 그 맛을 이어 온 홍어맛김치를 만든 김형애씨

▲ 7년전에 귀농해 처음 홍어맛 김치를 접한 뒤 담그는 방법을 배워 꾸준히 그 맛을 이어 온 홍어맛김치의 주인공 김형애씨. 맛의 방주 등재 인증서를 들고 기뻐하고 계십니다.


홍어맛김치를 만든 김형애씨는 이곳으로 7년전에 귀농을 했는데 이곳으로 이사와서 삭힌김치라는 것을 마을 사람으로부터 얻어 먹어 봤더니 홍어같이 톡쏘는 맛이 독특했고, 지금까지는 전혀 접해 보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에 흥미로워 그동안 꾸준히 만들어 먹었다고 하는군요.
 

홍어맛 김치의 원재료인 얼기설기 선머슴 같은 독특한 토종 배추

▲ 홍어맛 김치의 원재료인 얼기설기 선머슴 같은 독특한 토종 배추


포기가 앉지 않고 이렇게 성긴 모습입니다

▲ 포기가 앉지 않고 이렇게 성긴 모습입니다


배추 이파리 낱장. 상당히 억세고 성겨 보입니다.

▲ 배추 이파리 낱장. 상당히 억세고 성겨 보입니다.


배추를 볼까요.
홍어맛 김치를 만드는 원재료인 이 배추는 맛의 방주에 등재된 주인공인 김형애씨가 현재 밭에 재배중인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포기가 잘 앉지 않는 약간 억센듯한 토종 배추입니다. 억세고 얼기설기한 느낌이 드는 ‘선머슴’같은 배추입니다.
따라서 이건 김장김치(포기김치)는 담그지 못한다는군요.
 
홍어맛 김치는 이 배추만으로 담글수 있고, 다른 배추는 홍어맛 김치의 맛을 전혀 낼수가 없다고 합니다.
특히 여기에는 고춧가루를 넣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추가 임진왜란 때 들어왔다 하니 그 이전에는 김치에 고추를 넣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의 발효 김치가 아니라 삭히는 김치였기에 역으로 추적해 보면 이 김치는 백제시대때부터 만들어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
 
김치를 담그는 방법도 독특합니다.
소금에 절인 뒤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새우젓으로 간을 하는데 그걸 그냥 놔두면 김치가 그야말로 소금덩어리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지혜를 발휘했습니다. 즉 김치를 담글때 깨진 항아리나 시루를 엎어놓고 밑에 돌 또는 V자 나무를 괴어 놓습니다. 결국 김치가 식으면서 깨진 작은 구멍으로 소금물은 줄줄줄 새서 빠져 나갑니다. 저염식이 되는 것이죠.
 
단 이 김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날김치가 아니라 익혀서 찌개로 먹는다고 하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문득 떠오른 생각은 태안의 게국지였습니다. 게를 넣어 삭힌 김치를 겨울에 푹 끓여 낸게 게국지인데, 예산도 내포지방으로서 그것과 원류가 비슷하지 않을까 해서요.
  

홍어맛 김치를 발굴해 맛의 방주에 추천한 슬로푸드 내포지부의 김영숙 지부장님

▲ 홍어맛 김치를 발굴해 맛의 방주에 추천한 슬로푸드 내포지부의 김영숙 지부장님


이 김치가 발굴되어 국제기구에 등재되기까지 누군가의 노력이 있었겠죠?
슬로푸드 내포지부의 김영숙 지부장님이 그야말로 ‘전통의 맛을’ 찾아 곳곳을 헤맸다고 합니다.
그런 노력의 결실을 맺어 예산군이 중부권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이후 또 하나의 성과를 일군 것이지요.

이 김치 맛을 특히 남자들이 좋아했는데 가을 추수가 끝나면 마을 사내들이 홍어맛 김치를 담그기 위해 지게에 항아리를 지고 포구로 새우젓을 받으러 일렬로 산모퉁이를 돌아가는 모습이 볼만했다고 합니다.

이 맛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도, 또 이 맛을 보고 자란 딸이 시집을 가도 이 맛은 잊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가을이면 자식 몫 별로 홍어맛 김치를 담아 보내기 바쁘고 시집간 딸은 김장철이면 일부러 친정에 들러 홍어맛 김치를 담가 간다하니 이 마을만 가지고 있는 맛의 비밀이랍니다.

홍어맛 김치와 원재료인 토종 배추

▲ 홍어맛 김치와 원재료인 토종 배추


주인공 김령애씨가 활짝 웃고 계십니다. 앞으로 홍어맛 김치를 꾸준히 잘 이어주셨으면 합니다.

▲ 주인공 김형애씨가 활짝 웃고 계십니다. 앞으로 홍어맛 김치를 꾸준히 잘 이어주셨으면 합니다.


충남의 대표적인 말 중 ‘지져 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김치나 찌개류를 끓여서 먹는다는 뜻인데 이 홍어맛 김치를 한번 지져먹어 보면 평생 그 맛을 잊을수 없다고 하니 이런 소중한 김치가 오래오래 전승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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