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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 어머니의 가르침 '나눔'

2014.10.09(목) 19:10:48 | 충남포커스 (이메일주소:jmhshr@hanmail.net
               	jmhshr@hanmail.net)

"이것 저것 넉넉히 넣었으니께 동네 사람들이랑 나눠먹어.”
“이 호박잎은 도시에서는 사먹기 힘든 것이라 많이 땄어. 그동안 얻어먹고 신세 진 사람들이랑 싹 다 나눠 먹어.”

친지 결혼식에 갔다가 친정에 하룻밤 묵고 떠나오려는데 부추며, 가지며, 호박, 호박잎, 대추, 마늘, 매실엑기스, 일일이 다 나열하기도 어려울만큼 가지각색으로 준비해 보따리 보따리 싸놓고 꼭 이웃과 나눠먹으라 당부하십니다.

팔순을 훌쩍 넘긴 어머니는 내 어릴적부터 나누는 것을 참 즐겨하셨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막내 늦둥이였던 나는 늘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분주했습니다. 1년에 열두 번도 더 있는 제삿날이면 그날은 어김없이 넉넉히 쪄낸 시루떡을 반드시 콩나물국과 함께 이집 저집 날랐고, 비라도 내려 들일을 나갈 수 없을 때면 큰 가마솥에 넘치도록 끓여낸 팥칼국수 또한 우산을 쓰고 다니며 전달했습니다. 모두 ‘고맙다’ ‘애쓴다’ ‘잘먹겠다’는 인사를 들으면 힘이 절로 나고 신이 나서 뛰어다니며 배달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이없게도 수고한 사람 따로 있었고, 인사는 내가 다 들었습니다.

혼자 사시던 뒷집 할아버지네랑, 한 5백미터쯤 떨어져 사는 부모 없는 남매 집 밑반찬 배달 또한 내 몫이었습니다. 특별한 메뉴라도 만드는 날이면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어김없이 심부름을 가야 했습니다. 한 겨울 날은 배달을 가는데 머리에 인 함지박이 얼마나 무겁고 손은 시리던지 길 가는 내내 궁시렁댔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불평을 하고 말았습니다.
“니들은 하필 멀리 살아가지고 날 이렇게 힘들게 하냐?”
내 불평에 그저 아무런 대꾸 없이 미안해하며 함지박을 받아주던 그 남매의 눈망울이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철없는 내 말에 얼마나 상처가 되었을까 싶어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 녀석이 생각나 다이얼을 돌립니다.

“누나네 엄마는 지금도 요리솜씨가 좋으셔? 내가 이렇게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던 건 누나네 엄마가 맛있는 반찬을 매번 해주셨기 때문이야. 우리 아내한테도 늘 얘기해. 누나네 엄마얘기........ 우리 아내도 주변에 할머니랑 사는 애들 밑반찬 해서 갖다 주고 그래. 그렇게 하는 것이 은혜를 갚는 일이래.”

“야, 나 그때 너네 집이 멀어서 배달하느라 힘들었거덩.”

“그러게. 그때 내가 어렸지만 누나 손 새파랗게 얼어 있었던 것 다 알아. 고마워서 멸치 하나라도 바닥에 떨어진 것 다 주워서 먹었던 일 기억나. 누나도, 엄마도 복 받으실거야.”

그렇게 바리바리 싸들고 집에 돌아와보니 집 앞이 수북합니다. 옆집에서는 친정에서 오늘 캐 가져왔다며 고구마를 한 무대기 갖다놓고, 4동 사는 동생이 시아버지가 직접 농사 지은 것이라며 사과를 갖다 놓았습니다. 5동 사는 동생은 포도를 샀는데 너무 많아 나눠먹자며 갖다 놓고, 3동 사는 친구는 산에 갔다가 하루 종일 주웠다며 밤 한 봉지를 갖다 놓았습니다. 또 한 친구는 고향 포항에 갔다왔다며 탱글탱글한 오징어를 젖먹이를 데리고 깨끗이 다듬어 ‘빨리 냉장고에 넣으라’는 문구와 함께 문고리에 걸어놓고 금방 내뺐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어머니의 당부대로 몇 개의 봉지를 준비해 골고루 담았습니다. 금방 단호박을 쪄 오곡밥을 갈아 만든 호박죽을 그릇 그릇 담았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하며 주말을 만끽하고 있는 아들눔에게 배달을 시킵니다. 게임을 중단해야 하니 기분 좋을 리 없습니다. 그래도 이미 배달에 익숙해진 이 녀석, 군말 없이 집을 나섭니다. 내가 직접 전해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유익입니다. 이 아들눔도 훗날 기억하고 추억할테지요. 내 어머니는 나누는 일이 얼마나 이 세상을 살맛나게 하는지, 받는 것보다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알게 하셨습니다. 내 아이들도 적지 않은 날들을 살아가는 동안 나눔을 배우고 실천하며 참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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