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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우리는 '친구'

2014.06.23(월) 03:09:05 | 충남포커스 (이메일주소:jmhshr@hanmail.net
               	jmhshr@hanmail.net)

“우즈베키스탄에서 왔어요. 우리 딸이 영어학원 운영해요. 사위는 좋은 회사 다녀요. 한국 사람들 너무 좋아요. 우즈베키스탄 남자들 욱 해요. 그런데 사위 아빠 친절해요. 사위 잘 웃어요. 한국 사람 좋아요. 한국 살기 너무 좋아요.”

이른 아침 사우나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 할머니, 그냥 앉아 있기 뻘줌해서 어느 나라에서 오셨느냐 여쭸더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구구절절 말씀하십니다. 한국 오신지 5년 되었다는데 ‘한국말이 아직도 어렵다‘시며 손짓 발짓 동원해 더듬더듬 소통합니다.

“한국 사우나 최고예요.”하시며 거의 매일 사우나를 오고 있지만 당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며 말을 걸어온 사람은 처음이라고 하시며 반가워합니다.

마침 사는 곳도 같은 동네여서 함께 등도 밀고, 진정한 한국사람 되려면 매운 것도 먹을 수 있어야 한다며 사드린 비빔밥을 먹을 땐 사우나 안에서 만큼이나 땀을 흘리면서도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 올리십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행하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한국사람 좋아해요. 그런데 한국사람 우리 이상하게 쳐다봐요. 친구 없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사람 2명 알아요. 자주 못 만나요. 외로워요.”하시며 커다란 눈에 눈물을 담고 글썽이시던 할머니.

서로 핸드폰 번호를 교환하며 “저랑 친구할래요?” 했더니 손을 꼬옥 잡으며 얼마나 좋아하시든지. 이렇게 저에게 세 번째 외국인 친구가 생겼습니다.

한 달 전 놀이터에서 만나 인연이 된 두 친구는 필리핀에서 왔습니다. 마침 아이들이 또래여서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은근히 경계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런데 대화 하면서 차차 마음을 열고 경계하며 굳어 있던 얼굴도 환해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한국 사람들 우리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데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서 이상했어요.”하며 헤어질 무렵 속내를 이야기 합니다. ‘그렇지 않다'고 ’다문화가정을 위해 한국이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며 열변을 토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이분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면 반성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이 두 사람에게 친구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랬더니 나이가 다른데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냐고 되묻습니다. 한국에서는 나이와 관계없이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해 주니 끄덕끄덕합니다. 그리고 사는 곳이 달라 얼굴은 자주 못 봐도 전화도 하고 카톡도 하면서 서로 정보도 나누며 진짜 친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적어도 이 두 친구들 마음속에 한국 사람들이 당신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사라지길 기대해봅니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으며 국가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있지만, 정작 이분들이 원하는 것은 큰 것 아니고, 그저 먼저 다가가 말 한마디 건네주는 아주 작은 것이었습니다. 이분들과 소통해 보니 그렇습니다.

지금 글을 쓰는 동안 우즈베키스탄 할머니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재랑맘, 우리 집에서 콩나물비비밥 어때요?”
“우훗! 지금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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