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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 트라우마(2)

2014.05.26(월) 20:16:35 | 충남포커스 (이메일주소:jmhshr@hanmail.net
               	jmhshr@hanmail.net)

 “저두요, 열흘 전에 기미 때문에 한방치료를 받는 과정 중 콧구멍만 남기고 얼굴에 팩을 씌워주었는데 순간적으로 세월호에 갇혔던 아이들이 떠오르면서 갑자기 숨이 턱 막히고 죽을 것 같은 거에요. 팔과 다리에는 침이 꽂혀 있었기 때문에 움직일 수조차 없어서 막힌 입으로 ‘으으~음’ 괴성을 질러 팩을 떼어내고 의사가 명치 부분 혈을 눌러가며 진정할 수 있도록 도왔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 뒤로 그 어느 곳 보다 가장 편안했고 편안해야 할 내 집이 갑자기 굉장히 답답한 공간으로 느껴지는 거에요. 밤 12시를 넘어서고 있었지만 너무 답답해서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은 물론이고 계단조차도 무섭고 답답한 공간으로 느껴져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급한 마음에 베란다에 목을 빼고 심호흡을 했지만 식은땀이 줄줄 나고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졌구요, 이러다가 죽겠구나 싶어 결국 야근을 하고 있는 남편을 불러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하고 병원을 찾았습니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을까요. 세상에 병원 계단도 답답하게 여겨져서 올라갈 수가 없어서 주저앉아 울었다니까요. 남편은 이런 나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저도 제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도대체 왜 이러고 있는 것인지. 그런데 신경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해보니까 세월호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급격하게 진행된 경우라고 하더라구요. 약을 지어 먹는데도 불구하고 서울에 볼일 있어 지하철을 탔는데 한 정거장 이상 가지 못하고 급히 내려 밖으로 나와야 했어요. 결국 약을 한 개 더 추가해서 지금 먹으면서 이제 스무 정거장도 갈 수 있고 이름만 떠올려도 답답하던 터널도 잘 지나다니고 있어요. 물론 아직까지는 눈을 감고 편안히 가려고 해도 터널에 진입하면 캄캄한 것이 느껴지면 얼른 눈을 떠야 마음이 안심이 되는 상태입니다.

제 큰 아이와 같은 또래 아이들이 당한 사고라서 아마 저에게 더욱 충격이 컸던 것 같아요. 제 상황도 상황이지만 살아 돌아왔더라도 실제로 사고현장에 있었던 아이들의 상처가 오죽할까 싶고, 가족들의 아픔은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야 3개월 꾸준히 약을 먹어주면 완치 된다고 하니 다행이고 감사합니다만, 이분들이 정말 걱정입니다.”

지난 주 사람향기 ‘트라우마’글을 읽고 공감하며 실제로 세월호 사건이 원인이 된 트라우마로 인한 공황장애, 폐쇄공포증 진단을 받은 한 독자분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야기를 해도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면서.

그래서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발표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주요 지침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1. 끔찍한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역경을 헤쳐 나갈 용기가 내게 있음을 기억하자. 2. 충분한 휴식, 일상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자. 3. 당장의 고통을 잊기 위해 술과 담배에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다. 4. 음악듣기와 목욕, 명상 등을 통해 긴장을 풀 수 있는 시간을 갖자. 5. 평범한 일상생활을 다시 시작하자. 6.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지 말자. 7. 이사나 이직 같은 큰 결정은 잠시 뒤로 미루자. 8. 주변의 친한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자. 9. 당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과 이야기 해보자. 10. 미디어를 통해 사고 소식을 반복적으로 접하는 일을 피하자.


“그래서 요즘은 아예 세월호 사건 관련된 것은 물론이고 아예 뉴스를 보지 않습니다. 의사선생님이 그렇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구요.”

이분과 통화를 하는 내내 마음이 시리도록 아파옵니다. 멀쩡한 사람이 순간 환자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정도인지,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정도인지 그저 정도의 차이일 뿐 전 국민의 가슴에 새겨진 이 지독한 정신적인 상처(트라우마)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힘들겠지만 그래도 의학전문가들이 알려준 저 지침을 벽에 써 붙여 놓고라도 극복해 보려고 모두 노력해 보자구요. 조금 덜 아픈 사람이 조금 더 아픈 사람을 위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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