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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 트라우마

2014.05.16(금) 11:17:45 | 충남포커스 (이메일주소:jmhshr@hanmail.net
               	jmhshr@hanmail.net)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직장생활 2년째를 맞이하던 1994년 10월, 서울 성수대교가 무너져 직장인과 등교하던 여고생 등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늘 바라보고 지나다니던 다리여서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음해인 1995년 6월, 서초동에 있는 삼풍백화점 한 동이 붕괴되는 사고에서는 사망 502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이라는 인명피해를 낳았습니다. 동시에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부터 좁은 공간에 사람이 많으면 숨이 막히도록 답답해지는 공황장애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논둑길을 맨발로 뛰어다니던 시골처녀가 서울에 상경하여 바로 눈앞에서 연이어 펼쳐지는 역사에 기록될 만큼 황당한 사건들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여렸습니다.

그때 받은 충격은 콧구멍만 남기고 모두 덮어씌우는 석고팩을 시도조차 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지금도 ‘그분들 무너져 내린 더미들 속에서 얼마나 숨이 막혔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금새 작지 않은 침실방도 답답한 공간으로 느껴져 심호흡을 하거나 뛰쳐나가곤 합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사건이 그 트라우마 위에 무게를 보태주었습니다. 꼭 내 아들과 동갑내기 아이들이 세월호에 차오르는 물속에서 숨을 못 쉬고 고통 받았을 것을 생각하면 문득문득 수시로 분노가 솟구쳐 오릅니다. 또 어느 순간 그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 울컥울컥해집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른들을 믿지 못하게 된 것처럼 어른인 나도 세상을 믿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 고가다리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거네.”
운동 삼아 십여 분 거리에 있는 마트에 걸어서 다녀오는 길, 옆으로 난 고가도로에 차가 싱싱 달려갈 때마다 덜컹거립니다. 나도 모르게 다리 밑을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쭉 훑어봅니다.
“별걱정을 다하네. 튼튼하기만 하구만.”

남편의 말대로 세상이 참 별별 걱정을 다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사자가 아니었음에도 이렇게 사건 사건마다 받은 충격 때문에 적잖이 힘든데 직접 사고를 당한 사람의 고통은 오죽할까 싶습니다.

실제로 해외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갓 태어난 쌍둥이 둘 중에 한 명이 곧 생명이 꺼질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지만 그 생명을 지켜준 것은 건강하게 태어난 쌍둥이의 '어깨동무' 였습니다. 

그 어떤 말로도, 그 어떤 행동으로도 결코 위로받지 못할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국민이 함께 아파하고 함께 슬퍼하고 보듬어 주며 단단히 어깨동무를 하고 이 위기를 헤쳐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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