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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아들, 사랑혀”

2014.05.02(금) 14:18:34 | 충남포커스 (이메일주소:jmhshr@hanmail.net
               	jmhshr@hanmail.net)

창문에 두두둑 빗방울이 부딪히는 이른 아침, 일찍 일어나 딸랑딸랑 압력솥에 밥을 해 예쁜 그릇에 담고, 미리 준비해 놓은 국을 데워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삼겹살과 함께 식탁을 차렸습니다.

“요즘에는 엄마가 안 피곤하신가봐요? 역시 아빠보다는 엄마가 차려주신 밥이 훨씬 맛있어요. 쉿! 아빠한테는 비밀이에요.”하고는 한 그릇을 금새 뚝딱 먹어치우고 교복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서둘러 학교 갈 채비를 합니다.

이 녀석 교복 입은 뒷모습을 보는데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이내 뜨거워지고 맙니다. 눈물 몰래 훔치고, 엄마 키 넘어선 지 오래인 아들 머리를 가슴에 안고 수줍지만 고백했습니다.
“소중한 내 아들, 사랑혀”
평상시 같으면 ‘엄마 대체 왜이러시느냐’ ‘그런 말씀은 아빠한테나 하시라’며 몹시도 쑥스러워 하던 녀석이 오늘, 아니 요즘 엄마가 왜 이러는지 눈치 챕니다.

세월호의 비극은 먼저 나를 바꾸어놓았습니다. 참 믿지 못할 이 어이없는 참사에 내 아들 명단이 있었다면 나는 무엇을 가장 애통해 하며 후회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기껏해야 아침 식사 한 끼 먹는 것을 아빠에게 미루거나, 대충 챙겨 먹여 보낸 것을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교복 와이셔츠 소매에 때가 묻지는 않았는지 유심히 살펴보지 않은 것을,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운동화가 새 양말이 젖는 것은 아닌지, 다녀오겠다 인사하는 녀석 이불 뒤집어 쓰고 누워 자느라 얼굴조차도 못 본 것을, 손을 맞잡고 축복기도 해주지 못한 것을 가슴을 치며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운동화 상태는 양호하고, 셔츠 소매와 바지가랑이 튿어진 곳은 없는지 이리저리 살피고, 지각하면 안 된다며 서두르는 녀석 손을 붙들고 구구절절 축복하며 기도해줍니다.

“저도 그래요. 예전 같으면 시험기간에 핸드폰 쳐다보고 있으면 난리를 쳤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요, 그까짓 성적이 뭐 그리 중요한가 싶은 생각이 들고요, 그냥 건강하게 내 옆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그러네요.”
소중한 내 이웃은 집 청소도 미루고 건너와 커피가 식는 줄도 모르고 함께 공감해 줍니다.

꼭 대형참사가 터지고 나서야 비로소 일상의,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참 한심한 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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