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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에서 충주까지… 눈물로 보낸 시간

생후 3개월 고열로 인해 얻은 청각장애<br>충북 쇼트트랙 대표선수 최민아 양

2014.01.13(월) 10:00:24 | 당진시대 (이메일주소:d911112@naver.com
               	d911112@naver.com)

당진에서충주까지눈물로보낸시간 1

송산면 당산리 최세용(52), 최명희(48) 씨에게 둘째 딸 민아 양은 유독 아픈 손가락이다. 민아 양이 태어난 지 3개월 쯤 갑자기 찾아온 홍역으로 인해 한동안 고열에 시달렸고 그 후 민아 양은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했다. 얌전한 아이라고 믿었지만 어머니 최명희 씨는 어딘지 모를 불안감에 민아양이 세살이 됐을 무렵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에게 들은 말은 ‘청각장애’라는 진단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어머니 최명희 씨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1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치료할 방법이 없는 딸의 청각장애를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병원이든 약방이든 어디든지 찾아 다녔다. 그렇게 그는 10년 동안 우울증과 함께 방황했다.

충주성심학교 입학
차츰 민아 양이 자라면서 스스로 이겨내려는 모습을 보고 그는 다시 현실을 마주했다. 하지만 장애아이가 자라나기에 현실은 너무도 어두웠다. 귀가 들리지 않아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안 돼 발달이 느린 아이에게 성장프로그램을 하려고 해도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적지 않은 돈과, 부족한 시설이 큰 문제였다. 더욱이 10여 년 전 당진은 장애아이가 살기에는 힘든 환경이었다. 어머니 최명희 씨는 당진군청의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며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선하는데 걸리는 시간에 비해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었고, 그는 결국 당진을 벗어나 민아 양을 충주성심학교로 보냈다.

버스에서 흘리던 눈물들
어린 딸을 충주성심학교로 보낸 후 최명희 씨는 눈물 마를 날이 없을 정도로 숱한 고생을 겪었다.
“주말이면 민아를 (충주성심학교로)데리러 가고, 다시 학교로 데려다 주기 위해 당진에서 충주로 버스를 타고 왔다 갔다 했어요. 아침에 나가면 저녁에 들어올 정도로 왕복 8~10시간동안 버스에서 하루를 보냈죠. 그때 버스에서 남몰래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어느 날은 민아 양에게 ‘엄마, 저 천안터미널인데 당진 갈 버스비가 없어요’라는 문자를 받고 그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당시엔 핸드폰이 상용화되지 않아 남들에게 핸드폰을 빌려서 문자했을 민아 양을 생각하니 그는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즉시 당진에서 천안까지 한걸음에 뛰어가 6시간 만에 민아 양을 품에 안았다. 그렇게 민아 양을 키우며 눈물로 보내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였다.

쇼트트랙의 시작
민아 양은 어렸을 적부터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였다. 손재주도 뛰어났을 뿐더러 멀리뛰기 등 체육활동에도 빛을 발했다. 그런 민아 양은 중학교 3학년 당시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쇼트트랙을 시작했다. 그 후 전국체전 3년 연속 우승이라는 실적을 거두며 쇼트트랙 선수로 우뚝 섰다.

사실 그 이면에는 남모를 고생이 많았다. 장애인이기에 비장애인들보다 두 배, 세 배는 넘게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민아 양은 하루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한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어 표현이 서툴러 다쳐서 아파도 엄마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그렇게 속으로 고통을 이겨가며 쇼트트랙 선수로 거듭났고 현재는 충북대표 쇼트트랙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2년 전 진주의 한국국제대학교에 입학해 지도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장애인 복지시설 확충해야”
장애 아이를 둔 부모가 되니 당진의 현실이 보였다. 이곳은 장애인이 생활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지금은 장애인복지관이나 지역의 복지시설도 들어선 상태지만 민아 양이 어렸을 적에는 장애인이 쉽사리 활동하지 못하는 현실이었다. 또한 각종 메달을 획득하며 쇼트트랙 선수로 우뚝 섰을 때 당진으로 이적하고 싶어도 부족한 환경 때문에 충북 대표선수로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최명희 씨는 “당진에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과 제도가 잘 다져졌으면 좋겠다”며 “민아 같이 지역을 빛낼 수 있는 인물들이 많은데 당진이 놓치지 않고 인재들을 발굴해 키워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며 의사소통의 벽에 막힌 채 힘든 세월을 보내 온 민아 양이지만 어느 덧 쇼트트랙 선수, 지도자의 길을 한걸음 씩 걸어 나가고 있다. 그 길을 만들기까지 부모는 남몰래 눈물을 훔치고 주먹으로 가슴을 쳐가며 민아 양 곁에서 함께 걸었다.

끝으로 민아 양에게 물었다. 엄마한테 가장 고마울 때가 언제냐고. 그는 “엄마가 저랑 대화하기 위해서 핸드폰을 잡고 문자메세지를 배울 때 가장 고마웠다”고 적어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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