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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뉴스

차디찬 냉골 컨테이너 속 99세 할머니의 겨울나기

싸늘한 방에서 뜨거운 물병 안고 지내

2014.01.03(금) 16:48:49 | 당진시대 (이메일주소:d911112@naver.com
               	d911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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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찬 냉골바닥에서 고작 몇 겹의 이불로 겨울을 보내는 이금녀(99) 할머니에게 찾아온 겨울은 더욱 혹독하다. 난로조차 없어 뜨거운 물을 담은 페트병을 꼭 껴안은 채 겨우겨우 추위를 버텨내고 있다. 

한 사람이 간신히 누울 수 있는 좁은 콘테이너 집은 난방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다. 이 할머니는 빛조차 들지 않아 냉기만 가득한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반가운 손님에 눈물 글썽
“아유, 추운데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 여기 앉을 수 있나. 너무 지저분해서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해.”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이 반가운 이 할머니지만 그만큼 마음이 무겁다. 
그는 “냄새나고 차가운 곳에 앉게 해서 미안하다”며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 할머니는 사용하지 않은 새 이불을 손님들에게 내어주고 자신이 안고 있던 뜨거운 물을 담은 페트병을 건네줬다.
가난으로 얼룩진 노년
목욕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탓에 한참을 씻지 못해 산발이 된 머리가 부끄러운지 자글자글한 주름진 손으로 할머니는 백발이 성성한 머리를 빗어 내렸다. 음식을 씹기 어려울 정도로 치아는 상했고 군데군데 빠져 있었다. 할머니의 다리는 마른 가지처럼 앙상했다. 입고 있는 옷은 헤지고 색이 바랬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거동이 불편해 멀리 나가지도 못한다. 그는 “여기 저기 아프다”며 “밖에 나가지 못해 하루종일 집에 있다”고 말했다.
차디찬 컨테이너에서 생활
이 할머니가 살고 있는 컨테이너는 비좁고 무척 열악하다. 비바람만 겨우 피할 수 있는 이곳에는 빛도 들지 않는다. 두 개의 컨테이너를 붙여 한 쪽에는 아들 유재구(60)씨가 살고 있다. 좁은 현관에는 낡은 가전제품과 싹이 나 먹지 못하는 감자, 음식물 쓰레기로 구더기가 우글거렸다. 방안은 더욱 더 처참했다. 부엌은 천장에서 비가 새는지 막아 놓은 비닐과 더 이상 먹지 못하는 음식들이 쌓여있고 작은 상에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참치찌개가 놓여있지만 언제 한 건지, 언제 먹은 건지 모를 정도로 상해 악취가 심하다. 이곳에서 할머니가 삼시 세끼를 챙기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아들이 품 팔아 생계유지
현재 이 씨와 함께 살고 있는 아들 유재구 씨는 몇 해 전 포도농사를 지으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자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빚을 떠안으며 주저앉았다. 죽고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가 있어 차마 삶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지금은 봄과 가을, 이집 저집을 오가며 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겨울 농한기에는 그마저도 일거리가 끊겨 생계유지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TV라도 볼 수 있었으면”
볕도 피해가는 냉혹한 현실에서 할머니가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기도뿐이다. 
“작은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소원이야.”
올 해를 지나면 100세를 맞는 이 할머니는 가고 싶은 곳도, 먹고 싶은 것도 없지만 텔레비전을 보는 것, 그것이 단 한 가지 바람이다.
할머니는 얼마나 많은 계절을 이곳에서 지내왔을까. 춥고 좁은 이곳에서 얼마나 외롭고 심심하게 생을 버텨온 걸까.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들이 돌아가는 것이 아쉬운지 힘든 거동에도 문 밖까지 나와 손을 흔든다. 새해맞이로 분주한 요즘 이금녀 할머니는 하염없이 추운 겨울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겹겹이 이불 속에 담아둔 물을 껴안고 하루하루를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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