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추사의 혼과 장인의 숨결이 만난 세한 붓통

충남 장인 목공예가 정봉기님을 뵙고..

2014.01.02(목) 14:55:20 | 도희 (이메일주소:ass1379@hanmail.net
               	ass137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1


2013년 10월에 추사 세한도(국보 180호)가 새겨진 물푸레나무로 만든 원통 모양의 붓통이 충남 대표문화 상품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사의 세한도를 충남 예산목공예가 정봉기 장인의 오랜경륜(38년)으로 예술로 승화된 문화상품으로 태어났는데요. 요즘 정 선생님은 문화상품 주문을 받아 작품 만들기에 분주한 그 현장으로 찾아가보았습니다.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2

잔설이 간간이 남아있는 2014년 새해에 충남 예산군 봉산면 사석리에서 봉대민속 공방을 운영하는  민속 공예가 정봉기님(56) 댁을 방문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2013년에 충남 대표문화상품으로 지정된 추사의 그림이 새겨진 세한도 붓통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부친 정희석선생이 현판 공방을 시작하셨고 2대 정봉기 선생이 16살에 부친의 영향을 받아 서각을 시작 하셨다고 합니다.

20년 전에 경기도 성남에서 추사체 서각을 하다가 추사 고택을 방문하셨고, 이곳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고 합니다. 추사 고택 부근에 터를 찾았으나 산과 자연경관이 있는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해 지금의 봉산면 사석리에 살게 되었다고 하네요.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3


우리가 도착한날, 집 입구에는 괴이한 장승과 함께 크고 작은 구부러진 소나무들이 예술적인 모습으로 한겨울에도 청청한 모습으로 나그네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생활 중에 제자 이상적이 청나라에서 구한 귀한 책을스승 추사에게 건넨 후에 제자의 정성에 깊이 감동한 나머지 그 답례로 추사가 세한도를 그려 제자에게 주었다고 전해집니다.

세한도에 그려진 구부러지고 볼품없는 소나무를 마치 자신의 유배생활의 형상으로 상징하며 추운 겨울에도 흔들리지 않는 의리와 충절의 정신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제자 이상적은 그 귀한 서적을 고관에게 주었다면 벼슬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배 중인 스승에게 드렸으니 스승과 제자의 의리가 오늘날 우리 세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오늘날 나에게도 추사와 제자와 같은 의리있는 벗이 과연 몇이나 되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4


공예가 집 앞에 돌을 쌓아 올려 만든 돌탑이 있었습니다. 나무를 어루만지며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키는 민속공예가는 무엇을 생각하며 돌탑을 쌓아 올렸을까 생각해봅니다.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5


옛 선조의 흉내를 내며 헛기침을 몇 번 하고 주인장을 불러 보았지만 대답은 없고 집안에 고요만 감돕니다. 한지를 바른 전통문을 열고 선비가 내다볼 것 만 같은데 아무리 불러도 묵묵 대답입니다.
 
사실 이번 방문은 작은 여식의 정서적인 함양과 우리 고유의 것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마련한 시간이었습니다.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6



주인장을 잠시 기다리며 집 앞을 서성이는데 구멍 난 바위 속에 고인 물을 보았습니다. 작은 자연동물들이 놀다가 갈만한 바위속의 호수에 마음을 놓아 봅니다.

예술인의 감성이 우러나는 이 해괴한 바위 속 작은 호수에서 자연과 하나가 된
추사 선생님을 떠올리게 하네요. 물과 돌이 이미 잘 어울리는 줄은 알지만 물을 품은 바위를 보기는 처음입니다.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7


예술인의 솜씨로 만든 작은 돌들이 모여 꽃나무를 품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연은 서로 품어주며 지켜주는 경이로운 모습을 보게 되네요. 잠시 이 집 주인을 기다리며 아름다운 자연 정원에서 황홀해했습니다.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8


추사의 향기가 서려 있는 작은 자연 정원에는 물과 나무, 돌들이 서로 어우러져 한겨울에도 멋진 정원의 향기로움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9


이 집안의 정원에 흠뻑 빠져 삼매경을 헤매는 중에 저기서 도인처럼 생긴 분이 빠른 걸음으로 오십니다. 뜻밖에 허름한 헛간 같은 작업실에서 일하다가 나오실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추사체가 그려진 집안을 바라보며 주인장님을 부른 소인을 부끄럽게 여기게 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는 정 선생님의 구수한 모습에 길가는 나그네의 시름을 잠시 잊게 합니다.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10


작년 예당 조각공원에서 열린 옛이야기 축제에 목공예전시품을 진열하고 계시던 정 선생님을 처음 뵙고 전통의상을 입으신 모습에 관심이 있어 인사를 하고 명함을 건네받은 것이 인연이 되어 오늘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11
 

조각전시장에 온듯한 공방에 들어서니 정 선생님이 손수 제작한 목공예품들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마치 멋진 갤러리 전시장에 온듯한 느낌입니다.
한쪽 구석에는 정선생님이 조각하는 모습의 사진과 화가가 그려준 그림도 있네요.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12

 
공방에는 그동안 충남에서 받은 상들이 액자 속에 걸려 있고 정 선생님이 만든 추사체 서각 작품이 마치 추사체가 튀어나올 듯 살아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정봉기 민속 공예가는 전남 벌교가 고향이며 서울근교 성남에서 목기공장을 운영하던 부친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목공예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충남 예산으로 20년 전에 이사를 왔습니다. 충남에 살게 되면서 상도 많이 받고 민속 공예가로서의 인정을 받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전에는 전국 관광지로 돌아다니시며 목공예 전시를 하셨다고 합니다.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13

2000년에는 충남도에서 인정한 전통문화의 집에 선정된 데 이어 2004년에는 대전지방 국세청으로부터 전통향토기업으로 선정, 2013년에는 충남도를 대표하는 충남대표 문화상품에 선정되었습니다.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14



이렇듯 도시에서 농촌으로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을 충남에서 품어줌으로써, 암탉이 알을 낳듯 황금알을 낳게 된 계기가 된듯합니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자연 가까이에서 가장 재능을 최고로 발휘할 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5년전에 아이들의 앞날을 놓고 고민하다가 예산 농촌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귀촌을 하였답니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지금 한창 사춘기인 아이를 데리고 충남 지역 명인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현대에는 교과서 교육보다 현장교육이 중요함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15
 

마치 살아 꿈틀거리는 듯한 추사체가 민속 공예가 만든 작품 속에서 숨 쉬며 절묘하고 조화로운 모습이 경이롭네요. 깊은 산골 계곡 옆에서 자생하는 물푸레나무에 48시간 먹물을 먹여 사포질을 하면 나뭇결 따라 고운 먹물선이 나타납니다. 그 위에 세한도 그림을 음양곽으로 조각한다고 합니다.


선대 정희석 선생이 목공예를 시작하고 2대 정봉기 선생 그리고 3대 자녀들이 가업을 잇는 대를 잇는 민속공예가를 하고 있는데요. 아들(30)은 가족생계를 위해 직장에 나가고  딸(28)은 아버님의 가업을 이어 충남 상패만드는 일을 돕고 있다고 하네요.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16


목공예작품 재료는 참죽나무, 물푸레나무로 만드는데 물푸레나무란, 우리나라 깊은 계곡에서 자생하는 나무로 1년 이상 선반과 가공 말리기를 반복 하다가 사용합니다. 그리고 나무의 결을 최대한 살리고 먹물을 입혀 공예품으로 탄생합니다.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17


작년에 충남문화상품으로 지정된 목공에가 정봉기 선생의 작품 세한붓통 앞면입니다.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18


더욱 놀랄 일은, 세한붓통 뒤면에 표창패 글씨가 새겨져 있었는데요. 충남 안희정지사님께서 충남 지역에 공헌한 분들의 표창패로 세한도가 새겨진 목공예 붓통을 준비한 기발한 생각입니다. 목공예 장인의 손끝이 나무 숨결에 닿아 절묘한 조화가 이루어진 세한도 붓통은 추사 김정희 선생의 고결한 세한도 의미를 깨닫고 선비의 정신을 되새기는 중요한 일이 될 것 같습니다.

2013년도에 세한도 붓통을 특허청에 특허를 내고 상품개발을 위해 미국에서 도입한 3D 기계로 입체 음양각의 많은 글씨를 수월하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19

공예가 정 선생님은 대흥 황새 마을에서 주민들께 목공예를  지도하십니다.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20

공예가 정 선생님의 부인 심혜숙씨가 만든 거북이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합니다. 심 여사님은 추사고택 야외 공원에 서있는 잠자리, 황새 등 조형물 들을 제작 하셨다고 합니다.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21


나무로 만든 공예품을 아이들이 갖고 놀면 정서적 심리적 안정에 좋다고 합니다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22

한지로 만든 촛대들입니다.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23
 

잠시 앉아서 손님을 맞던 정선생님은 최근에 맡은 새한도 붓통 제작에 분주하셨는데요. 나무 먼지 나는 작업실에서 작업복을 입고 추운 날씨에도 난로 없이 작업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 옆에는 벼슬이 빨간 흰 닭 한 마리가 애완용처럼 일하는 주인을 바라보고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추사의혼과장인의숨결이만난세한붓통 24


1500년 전 시대의 혹한 속에서도 조선의 학자인 동시에 정치가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서릿발 같은 지조와 기개로 세한도를 그려낸 것처럼, 장인의 손길로 추사의 혼을 나무 숨결에 불어넣어 다시 예술로 태어나는 추사의 정신이 현대물질 만능 주위에 젖은 사람들에게 정신을 가다듬는 일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예술문화인들이 생계 걱정을 잊고 전통예술 발전에 헌신할 수 있도록 재반여건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희님의 다른 기사 보기

[도희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