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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뉴스

"봉사하니까 일도 잘 풀리네요"

문승관 태안군 남면 폐지아저씨

2013.12.13(금) 11:06:08 | 서산신문 (이메일주소:jjangst18@naver.com
               	jjangst18@naver.com)

문승관 남면 폐지아저씨

▲ 문승관 남면 폐지아저씨


누가 빈병을 사랑이라고 했나, 누가 굴러다니는 한낱 깡통을 따스함이라 명명했나.

벌써 15년째 지역 주민들을 위해 폐지를 줍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결혼 10년차에 얻은 금쪽같은 딸과 아들을 키우는 재미에 하루 24시간도 부족할 그지만 지역의 눈물과 고달픔을 몸으로 먼저 느끼고 달래는 시간에 더 빠져 지낸다는 그.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름. 남면 폐지아저씨 문승관(56ㆍ남면 신장리ㆍ사진)씨 얘기다.

지난 6일 이날도 어김없이 폐지며 빈병을 줍느라 작업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문씨는 차가운 바람에 양 볼이 빨갛게 된 얼굴로 취재진을 반겼다.

30여년 전 이곳 남면농협 옆 창고에서 공업사 일을 시작해 15년 전 문을 닫은 이후 이 공간은 줄곧 폐지며 빈병이 모이는 창고가 됐다.

그가 다른 봉사자들과 달리 더욱 특별한 이유는 직접 몸으로 뛰어 값지게 얻은 돈을 지역에 쾌척한다는 것.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문씨는 몽산포항과 몽산포해수욕장 등을 주로 돌며 빈병과 숨바꼭질을 한다.

이렇게 주워온 병이 연간 2만개에 달하는데 돈으로 환산하면 80만원 상당이 된다.

많은 병들이 모이다보니 병을 수납할 박스 50개도 농협에서 직접 구입해 보관하고 있다.

한푼 두푼 모아진 돈은 별도의 통장에 예금돼 연말이면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그 순간이면 여름철 썩은 음식쓰레기더미를 뒤지는 수고도 까맣게 잊게 된다는데.

그 보람이야말로 어찌 다 형용할 수 있으랴.

문씨가 이렇듯 지역봉사에 뛰어든 건 자그마치 15년 전 일이다.

그날은 외상값을 받기위해 한 시골 어르신 집에 들렀었는데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누워있는 어르신을 보곤 마음이 한없이 측은해졌다고.

곧장 쌀 한 포대를 짊어지고 다시 방문한 문씨 그 어르신의 고마워하는 마음이 문씨에게 온전히 전해졌다. 그날 이후로 문씨는 매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지역에 어려운 분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누가 알아 주냐고 동네사람들한테 욕도 많이 먹었죠. 하지만 알아줘서 하나요? 제 마음이 편하고 좋으니까 하는 거죠.”

이런 그의 봉사가 10년이 넘고 또 다시 5년이 흘렀다.

지난해부터는 동네 후배인 김종실(54)씨가 문씨와 함께 거리에 나서면서 좀 더 수월해졌다.

“아무래도 혼자 빈병을 주워 나르는 것보다 둘이 하니까 훨씬 수월하고 편하죠.”

처음 문씨가 빈병이며 폐지를 주울 때만 해도 연간 20만원 정도의 수익밖에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한 해 한 해 빈병이 늘더니 지금은 100만원이 넘는 돈이 통장에 차곡차곡 쌓여지고 있다.

“50만원이던 돈이 그 다음해에는 70만원, 100만원 이런 식으로 불어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100만원이 훨씬 넘죠.”

제아무리 봉사도 좋다지만 한편으로 봉사 수익 전부를 지역에 내놓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 그래도 문씨는 자신의 통장과 봉사통장을 따로 만들어 보관할 만큼 지역봉사에 있어선 철두철미하다.

“저야 뭐 바다에 나가 꽃게며 주꾸미를 잡으면 우리 가족 생계유지에는 이상 없어요. 봉사를 이렇게 하도 하니까 사람들이 복 받아서 조업도 잘 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진짜 그래요. 고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우리 딸, 아들도 공부는 못하지만 다들 착하고 저도 하는 일이 잘 되요. 이게 다 제 복 덕분인가 봐요.(허허)”

남면남성의용소방대원으로도 활약하며 20년째 대복을 입고 있는 그는 이날도 낡은 의용소방대 점퍼에 까칠해진 손으로 빈병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관광객들이 쓰레기 분리수거를 좀 잘 지켜줬으면 하는 거예요. 특히 여름철에는 음식쓰레기와 빈병들이 뒤섞여 작업 하다보면 속이 매스꺼울 때가 종종 있어요. 참, 그럴 때면 이걸 내가 왜하고 있지? 하고 헛웃음이 나온다니까요.”

인생은 쓰지만 봉사는 늘 달콤하고 값지다는 문씨. 그런 그의 웃음이 언제고 남면에 이어질 수 있길, 또 세상의 온도가 지금보다 더 올라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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