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여 박물관에서 아예 독실을 차지하고 있는 국보 금동대향로
더구나 그 다음날 이곳은 콘크리트로 발라 주차장을 만들 계획이었으니 이보다 더 극적일수 없습니다.
백제 패망 직전, 왕궁 근처에서 왕실 용품을 관리하던 한 관아.
밖에서는 나당 연합군이 진격해 오는 말발굽 소리가 거칠게 들리던 그날, 왕실 용품 관리 담당자는 이 향로를 가지고 나가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판단합니다. 급한 마음에 그는 금동향로를 엉겁결에 땅속에 묻어버렸을 것입니다.
언젠가 다시 돌아와 파내 사용하겠다고 다짐하면서.
그러나... 백제는 영영 사라지고, 그 역시 결국 제자리로 다시 돌아오지 못한채 1400년이 흘렀겠지요.
정말 너무나 극적이고 재미있지 않나요?
지금부터 이 향로가 왜 금세기 최고의 걸작인지 찬찬히 보겠습니다.
▲ 향로 맨 윗부분에 있는 봉황
향로의 맨 위 부분입니다. 이것은 보시다시피 봉황입니다.
봉황은 하늘의 세계를 뜻하며 봉황 밑에서 우러러 보는 5마리의 기러기 사이에 있으며 그 주위에는 천상의 세계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악사들이 있습니다.
이런 걸작의 유물을 그냥 통째로 백제금동대향로 하나로 보면 그만이지만 부분부분을 찬찬히 뜯어 보면 경이로움을 금할수 없는 것입니다.
▲ 향로 단면도
향로 전체를 단면도에 나타낸 것입니다. 맨 위에 여의주를 문 봉황, 그 밑에 보주가 이를 받치고 있고 연주 하는 악사들이 있으며 몸체 중앙부에는 인물상과 동물상이 각각 골고루 배치되어 있습니다.
더 밑으로는 연꽃잎과 동물상이 조각돼 있고 맨 아래는 구름무늬의 장식으로 향로 전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산은 향로 전체를 빙 둘러가며 중첩이 되어 있는데 산 짐승, 지팡이를 든 사람, 코끼리, 상상의 동물 등이 조각돼 있는데 이는 산의 세계 전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향로 상층부의 악사와 정교한 조각들
직접 향로 상층부를 봅니다. 편한 자세로 앉아 악기를 다루는 악사가 가운데 있습니다. 주변은 산의 봉우리와 기러기들이 우러르고 있습니다.
향로를 보노라면 내가 마치 신선의 세계에 와 있는듯한 착각을 들게 만듭니다.
▲ 상층부 반대쪽 부분과 다른 악사, 중첩된 산들의 조각
이어서 향로 윗부분 반대쪽입니다. 역시 악기를 연주하는 악사가 가운데 보이고 주변 역시 산과 기러기들이 있습니다.
▲ 얼핏 보면 위 사진과 같아 보이지만 실제는 전혀 다른 부분의 조각. 악시와 악기도 모두 다르다.
이 부분은 윗부분의 또 다른 단면입니다. 부분부분 마다 너무나 섬세한 조각이 만들어져 있고 마치 다른곳에서 하나씩 만들어 가져다 붙인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그러니 경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 향로 밑부분
향로의 밑부분 역시 밋밋하게 그냥 놔두지 않았습니다. 섬세한 조각과 유려한 미적 감각으로 밑부분 전체를 수놓았습니다.
▲ 용이 떠 받치고 있는 받침대
받침대는 용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입으로 향로를 떠받치고 있는데 네개의 다리 중 세개는 서로 휘감아 바닥을 지탱하고 하나는 발톱을 세워서 치켜 올렸습니다.
이 용은 지하의 세계를 뜻한다고 합니다.
결국 금동대향로는 하늘, 산, 수중, 지하의 세계를 상징하는 것임을 알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우주 삼라만상 모든 만물이 다 함축돼 있는 백제인 예술의 정수라 아니할수 없습니다.
이 향로의 크기는 높이 61.8㎝, 무게 11.8㎏이라 합니다.
부여 국립박물관에 가시면 언제든지 볼수 있습니다.
박물관을 나오면서 저는 이 향로에 실제 향을 피웠을 때 번지는 황홀한 연기의 모습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