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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농촌은]고구마 심어요

2013.06.03(월) 11:14:36 | 충남포커스 (이메일주소:jmhshr@hanmail.net
               	jmhshr@hanmail.net)

왼쪽부터 이상금, 한미자 할머니가 심을 고구마순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 왼쪽부터 이상금, 한미자 할머니가 심을 고구마순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31일 오전 10시 여기저기 밭두렁에 분주한 농부님들이 눈에 띈다.

먼저 만난 밭두렁에 한미자(76세, 당진시 탑동거주) 할머니 한분이 걸터앉아 어제 심은 고구마 순 위에 흙을 얹어주고 있다. 이렇게 해줘야 고구마 순이 고온장해를 입지 않는단다. 한씨 할머니는 “밭주인이 친구인데 무릎을 다쳐서 수술허고 퇴원한지 얼마 안되서 다리 쓰면 안될것 같아서 도와주고 있는거야. 사실은 내꺼 허기도 바빠. 허지만 워칙혀. 흙을 얼른 안 덮어주면 고구마 순이 시들어버리는걸.”하신다.

마음씨만큼이나 얼굴도 고우신 할머니, 꼭 우리 막내딸 같다는 기자양반한테 살아온 이야기를 거미줄처럼 끌어내신다.

“내가 우리 영감 얼굴 잘생긴 것 하나 보고 시집 왔는데, 시동생들이 팔남매더라고. 팔남매 다 시집장개 보내고 우리 새끼들 오남매 먹여살릴라니께 뼈 빠지게 일 안할 수 있나. 애들은 이제 일 좀 그만하라고 하는데 몸을 여태 써먹어서 그런지 해도 아프고, 안해도 아프니께 그냥 슬슬 이렇게 허는거야.”하신다.
“그래도 자식 키울때는 힘들었지만 이제 손자 공무원 돼서 월급 탔다고 용돈 주고 그럴때면 눈물이 다 나더라고. 좋아서..흐흐흐.”

바로 옆 밭에서는 80세 동갑이시라는 이정래(당진 채운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내외지간에 다정하게 땅을 파고 고르고 계신다.

고구마 순을 심으려고 땅을 파고 두둑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연세가 많으신데도 곡갱이를 들고 땅을 파는 힘은 젊은 사람 못지않다. 할머니가 파놓은 땅을 할아버지가 고르고 나더니 줄을 세워 기준을 잡아 두렁을 만들어 나간다. 이곳에 비닐을 씌우고 구멍을 뚫어 고구마 순을 심을 참이다.

일하는데 자꾸만 이것저것 물어보는 기자양반이 귀찮을 법도 한데 잠깐 허리를 쉬고 기꺼이 나란히 앉아 포즈를 취해 주신다. 이분들 소박하게 웃는 모습이 여기저기 화려하게 피어난 들꽃보다 아름답다.

힘들지 않냐 여쭈니 두 분 나란히 앉아 숨을 고르며 말씀하신다. “애들은 사먹으면 된다고 제발 하지 말라고 하지. 그래도 우리 아들 셋, 딸 하나 있는데 애들 이것저것 주는 재미로 허는 거여.”  

좀 전 밭두렁에 밭주인 내외가 합류했다. 이상금(75세)할머니 수술하고 아픈 다리를 이끌고 올라오신 모양이다. “친구가 도와준다고 저러고 있는데 집에 있을 수가 있어야지.”하시며 친구와 함께 나란히 앉아 남은 두렁에 심을 고구마 순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으신다. 이상금 할머니에게 수확시기를 여쭈니 추석무렵이면 맛볼수 있다고 한다.  

인월환 할아버지, 기자양반한테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단다. “고라니가 자꾸 내려와서 비닐 다 뜯어놓고 농작물 다 ?어먹고 어느때는 낮에도 개돌아댕기듯 돌아다니면서 농작물을 다 절단내고 있어. 환경단체에서는 반대하겠지만 우리 입장은 시에서 나서서 개체수를 줄이든지 대책을 세워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 엊그제도 집 근처 밭에 깨 심고 땅콩 심어놓은걸 다 헤집어 놨드라고. 얼마나 속상하든지. 농사일이 힘든 게 아니라 이런 피해 때문에 사실 더 힘들어.” 하시며 밭 주변으로 이중 삼중 둘러친 휀스도 소용없다며 손사레 치신다. 

인월환(75세) 할아버지 속상해 하면서도 지게 속에서 새참을 꺼내신다. 새참이라야 막걸리 한병에 멸치랑 마늘쫑을 간장에 함께 지진 것이 전부다. 막걸리 한잔이지만 함께 하자며 옆 밭에서 일하는 분들을 향해 손짓해 부른다. 어릴적 커다란 함박 속에 그득그득 새참을 준비해 오신 어머니께서 근처에서 일하시는 분들, 멀리 보이는 분들까지 큰 소리로 불러 모아 함께 나누던 일이 생각났다. 시골인심이란 바로 이런거다.

이분들 막걸리 한잔 들이키기도 전에 이미 노래가 나오고 어깨춤이 나온다. 이분들의 이팔청춘 처녀 총각 같은 순박하고도 호탕한 웃음이 밭고랑을 굽이굽이 타고 넘는다.
/전미해 기자


 한미자 할머니가 심어놓은 고구마 순 위에 흙을 덮어주고 있다.

▲ 한미자 할머니가 심어놓은 고구마 순 위에 흙을 덮어주고 있다.


▲ 이정래 할아버지 내외가 고구마순 심을 밭두렁을 파고 고르고 있다.

▲ 이정래 할아버지 내외가 고구마순 심을 밭두렁을 파고 고르고 있다.



이정래 할아버지 내외가 잠깐 숨을 고르고 앉아 포즈를 취했다.

▲ 이정래 할아버지 내외가 잠깐 숨을 고르고 앉아 포즈를 취했다.


 ▲ 인월환 할아버지가 지게 속에 새참을 챙겨 내리고 있다.

 ▲ 인월환 할아버지가 지게 속에 새참을 챙겨 내리고 있다.


▲ 새참으로 준비한 막걸리 한잔을 서로 권하며 정을 나누고 있다.

▲ ▲ 새참으로 준비한 막걸리 한잔을 서로 권하며 정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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