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내고향 충남을 더욱 푸른 동안(童顔)으로 바꿔주자

2013.03.27(수) 23:08:12 | 오선진 (이메일주소:dhtjswls17@hanmail.net
               	dhtjswls17@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옛날에 우리나라 산은 전부다 민둥산이었고 벌거숭이 산이었다. 집에 요즘의 가스나 연탄같은 땔감이 없었으니 너도나도 산에 올라가 나무를 베어다가 땔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어릴적 한겨울에는 밥만 먹고 나면 형들을 따라 지게를 지고 산으로 올라갔다. 지게 위에는 톱과 낫이 실려 있었고 우리는 주로 참나무와 소나무를 베어냈다.

참나무는 잘라다가 도끼로 뽀개어 장작을 만든 다음 즉시 아궁이에서 땔감으로 쓸수 있었고 또한 도끼질을 하면 한번에 쭉쭉 잘 뽀개개지는 특징이 있었다. 그래서 도끼질도 신이 났다.

하지만 소나무는 그렇지 않았다. 이건 도끼질을 해도 한번에 1자로 뽀개지지 않고 꼭 옆으로 어긋나서 쪼개졌다. 참나무는 정 중앙을 잘만 내리치면 한번에 쫙 뽀갤수 있었는데 같은 크기의 소나무는 대여섯번씩 도끼질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소나무는 장작을 만들다 보면 거의 누더기가 되곤 했고 참나무에 비해 도끼질의 횟수가 서너배 이상 되다 보니 허리가 무척 아팠다.

소나무 장작은 한겨울에도 물기를 머금고 있기에 그해에는 땔감으로 사용할수 없어서 1년이상 잘 말린 다음해에야 비로소 장작으로 쓸수 있었다. 그대신 소나무는 참나무보다 오래 타고 화력도 좋았다. 아마도 소나무 안에 있는 송진 성분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산에서 자라던 나무를 그렇게 베어내면 안되는 일이었지만 그때는 난방용 연료가 그것밖에 없었으니 너나 할것 없이 다 그랬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이제는 나무를 함부로 베어내면 안된다는 정부의 시책이 내려와 그 후부터는 산림 감시요원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무단 벌목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우리 농촌의 산은 그 후부터 조금씩 푸르게 푸르게 변해갈수 있었다.
어린 초등학교 시절 4월 어느 이른 아침.

그동안 겨울마다 베어 내 거의 벌거숭이가 된 산에 나무를 심기 위해 우리는 아침 등굣길에 각자 삽과 곡괭이를 들고 학교에 갔다.

안개가 아직 마을 안에서 빠져 나가지 않은 오전 10시쯤부터 전교생은 그 전날 어디선가 학교에 트럭으로 실어 온 나무를 1인당 10그루씩 들고 민둥산으로 올랐다.

“에~에... 지금버텀 나무를 심을껴. 5,6학년은 저기 큰 바위돌 보이지? 거기까지 올라가서 심는다. 알았지? 그라고 3,4학년 늬덜은 여기부터 내려가며 심으믄 된다~이! 자~아, 담임 선상님들은 애덜 인솔해서 올라들 가셔요”

교감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나이 한두살 더 먹은 형아들은 삽과 괭이를 들고 산 중턱까지 올라가 나무를 심었고 우리는 산자락 아래에서 심었다.

제 키 만한 괭이를 둘러 풀린 땅에 구덩이 파고 가져온 나무를 뿌리가 상하지 않게 잘 풀어 넣은 후 흙을 덮어 정성껏 밟아 주었다.

“나무야 나무야, 잘 자라라. 나중에 우리한테 그늘 만들어 줄꺼지?”
어린마음 한데 모아 잘 살아달라며 잘근 잘근 다져주던 어린 날 식목일 행사.
어떻게든 나무를 심어 민둥산을 없애겠다는 나랏님의 의지에 따라 그때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생은 물론이고 대학생들까지 나서서 나무를 심었다. 그 덕분에 지금 시골이든 도시든 주변의 산이 푸르게 변한것이다.

지금이야 남북한 관계가 안좋아 금강산에 가지 못하고 있지만 몇 년전에 금강산에 갔을때의 충격적인 모습은 아직도 잊지 못할만큼 생생하다.

그곳 장전항에 배가 닿았을 때 본 주변의 산과, 금강산에 오르기까지 지나쳤던 많은 산들. 놀랍게도 산이 전부다 황토색이었다. 푸르러야 하는 산에 나무가 없어 전부다 황토색으로 변한 벌건 모습을 보면서 어릴적 우리마을 뒷산이 떠올라 안타깝기만 했다.

나무를 베고 심지 않으면 지금도 저렇게 변할수 있구나 싶어 우린 그나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지금부터 다음달 중순까지는 나무 심기에 아주 좋은 시기이다.

이 기간동안 도내 각 시군의 산림조합에서는 나무시장을 열고 유실수와 정원수 같은 질 좋은 묘목을 싸게 판다고 한다. 아마도 다음달 초순부터는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을텐데 그 안에 봄비라도 한번 살짝 뿌려주기를 기대해 본다.

나무는 굳이 그 효용가치를 따지지 않아도 과실수든 정원수나 조경수든 우리 주변에 심어져 있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제기능을 하고도 남는 이로운 것이다. 산에 산림이 우거져 있다면 그것 자체가 이미 우리의 소중한 자원이고, 폭우가 쏟아져도 홍수를 막는 기능에, 산사태도 막고 맑고 시원한 공기도 만들어 준다.

등산 좋아하는 요즘 우리들에게는 항상 웰빙 올레길을 제공해 주고, 제대로 잘 자라고 나면 두고두고 질 좋은 목재가 되어 준다.

나무를 처음 심던 어린시절에는 마음속으로는 “잘 자라거라 나무야”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녀석이 언제 다 자랄까”싶기도 했었다. 하지만 심어놓기만 했을뿐 잘 가꿔주지도 못하고 신경도 못 써서 늘 미안한 마음뿐이었는데 그 사이에 벌써 수십년이 흐른 지금, 사람으로 말하면 장성한 어른이 되어 우리 산을 푸르른 녹음으로 우거지게 해 놓았다.
고맙고 미안할 뿐이다.

“우리가 늘 맞는 수많은 기념일은 모두 다 과거를 기리는 행사지만 식목일은 미래를 대비하는 날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세계 최초로 식목일을 만들었다는 미국의 모턴이라는 사람이 남긴 유명한 말이라는데 진정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가르침이 되지 않았나 싶다.

70년대에 고사리 손으로 열심히 나무를 심었던 철부지 소년은 지금 그 덕분에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다. 내 아이들 역시 그 혜택을 보고 있다.

지금의 청소년들도 앞으로 본인과 자녀들을 위해 나무를 심고, 어릴적에 제 키만한 삽과 괭이를 들고 산으로 나섰던 어른들 역시 다시금 삽을 들고 나가 우리 충청남도 고향땅 어디에든 나무 한그루라도 더 심고 가꾸자.

내고향 충청도는 더더욱 푸르게 푸르게 동안(童顔)으로 바뀔 것이다.
 

오선진님의 다른 기사 보기

[오선진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