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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친자매 같았던 이웃이 이사 하던 날

2013.03.06(수) 02:01:25 | 양창숙 (이메일주소:qkdvudrnjs@hanmail.net
               	qkdvudrnjs@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내고향 충청도에서 태어나 한번도 이 정든 충청도 땅을 떠나본 적 없고, 그동안 유난히 인복이 많아서인지 가까이 사는 이웃들도 항상 살갑고 정겨웠다.

 어떤 이웃은 칼국수 한그릇을 끓여도 혼자 못먹어서 반드시 우리를 불러 초대를 했고, 어떤 이웃은 과일 한 개를 주어도 반드시 그 이상으로 뭔가를 담아 되돌려 주기에 뭘 주기조차 겁나던 이웃도 있었다.

 친정엄마가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을 하셨을 때에는 마치 자기 엄마가 병원에 있는것처럼 직접 죽도 끓여다 주고 반찬도 만들어 주면서 몇 번씩이나 병문안을 찾아왔던 주부도 있었다.

 그게 정말 ‘이웃사촌’의 진정한 맛 아니었나 싶다.

 지난 주 토요일, 눈물 나는 이별을 해야만 했다. 누군가가 기도를 할때 항상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슬픔은 주지 마소서”라고 한다고도 했지만. 정말 사랑하는 이웃과 헤어지는 것도 견디기 힘든 무척 큰 슬픔이었다.

 친자매처럼 지내던 이웃집 동호네가 멀리 경기도 일산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나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친하게 지내던 모든 이웃들의 마음이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친자매같았던이웃이이사하던날 1

 

 이사 당일,  아침 일찍 사다리차가 달려와 굉음을 내며 요란을 떤다.
화분 하나라도 들어 옮겨주겠다는 마음으로 이웃들이 너나 없이 모였는데 전부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눈시울이 붉게 충혈돼 있었다. 말로는 잘 가고 잘 살라 하며 웃었지만 눈에 고이는 촉촉한 그 무엇은 다들 숨기지 못했다.

 이웃들과 친형제처럼 정붙이고 살다가 이사를 가니 다들 그랬다.
“괜스레 주위 분들에게 시끄럽게 구는듯 해서 미안하기만 하네”라며 오히려 남아 있는 우리들 걱정을 하는 동호 엄마.

 살림도 참 야무지게 잘 하고, 이웃간에 그렇게 살가웠고, 이웃간에 무슨 일이 있을 때면 제일 먼저 팔을 걷고 나서서 주방 일이든 아이들 일이든 언제 어디서든 항상 내일처럼 챙겼고, 학교에서도 알아주는 멋진 학부모였다.

 그동안 남편이 일산에서 사는 형님의 사업 일을 도와주었는데 그게 잘 돼서 아예 동업을 하기로 했다며 이사를 가는 길이었다.

 하는 일이 잘 돼서 가는 것이니 보내는 우리들 마음도 그보다 더 기쁜일이 어디 있으랴만 사랑하는 이웃과 헤어지는건 기쁜 일일 수 없었으니...

 동호네 아래층에 사시던 할머니께서도 과일 주스를 한통 사가지고 오셨다. 그동안 아이들이 쿵쿵거리며 뛰어다닌 탓에 시끄러워 고생하셨을 할머니께 찾아뵙고 인사드렸어야 했는데, 오히려 먼저 올라오시게 해서 죄송하다는 동호 엄마. 말도 참 예쁘게 한다.

 할머니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동호 엄마를 부둥켜 안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계셨다.
 “진짜 떠나는가? 섭섭하네... 가더라도 전화 꼭 하구”

 동호 엄마를 끌어 안았던 할머니를 보니 눈물을 흘리시고 계셨다. 오랫동안 서로간에 이웃으로 살면서 그동안 늘 먹을 것 나눠 먹고, 명절이나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선물도 드리고 친정 어머니처럼 대했기에 그 할머니와 동호엄마의 서운함이 짐작이 갔다.

 잠시후 성희 엄마가 뭔가를 들고 왔다. 참기름이었다. 그동안 성희엄마 친정에서 가져 온 참기름을 나눠 먹을 때마다 “어쩜 이렇게 고소하고 맛있어?”라며 감탄사를 연발하던 동호엄마 표정이 떠올랐다. 그런 동호엄마가 이사를 간다니까 성희엄마가 아예 집에 있던 참기름 병을 통째로 들고 온게다. 

 “이런... 나는 아무것도 준비 못했는데....”라며 난감해 하는 동호 엄마.  뒤이어 들어온 윤서 엄마는 먼길 가다가 밥 굶지 말라며 봉투를 하나 건네준다. 가다가 휴게소에서 다같이 짜장이나 한그릇 사 먹으라며.

 “자꾸 이러면 나 못 떠나....” 눈물이 핑그르르... 
 꾹꾹 참던 눈물 보따리가 확 터지며 동호 엄마가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연신 얼굴로 가는 손은 이미 먼지와 눈물이 범벅이 돼서 검게 묻어난다.

 짐을 다 꾸린 후 이제 트럭이 막 떠나려는데 좀 늦은 승준이 엄마가 헬레벌떡 뛰어 오는 소리가 들렸다. 차를 세우라고 소리친다.

 그리고 동호 엄마에게 쇼핑백을 내게 준다.
 “이게 뭔데?”
 “으응, 동호랑 수진이 티샤쓰 하나씩 샀어. 봄이잖아. 예쁘게 입혀. 알았지? 꼭 연락하고...”

  인삼의 고장 금산 출신 승준이 엄마. 역시 그도 동호 엄마가 떠나는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는지 이른 아침부터 마트에 가서 옷을 사 들고 온 것이다.

 절친 이웃은 그렇게 멀리로 떠났다. 아예 다시 볼수 없는 건 아니지만 늘 몇걸음만 떼면 살갑게 마주할수 있었던 이웃이기에 그 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동안 그런 이웃과 얼굴을 맞대고 같은 하늘 아래 살았다는게 내겐 큰 행복이었다.
 이젠 또 동호 엄마가 살던 곳에 새로 이사 오는 누군가와 다시 형제자매처럼 잘 사귀고 지낼 것이다. 요즘처럼 팍팍하고 힘든 세상, 서로 아껴줄 줄 아는 이웃만한 힘이 또 있을까.

 동호네 식구, 모두 다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돈 많이 벌어 다시 내 고향 충청도로 돌아오겠지. 부디부디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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