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봉사는 아이들이 부모는 토양만 만들어 주자

빠르고 편한 편법 보다 진정한 배려와 희생을 먼저

2012.06.04(월) 12:38:50 | 임정화 (이메일주소:dsfjkjfsjf@hanmail.net
               	dsfjkjfsjf@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덜컹 거리는 버스 안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동요 ‘고향의 봄’을 들으며 살짝 단잠이라도 자려는 찰나, 바로 옆에 서 있던 두명의 주부가 하는 말이 귀에 꽂힌다.

“우리 애들 봉사활동 있잖아. 그거 일일이 보내지 않고 내가 해결했어.”

한 아줌마가 복지센터에서 자녀 대신 일을 하고 봉사확인서를 발급받는다고 하자 옆에 앉은 다른 부인은 아예 복지단체에 후원금을 내고 봉사확인서를 발급받는 방법도 있다고 '노하우'를 알려준다.

귀를 의심했지만 집으로 돌아와 다른 주부들과 얘기를 나누며 그게 사실이라는 걸 알았다. 그런 편법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적잖은 주부들이 그렇게 하고 있단다. 중고등학생들의 의무봉사제는 연간 중학생 18시간, 고교생 20시간인데 공부하느라 바쁜 아이들을 대신해 엄마아빠가 도와주는(?)게 당연하다나?

그럼 나는 뭐지? 내가 게으른 엄마인가, 아니면 그것도 모르는 바보 엄마?

이건 아닌데 싶으면서 작년에 봉사활동 갔다 온 우리집 두 아이들이 내게 들려준 경험담이 귀에서 앵앵거린다.

중학생 두놈이 제 친구 녀석들과 버스를 타고 갔다 했다. 장애학우들이 모여서 공부 하는시설로. 아이들도 솔직히는 그런 곳에는 처음이라서 낯설고 두렵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곳 선생님께서 “친구들에게 책을 읽어주렴”하며 친하게 지낼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길래 열심히 읽어주는데 아이들이 얼굴을 바짝 대는가 하면, 읽어 주는 책 이야기는 듣지 않은채 왔다 갔다 하는 아이, 막 떠드는 아이 등 조금은 산만 하더란다.

그렇게 어리둥절 한 4시간 동안 첫 봉사 활동 끝내고 돌아 오는데 막상 떠나려 하니 그동안 산만하게 정신없이 뛰던 장애우 아이들도 서운해 하더라고... “다음에 또 올께” 하고 돌아오는 내내 그곳 아이들과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더라 했다.

그런데... 그 후 거의 1주일 넘게 아이는 내게 그곳 아이들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 왜 사촌동생들(그곳 장애우 학생들을 그렇게 부른다고 함) 한테 더 친절하게 대하지 않았을까 후회도 된다며 아쉬워 했다.

녀석... 내색은 안했지만 대견하고 예뻤다. 그게 벌써 소중한 경험이고 바르게 자라는거라고 생각됐다. 아이들이 가엾더라든지 하는 동정심보다는 더 친하고 살갑게 대하지 못한걸 아쉬워하는게 대견하기도 했다.

우리 아이를 보면서 봉사는 내가 남에게 베푸는 부분도 있지만, 봉사자 스스로 더 깨닫고 더 많은 걸 얻어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이런 소중한 경험과 깨달음은 집에서 가르쳐 주지 못하는 것 아닌가. 공부가 우선이 아니라 자라면서 이렇게 먼저 인간이 될수 있는게 봉사 아닐까.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봉사를 하라는것 역시 이런 이유 때문일텐데...

좋은 대학 가고픈거야 모든 학생과 학부모의 똑같은 소망이다. 그러나 학력만이 인생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남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고, 어려운 일에 봉착했을 때 인내하고 스스로 헤쳐 나가는 문제해결 능력이 살아가는데 더 중요하다.

가정의 우리 아이들이 편법을 찾기보다 내가 더 희생하고 베풀며 진정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자.

봉사는 아이들이 하는거지만, 이런 토양을 만들어 주는건 부모의 몫이다.

 

임정화님의 다른 기사 보기

[임정화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