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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농촌을 지키며 살아온 세월이 어느덧 30년

보건진료소 30년 인생길을 뒤돌아보며

2011.06.03(금) | 희망 (이메일주소:du2cb@hanmail.net
               	du2cb@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6월2일 저녁, 공주 한옥마을에서는 포커스 면담이 있었다. 부랴부랴 달려간 그곳에는 포커스 면담을 주관한 교수님과 몇몇 보건진료소장들이 먼저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평소에 존경하며 보고팠던 얼굴들을 보니 반가움이 앞선다. 오늘 포커스 면담은 보건진료원제도의 성과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인터뷰를 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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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진료원제도의 성과에 대한 포커스 면담을 하는 모습

농촌간호학회 회장인 김춘미 간호학 교수의 질문에 함께 모인 5명(공주시 안금순, 청양군 황경애, 금산군 김순찬, 연기군 이인옥, 아산시 유기연)의 보건진료소장들이 보건진료소에 근무하게 된 동기, 근무하면서 느꼈던 고충, 추진했던 중점 보건사업과 역할, 지역적 특성 등 여러 가지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지역 안배와 20년 이상 보건진료소에 근무한 경력을 가진 5인이 쏟아내는 보건진료소 30년 인생길은 험난한 고생길과 보람이라는 결과의 길이 공존하는 생생한 실화였다. 면담을 하는 도중 연탄가스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을 생각하며 울컥하기도 했고, 뜻하지 않았던 일들을 씩씩하게 해결한 사례에는 아하! 하며 감탄도 했다. 쉽게 생각할 수 없었던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일, 보건진료소장들이 아니면 결코 실현하지 못했을 많은 일들이 소낙비처럼 쏟아졌다. 이렇게 다양한 자체보건사업이 가능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동 없이 한 지역에 오래 근무하기에 가능했던 일들이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의 길을 가시밭길, 자갈길, 신작로, 고속도로 등으로 비유하는 모습에서는 선배들의 고충과 애환이 함께 묻어나 코끝이 찡했다. 보건진료소라는 제도가 생기면서 초창기 근무자들은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농어촌의 마을회관이나 개인 집 사랑채에서 안전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옹색하게 업무를 시작했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전혀 허락되지 않았다. 분만을 위해 24시간을 뜬눈으로 새웠던 일, 그때 분만한 아기들이 지금은 결혼해서 새 가정을 꾸리며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

주민은 물론 그들이 애지중지 키우던 동물이 입은 커다란 상처를 40여 바늘이나 꿰매며 철렁했던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이야기는 당시의 시대상을 잘 말해준다. 그 당시 근무자의 사생활은 전혀 보호받지 못했고 삶의 질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그때 그 시절, 이제 그들은 진료 위주에서 벗어나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자체 보건사업을 앞장서서 열정적으로 수행하며 정년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부부갈등으로 인해 누구한테 하소연할 길 없는 답답한 가슴을 부여잡고 보건진료소에 찾아와 한나절 동안 토해내고 말이 날까 두려움 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가는 주민들을 바라볼 때는 직업을 떠나 가족 같은 마음이다. 세탁기가 고장 났다고, 우리 강아지가 아프다고, 편지가 왔는데 무슨 내용이냐고, 급하게 팩스를 보내야하는데 방법이 없느냐고, 대학교 등록금 고지서를 출력해야 하는데 집에 프린터기가 없다고, 주민등록증 복사해서 어디로 좀 보내달라고. 고부간의 갈등을 거품처럼 뿜어내는 하소연과 소소한 생활민원의 해결사 역할은 표시도 없고 수치로 환산할 수도 없는 보건진료소장들의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이다.

하우스가 많은 지역에 근무하면서 유기농 농사를 짓도록 교육하여 성공한 일과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당 활성화 사업, 주민들과 함께 하는 자원봉사활동, 건강 체조 교실, 야간운동교실, 걷기운동 등은 대부분의 보건진료소에서 자체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는 도시에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설 및 환경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에 보건진료소가 앞장서서 자체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다.

건강운동교실을 운영하면서 건강뿐 아니라 공동생활의 규칙과 개인위생, 인내심과 배려심을 키우는 주민들을 볼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는 이야기, 걷기운동교실이 끝나고 나서 암환자 및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주민들이 계속하여 스스로 걷기 운동을 하는 모습과 보건진료소가 제일 편하다, 보건진료소가 없었으면 어쩔뽄 했느냐며 고맙다는 말을 전할 때 이 길을 걷는 길이 보람으로 다가온다는 그들, 그들이 열심히 달려온 30년 세월이 포커스 면담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가정에 한 개씩 국화를 나누어주고 잘 키워서 감상도 하고 다른 곳에 분양토록 하는 국화사업은 농촌에서 권해볼 만한 사업이 아닌가 생각한다. 국화를 받고 고맙다는 전화가 쇄도하고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나눔의 봉사를 실천하며 지역 주민들이 사는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주인의식을 가지고 실천했던 일들이 보람으로 남는다는 선배님의 말씀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보건진료소 30년 인생길을 뒤돌아보며 할 말이 참 많은데 한정된 시간이 아쉽다. 앞으로도 보건진료소는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호흡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위해 열심히 달려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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